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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히스토리(2)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히스토리(2)
내용 고전적 드라마의 틀을 깬 ‘트렌디’
‘드라마왕국’이라던 MBC를 흔들다


1991년에 KBS-1TV는 주말 대하드라마로 사극 ‘왕도’(김항명 극본, 김재형 연출)를 내보냈다. 사도세자와 정조, 그들을 떠받든 홍국영의 생애와 행적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였다. 물론 이 사도세자와 정조의 이야기는 그 전후에도 여러 차례 드라마로 등장한다. 이 ‘왕도’에서는 김영철, 강석우, 신 구, 정영숙, 김자옥, 강문영, 선우재덕, 태민영, 김종결 등이 출연했다. 저녁일일연속극으로는 이금림 극본, 김수동 연출의 ‘옛날의 금잔디’가 1991년 7월부터 이듬해 1992년 4월까지 이어졌다. 일찍이 노인성 치매문제를 다뤘고, 그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균적인 한국가정을 다루는 일일극으로 안정된 홈드라마로서의 자리를 계속 지켜나가고 있었다. KBS-2TV는 월화드라마 ‘형’(김운경 극본, 황은진 연출)을 내보냈고, 김운경의 서민생활에 대한 관심과 인간에 대한 애정은 여기서도 이어졌다. 그밖에 수목드라마는 원작을 각색한 ‘우리는 중산층’ ‘레테의 연가’ 등을 방송했다.
MBC는 주말연속극 ‘고개 숙인 남자’(주찬옥 극본, 황인뢰 연출)와, 토요가정드라마 ‘무동이네 집’(박정화 극본, 장두익 연출)을 방송했고, 소위 미니시리즈라고 해서 ‘장밋빛 인생’과 ‘행복어 사전’ ‘내 마음은 호수’ ‘이별의 시작’ 등 역시 각색 물을 내보냈는데, 이때부터 사실상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의 드라마 띠가 형성되면서, 그 길이로 봐서는 결코 미니가 아닌 미니시리즈가 거의 연속극의 형태로 나가기 시작한다. 함축미와 작품성을 갖춘 당초의 미니시리즈 취지는 자취를 감추고 사실상의 주간연속극 길이로 굳어진다.
SBS의 경우는 아침드라마를 강화해 정하연 극본의 ‘고독의 문’ 등을 내보내고, 주말극장으로 김영란, 길용우, 이덕화, 연규진, 황신혜, 김응석 등이 출연해서 4남매가 살아가는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그려가는 드라마 ‘은하수를 아시나요’ 등이 시선을 끌어 모았다. 이 뿐만 아니다. SBS는 일요시추에이션드라마로 ‘목소리를 낮춰요’(박리미 극본, 운군일 연출)를 1991년 12월 22일부터 1994년 2월 20일까지 내보내 생활주변을 토대로 하는 제법 의미 있는 드라마를 방송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정통창작드라마에 원작각색드라마까지
월화, 수목드라마로 미니시리즈 편성


한 광고회사 광고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시트콤(시추에이션 ‘코미디’)이 아닌 시추에이션드라마로, 김민종, 유호정, 이상아, 김창숙, 박원숙 등이 출연했었다. 여기서 발전해 1993년에 들어서는 한국형 직장 명랑드라마의 효시격인 ‘TV손자병법’이란 드라마가 KBS에서 방송돼 무려 6년간 장수한다. 역시 SBS에서 방송을 시작한 시트콤 형식의 ‘오박사네 사람들’과 ‘순풍산부인과’와 같은 부류의 코미디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TV손자병법’은 시추에이션코미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추에이션드라마로 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때까지의 TV드라마들은 비교적 내용중심의 진정성 있는 정통드라마들이었지 순전히 재미만을 내세워 억지로 이야기를 짜 맞추는 공학적인 드라마는 아니었다. 매번 드라마마다 뚜렷한 주제가 있었고, 내용은 텅 비어 있으면서 기교만 현란한 그런 드라마는 아예 드라마 축에 끼지도 못했다. 그러는 사이 소위 문제의 ‘트렌디드라마’가 나타난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드라마왕국’이라고 불리던 MBC에서 주로 트렌디드라마라는 것이 기세를 올렸다. “정장차림의 드라마가 아닌 캐주얼풍의 드라마”라고 했다. 젊고 발랄하고 밝고 경쾌하고 활동적인 드라마, 기존의 드라마문법을 깨고 패션화 된 드라마, 일찍이 일본의 한 TV에서 개발해 주로 젊은 층의 호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드라마공학의 전형적인 새로운 스타일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현대판 신데렐라 증후군’에 가벼운 터치와 전개, 선남선녀의 러브스토리가 전부인 드라마가 MBC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트렌디드라마’란 용어를 먼저 쓴 것도 일본이었다. 무거움이나 어두움을 배격하며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테마도 없이 그저 에피소드 중심으로 끌고 나간다. 주제음악 몇 곡을 만들어 깔면서 화면은 온갖 눈요기가 될 수 있도록 빙글빙글 돌린다. 그러나 처음 트렌디드라마라는 것이 나오던 이때까지만 해도 MBC의 드라마 아성은 비교적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바람에 그런대로 건재했었다.


직장중심 시추에이션드라마에 시트콤도 가세
부정적 드라마에 트렌디드라마까지 고개 들어


전통적인 멜로드라마 또는 홈드라마도 병행하며 거의 쌍끌이에 가까운 편성전략을 쓰고 있었다. 트렌디드라마가 슬슬 고개를 들며 기승을 부리는 한편으로 화제의 정통드라마도 탄생시켰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대한민국 최초 한류드라마 제1호로 기록되는 김수현 극본의 ‘사랑이 뭐길래’ 등이 그 중심에 있었고 여전히 굳건하게 버텨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1992년은 MBC가 시청률 60%가 넘는 ‘사랑이 뭐길래’로, 당시의 드라마로는 사실상 기념비적인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인해 타 방송에 비해 조금도 밀리지 않는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1991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방송된 ‘사랑이 뭐길래’는 주말에 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만 되면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또 하나의 국민드라마라고 할 만큼 마치 우리 시대 마지막 홈드라마가 되기라도 할 것처럼 기세등등하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작가는 시종일관 건강하고 아름다운 인간을 지키는 작업에 충실했다. 다시 말해 작가의 정신과 의식, 현실을 바탕으로 한 창작성이 살아 있는 드라마들이 그때까지는 드라마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1992년 MBC의 경우 월화미니시리즈 ‘약속’에 이어 ‘분노의 왕국’ ‘억새바람’ 등을 내보냈고, 수목드라마로 사극 ‘일출봉’, 주말드라마로 ‘아들과 딸’, 주간시추에이션드라마로 청소년드라마인 ‘우리들의 천국’을 방송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청소년대상드라마를 통해 장동건, 김찬우, 염정아, 최진영, 전도연 등의 배우들이 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SBS에서는 주말극장으로 홍승연 극본, 운군일 연출의 ‘두려움 없는 사랑’을 방송해 비로소 실질적인 TV3사 드라마시대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SBS는 그 후속 성격의 드라마로 수목드라마와 주말극장에서 ‘궁합이 맞습니다’ ‘모래 위의 욕망’ 등 다소 파격적인 윤리와 애욕과 출생의 비밀 등을 주로 다루는 부정적이며 위험한 드라마들을 화제중심으로 계속해서 내보내는 경향이 강해졌다. 동시에 MBC는 종전의 내용 중심 드라마를 서서히 줄이면서 ‘질투’라는 드라마에 이어 날이 갈수록 이른바 ‘트렌디드라마’라는 신종드라마에 치우치는 현상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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