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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드라마 비평_끝없는 사랑(SBS)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끝없는 사랑(SBS)
내용 ‘끝없는 사랑’과 드라마의 리얼리티
시대극 냄새 풍기는 퇴영적 멜로드라마

지나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TV드라마는 더러 있었다. 다큐드라마도 있었고 멜로드라마도 있었다. 다큐멘터리드라마의 경우 주로 권력주변을 다루는 정치드라마가 대종을 이뤘고, 마치 사실을 폭로하고 심판하듯 새삼 철저한 증거와 논리를 내미는 것이 다큐드라마의 핵심인 예가 많았다. 그래서 때로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다큐드라마의 재미라면 재미다. 더구나 폭압적인 정권의 과정이나 그들을 둘러싼 세월과 인간의 모순과 잔혹함이 참모습을 드러낼 때는 끝없이 인간본질을 파고들어야 하는 드라마의 기능을 문득 절감하게도 해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확한 리얼리티가 살아있을 때의 일, 즉 제대로 된 다큐드라마일 때의 일이다. 만약에 그 리얼리티가 부정확한 느낌을 주거나 엉성하고 유치하게 나타나면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시대극 냄새를 풍기는, 시대극을 빙자한 멜로드라마인 경우 더욱 설득력을 잃게 마련이다. 멜로드라마 성격의 극대화를 위해 시대적인 상황을 끌어들이는 것까지는 좋으나, 사실은 개인적인 복수나 출생의 비밀, 그리고 얽히고설키는 삼각관계에다 마구 시대를 빗대어 나가는 걸 보면 대단히 아마추어적이고 어색하기 짝이 없다. 이미 오래 전에 방송한 ‘자이언트’나 ‘에덴의 동쪽’ 등에서 자신들의 운명을 마치 시대가 좌우하는 것 같은 상황을 벌였지만 드라마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멜로드라마에 어설프게 시대적 상황을 끌어들이고, 또 그것이 리얼리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시대적 상황 가운데서도 정치권력의 핵심부와 연관시키면 마치 사회성을 띤 드라마로 쉽게 관심을 끌지 않을까 하는 계산만 했지, 정작 그 시대가 갖는 감각과 정서의 리얼리티에 대해선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 수준의 드라마

따라서 지나간 시대에 묻어가는 멜로드라마가 순수멜로드라마 감각으로서도 퇴영적인 수준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되어버린다. 멜로드라마로는 참 촌스럽고 한 물 간 상황이 연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다시 SBS-TV가 월화드라마로 시대적 배경을 깔고 있는 멜로드라마 ‘끝없는 사랑’을 방송하고 있다. 시대적 감각이나 의식의 흐름이 곧 리얼리티다. 전임 대통령의 사진 액자 하나 벽에 걸어놓고 군부가 득실거린다고 1980년대의 정치적 시대적 리얼리티가 사는 것이 아니며, 그 무렵에 있었을 법한 에피소드를 끄집어내거나 동원했다고 해서 리얼리티가 아니다. 결국 멜로드라마뿐인 이야기에 때로는 한 시대를 단죄하는 듯한 분위기를 집어넣는다고 해서 드라마가 살고 드라마가 할 일을 다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리얼리티가 되는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생각과 사랑과 삶을 꿰뚫어 보이지도 못하면서 그저 쉽게 지난 시대를 가져다 얹는 것은 오히려 얄팍한 수법이다. 멜로면 멜로답게 나가야 한다. 겨우 리얼리티를 살린다는 것이 ‘노가다’ ‘대갈통’ ‘군발이’ 등 흔히 ‘방송금지언어’라고 할 수 있는 비속어들의 남발이다. 예컨대 1980년대 초에는 ‘대박’이라는 말이 없었다. 근데도 생각 없이 마구 쓴다. 다시 말해 지난 시대는 껍데기일 뿐, 유행어의 시기도 구별 못한다. 별이 세 개나 되는 육군 장성의 부관은 일단 장교여야지 병장이 하지 않는다. 역할은 부관일지 몰라도 병장은 당번병이지 부관이 아니다. 거기다 총리의 본처(심혜진)가 첩을 살해한 것 같은 암시를 하고 있고, 그 첩의 딸(황정음)이 복수를 꿈꾸며 한편으로 사랑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다. 이쯤 되면 사랑이 아니라 전투다.
시대극 요소는 폼만 잡는 것일 뿐 진정성 없어

최소한 사랑에 대한 진정성이라도 없으면 그건 멜로드라마도 아니다. 당시의 군부핵심이나 권력 심장부 주변을 등장시킨다고 해서 사람들이 드라마를 새롭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런 드라마가 가짜가 많다는 것을 이미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거기에다 시대는 1980년대 초반인데 이야기의 전개나 소재의 구성과 진행은 대부분 요즘의 막장드라마 흉내에 급급하다. 생각해보라. 대체로 말도 안 되는 살인, 복수, 암투, 음모, 패륜, 욕망, 배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살벌한 행위들....그래서 전혀 시대적 리얼리티하고는 아무런 관계없는, 어색하고 유치한 그냥 막장드라마를 1980년대를 핑계로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시대는 그 시대의 정서와 의식의 가치가 들어있어야 드라마가 산다. 근데 그렇지 못하고 그 시절의 옷만 바꿔 입은 가짜를 선보일 때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은 마음에서 비롯되고 마음의 행로를 따라갈 일이지 말싸움이 아닐 것이다. 상대방에 고통과 상처를 주는 식으로 애정을 쟁취하려는 방식은 일테면 1980년대식도 아니다. 따라서 지난 시대를 평가할 목적이 아니라면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의 진실에 초점이 맞춰져야 옳다. 하지만 관심을 불러일으킬 요량으로 구태의연하게 지난 시대의 권력핵심부를 정확한 의식의 리얼리티도 없이 파헤치기만 하는 바람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엉터리 삼류드라마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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