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히스토리(1) - <1990년대, 드라마공학(工學) 시대로>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히스토리(1) - <1990년대, 드라마공학(工學) 시대로>
내용 <1990년대, 드라마공학(工學) 시대로>


1990년대의 한국TV드라마는 무엇보다 지상파 3사체제가 복원되는 경쟁력의 변화로 부터 시작되었다. 중후반으로 갈수록 뉴미디어 세상이 열리고 거기다 다채널시대로까지 접어들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TV드라마를 만들 여력은 지상파 3사(社) 밖에 없었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이 동원되어야 하는 TV드라마는 다매체 또는 다채널로 늘어났다고 해서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었다. 따라서 1991년 12월 9일, 민간상업방송의 재출현으로 상징되는 SBS의 탄생은 기존의 KBS, MBC와 함께 새로운 드라마삼국지 또는 드라마3국 시대를 열어젖히는 일종의 서막이었던 셈이다. 한 마디로 1990년대 한국TV드라마의 양상은 다시 한 번 치열한 경쟁과 뜨거운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것은 제2의 TV드라마전성시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것은 또 드라마의 다양성을 현실화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과다한 출혈로 인한 무리수를 동반하는 왜곡된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이중성도 지녔다. 우선 양적인 측면에서 1980년의 이른바 언론통폐합으로 사라진 TBC 이후 또 한 번의 드라마황금기를 가져오는 순간이었다. 채널은 지상파의 경우 KBS의 1, 2TV 채널에다 MBC, SBS가 가세해 4개 채널 구도로 짜여졌다. 전체적으로 드라마 편수가 늘어났고, TV3사의 편성은 더욱 더 드라마를 중심에 놓고 이뤄지는 형국이었다. 아침일일연속극이 채널마다 생겨났고, 저녁 일일극과 주말연속극 외에도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 식으로 완전한 경쟁체제로 접어들었다. 이후 이 패턴은 하나의 추세로 굳어진다. 1980년대 당시 신군부정권의 강제조정으로 잠시 주춤하던 TV드라마는 확실히 제2의 전성시대를 맞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질(質)이 아닌 양(量)의 문제였다. 경쟁의 긍정적인 효과가 아니라 품질보다는 상업성을 더 앞세운 질적인 하향추세의 이전투구 양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작가들의 세대교체 내지는 본격적인 물갈이 현상도 이 무렵에 나타났다. 기존의 내용 위주의 드라마가 아닌 기교중심, 드라마공학 중심의 테크닉이 더 각광받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1990년대 초 새 민방 SBS의 가세
TV드라마의 삼국시대 다시 불붙어


물론 이것은 SBS의 출현 이후인 1992년부터 본격화된 각축전 양상이고 그 직전인 1990년 KBS와 MBC 양사 체제 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양보다는 질, 드라마공학이 아닌 내용에 치중하는 보수적이고 정상적인 모습이었다. 예컨대 1990년 9월부터 이듬해 1991년 7월초까지 KBS-TV에서 방송된 일일연속극 ‘서울뚝배기’(김운경 극본, 김연진 황은진 연출)가 모처럼 많은 호응을 받으며 저녁 9시뉴스 전 일일극시장을 지켜냈다. 서민들의 생활이야기,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드라마로의 자리 잡기였다. 그 후 대략 2000년 무렵을 전후해 억지가 끼어들고 보편적 정서를 떠나 일탈을 다루는 내용상의 변화가 나타나긴 하지만, 1990년대 초만 해도 보편타당성을 깔고 있는 홈드라마가 저녁 9시 종합뉴스를 견인할 정도로 일일연속극이 막강하게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다. TV3사 공히 주말연속극을 편성했고, 소위 미니시리즈라고 해서 월화, 수목드라마가 이때 나타났다. 대부분의 연속성 드라마에는 새롭게 형성된 작가군, 즉 기존의 1세대 또는 2세대작가들에서 3세대 쯤 되는 중견드라마작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했다. 이 무렵에 나타난 또 하나의 현상으로는 1980년대의 ‘TV문학관’과 같은 단막이 아닌 연속극에도 원작을 각색하는 사례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곧 드라마 소재의 다양성과 개방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되기도 했지만, 과거와 달리 그만큼 순수드라마작가들의 창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했다. 가령 ‘마당 깊은 집’이나 ‘빙점’ ‘불의 나라’ ‘똠방각하’ ‘몽실언니’ ‘춤추는 가얏고’ ‘여명의 눈동자’ 등이다. 이 가운데는 심지어 일본의 대중소설 각색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서울뚝배기’의 작가 김운경의 등장이 소중했고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주목과 평가를 받았다. 3대째 이어온 설렁탕집을 무대로 서민들의 애환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교차시켜 나갔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민방 SBS의 가세로 경쟁은 더욱 필사적으로 치열해졌고, 내용보다는 드라마공학 쪽으로 날이 갈수록 기울어가는 판세가 만들어진다. 드라마를 정서를 담는 그릇이나 인간에 대한 본질의 추구, 향기를 품은 영상과 언어의 문학성에서 그 소구력을 찾으려 하지 않고, 현란한 촬영기법이나 연출력에 의존하는 볼거리 위주의 공학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드세게 나타났다.


이른바 ‘트렌디드라마’의 등장
드라마공학시대 더욱 앞당겨


작가만이 갖고 있는 창작력에 의한 의식이나 정신을 담으려 하지 않고 협의 또는 토론을 거쳐 꿰맞추는 형태에 치중하는 모습으로 차츰 변해 가는 중이었다. 드라마는 더 이상 세상을 내다보는 창(窓)의 역할,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의 역할, 그리고 꿈의 기능을 포기하고 대신 그 자리를 기교 또는 자극으로 채워나가는 기법 또는 기술의 문제로 변질되어가고 있었다. 리얼리티 대신에 판타지나 퓨전이라는 황당한 픽션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트렌디드라마’로 불리는 일련의 감각적인 드라마, 즉 카메라 장난을 통해 감각만을 살리려 든 일본을 통해 들어온 풍조드라마라 할 수 있다. 이야기는 거의 없이 주제음악을 흘리면서 마치 광고영상 CF처럼 빙글빙글 돌리면서 주로 그 시절에 새로 등장한 장소라는 장소는 다 순례하는 식의 드라마들이 창궐하며 기세를 올린다. 1992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MBC-TV의 ‘질투’를 필두로 ‘연인’ ‘느낌’ 등이 줄을 잇는다. 이들은 먼저 에피소드 중심으로 드라마를 엮어간다. 물론 테마는 없거나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당연히 젊은 층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춘다. 서구지향적, 실용주의적, 인스턴트나 카탈로그식, 말투나 몸짓에 입맛까지 유행 또는 경향만 자꾸 드러내면 그만이다. 스토리보다는 음악이 중요시된다. 무겁거나 어두운 것은 가능한 배제한다. 한 상 잘 차린 정식보다는 간식이나 패스트푸드 쪽이다.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처럼 찰나적이고 말초적이다. 영속성 내지는 진득함이 없다. 훗날 드디어 일본 트렌디드라마 ‘101번째 프러포즈’까지 들여온다. 주로 MBC는 이 트렌디드라마를 전략상품으로 우겨대다가 끝내는 한때나마 붙어 다니던 ‘드라마왕국’이라는 타이틀까지 뺏기는 수렁으로 빠져든다. 트렌디든 장르든, 판타지든 퓨전이든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여야 한다는 교훈 또한 남긴다. 이 무렵 1990년대 초기에는 다른 드라마들도 많았다.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