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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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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히스토리(3)
내용 1992-1993년 원작각색 많아지고
공동 집필에 협찬드라마까지 등장


1991년 12월 민방 SBS-TV가 개국한 뒤로 드라마시장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를 나타내고 있었다. 기존의 양대 축이었던 KBS와 MBC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SBS의 고충이 우선은 오리지널 창작드라마보다는 손쉬운 원작각색에 매달리는 인상을 주었다. 예컨대 개국 초기에 해당되는 1992년에 방송한 월화미니시리즈 ‘금잔화’에 이어 ‘해빙기의 아침’ ‘관촌수필’ 등이 모두 원작을 각색한 드라마들이었다. 1993년의 월화드라마 ‘결혼’ 창사특집극 ‘머나먼 쏭바강’도 마찬가지다. 1993년 MBC의 ‘걸어서 하늘까지’와 ‘일지매’도 각색이었다. 이것은 곧 각색이든 오리지널이든 가리지 않고 양대 방송사가 이미 선점하고 있는 TV드라마시장을 깨자면 무엇이든 내보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각색의 비중이 커지는 기형적인 현상을 초래했고, 바꿔 말하면 상대적으로 TV드라마의 창작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마다하지 않았다. 원작에 의존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오리지널 TV드라마의 창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점에 대해서조차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한 발짝 더 나아가 극본의 공동작업, 이른바 ‘공동 집필’이라는 형태까지 나타나 TV드라마를 창작성과 내용이 아닌 기술 쪽으로만 끌고 가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령 MBC가 1993년 9월부터 11월 사이에 방송한 최초의 항공드라마로 꼽히는 ‘파일럿’이 그랬다. 여기 극본을 쓴 작가로 두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물론 그 가운데 한 사람은 사실상 소재를 제공한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가 두 사람이라는 말은 곧 작가의 창작력이나 의식이나 철학을 사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제작에 필요한 자료를 갖다 대는 단순한 노동력제공자나 기술자 정도로 보는 시각이 강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동일한 프로그램 타이틀 아래서 동일한 배역과 배경을 무대로 매회 얘기를 달리하는 일종의 단막극 형태인 이른바 ‘시즌’제 시추에이션드라마에서는 당연히 작가가 여러 명이다. 그러나 하나의 이야기로 길게 이어지는 드라마의 경우 엄밀한 의미에서 공동으로 쓴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도 극본을 쓴 작가의 이름이 둘 이상으로 나온다는 것은 극본에 있어서의 작가의 역할에 대한 해석을 이미 달리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극본에 작가만의 창작성이 아닌 연출 등 다른 사람의 의견이 개입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극본 자체를 하나의 창작물이 아닌 작업의 원자재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이다.


항공, 메디컬, 법조계, 스포츠 등등
전문직 장르드라마로 외연을 넓히다


이것은 곧 작가의 역량부족이거나 드라마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의미한다. 창작물이 아닌 협동의 산물로 가겠다는, 내용이 아닌 공학적(工學的) 드라마 즉 기술만능주의로 가겠다는 인식의 변화다. 따라서 이후 TV드라마에는 이와 관련한 적잖은 논란과 혼란이 뒤따른다. 드라마가 무엇을 줄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걸 보여줄 것이냐로 바뀌어간다. 작품의 품질을 내용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테크닉과 눈요기 정도로 여기는 현상이 차츰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최초의 항공드라마 ‘파일럿’은 사실상 협찬드라마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항공기 기체는 물론 장소와 배경 모두 특정항공사가 제공했고, 따라서 드라마 전체가 마치 그 항공사의 광고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앞으로 TV드라마의 제작비 가운데 일부 또는 상당부분을 특정업체에서 협찬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동시에 협찬을 한 그 업체를 광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기도 했다. 원작을 각색한다는 것과, 극본을 공동집필할 수 있다는 것과(엄밀한 의미에서 한 작품을 공동으로 쓴다는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협찬을 받고 사실상의 광고를 해줄 수 있다는 이 몇 가지 변화는 향후 TV드라마에 좋든 나쁘든 심대한 변화를 가져오거나 사실상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원작각색 보다는 오리지널TV드라마들이 건재했고 각색드라마 못지않게 훨씬 세게 지속적으로 기세를 올렸다. KBS 1, 2의 ‘당신이 그리워질 때’와 ‘연인’에 이어 MBC 최성실 극본의 ‘폭풍의 계절’ 김정수 극본의 주말드라마 ‘엄마의 바다’와 김수현 극본의 SBS드라마 ‘산다는 것은’이 모두 1993년에 방송되었다. 모두 50부에서 70부작 사이로 삶의 의미와 미래를 묻거나 인간의 성장과 생존방식, 새로운 자녀관을 모색했다. 다시 말해 살아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 무렵에 주로 많이 활약한 연기자로는 임동진, 이민우, 박지영, 최진실, 김희애, 여운계, 임성민, 한인수, 김혜자, 고현정, 최민수, 고소영, 독고영재, 허준호, 이영애, 김용림, 윤여정, 이미숙, 장동건, 염정아, 원미경, 남성훈, 유호정, 이재룡, 김해숙, 박정수, 김영옥 등이었다.


그러나 장르는 말 뿐 멜로에 머물러
트렌디드라마 영상에 신데렐라 양산


1994년에 들어서는 일종의 장르드라마라 할 수 있는 메디컬드라마 ‘종합병원’이 MBC를 통해 등장한다. 메디컬드라마의 시작은 이 보다 훨씬 앞선 1980년 9월부터 1982년까지 KBS 일요아침드라마‘소망’으로 방송됐었다. 하지만 ‘소망’은 의료현장 중심의 의사들 이야기로 순전히 병원과 환자, 질병의 치료에 초점이 맞춰졌었고, ‘종합병원’은 병원과 의료인들의 사생활까지 포함하는, 어쩌면 그들 전문직들의 사생활 쪽에 더 치우치는 드라마로 출발하였다. 시작이 이렇게 되면서 그 후에 나온 대부분의 메디컬 관련 드라마들은 사실상 병원을 무대로 한 멜로드라마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인다. 1997년 MBC에서 방송된 장동건, 이영애, 손창민 주연의 ‘의가형제’가 그랬고, 1998년에 방송된 ‘해바라기’ 역시 전문직드라마 또는 장르드라마를 빙자한 메디컬 멜로드라마가 되었다. 그 후 2000년대 들어서 방송된 ‘메디컬센터’와 일본원작을 각색한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와 ‘뉴 하트’ 등 일련의 메디컬드라마들이 병원을 무대로 등장인물들에 가운만 입혔지 다들 사실상의 멜로드라마로 흘렀다. SBS의 ‘산부인과’ ‘싸인’ MBC의 ‘종합병원 2’와 ‘골든타임’, KBS의 ‘브레인’과 ‘굿 닥터’ 역시 전문직드라마나 장르드라마라기 보다는 병원을 무대로 하는 멜로드라마 정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장르드라마란 실제로 말 뿐이었지 전문성을 살리지도 못했고, 특히 장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르를 앞세우기 이전에 먼저 드라마가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 1994년에 방송된 드라마가 가운데는 일종의 스포츠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심은하 주연의 대학농구소재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MBC를 통해 방송되기도 했다. 스포츠드라마의 시도인 셈이다. 동시에 MBC에서는 차인표 신애라 주연의 ‘사랑은 그대 품안에’라는 일종의 트렌디드라마로 기세를 올렸다. 내용은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였고, 여기서부터 또 한동안 신데렐라를 등장시키는 드라마가 유행하기도 한다. KBS는 윤석호 연출의 드라마 ‘느낌’을 내보내기도 했는데, 제목의 느낌이 말해 주듯이 역시 트렌디드라마 스타일로 내용보다는 영상미를 강조하는 드라마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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