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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12)-임희재(1)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12)-임희재(1)
내용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 말 탄 임 따라서 시집가던 길/
여기든가 저기든가/ 복사꽃 곱게 피어있던 길/
한 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임희재 작사, 백영호 작곡, 드라마 ‘아씨’의 주제가로 이미자의 노래다. 눈에 선하다.
매일 밤 9시 40분, 텔레비전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사람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흑백TV수상기가 있는 집으로 너도 나도 몰려들었다. 그때만 해도 TV수상기 보유대수가 채 1백만 대가 안 될 만큼 많지 않아서 텔레비전수상기가 있는 집은 마구 몰려드는 이웃사람들을 위해 인심 좋게 개방되었고, 사람들은 염치 불구하고 밤마다 일일연속극 ‘아씨’를 보기 위해 몰려가서는 체면이고 뭐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아 오늘은 아씨한테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저런 인간들은 천벌을 받아야지.”
밤마다 안타까웠고 밤마다 애를 태우며 함께 눈물지었다. 때를 맞춰 방송사는 문단속, 물 단속 잘 하고 드라마를 보시라는 친절한 자막까지 내보내기도 했었다. 드라마 ‘아씨’에 정신이 팔려 몰두하는 사이 도둑맞을 우려가 있다는 말이고, 그때만 해도 아까운 수돗물을 ‘아씨’를 보기 위해 급히 달려오느라 제대로 안 잠그고 드라마를 볼까 봐 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사실은 도둑질 하러 온 밤손님까지 함께 넋을 잃고 ‘아씨’를 봤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실로 엄청난 시청열기였다. 단군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TV수상기 앞에 몰려들기는 처음이었다고 해도 전혀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재미있다고 소문 난 구경거리나 악극도, 연극이나 영화도 이렇게 동시에 불특정다수를 불러 모은 적은 없었다. 어떤 사회적 이슈를 내건 정치집회도 일시에 ‘아씨’를 시청하는 열기를 능가하지 못했다.

흑백TV시대 최고의 히트작 일일극 ‘아씨’
매일 밤 전 국민을 끌어 모아 울리다

그때가 1970년 3월 2일부터 다음해 1월까지. 총 253회에 걸쳐 ‘아씨’는 방송되었다.
당시 텔레비전일일연속극이라고 해봤자 고작 몇 십 회에 그치던 것에 비하면 최초의 최장연속극으로 기록될 정도로 본격적인 일일연속극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셈이다. 그것도 놀라울 만큼의 반응과 시청률을 올리면서 텔레비전드라마, 특히 연속극이 이제 방송의 꽃이자 대중문화의 새 아이콘 또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새로운 문화의 한 장르로 확실하게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그 어떤 관심사나 그 어떤 집회도 해낼 수 없는 자발적인 동원능력이며 일종의 중독성을 예견하는 마력이었다. 누가, 무엇으로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텔레비전 앞에 불러 모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한 결 같이 그들을 울리고 안타까워하고, 급기야는 분노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애당초 한국TV일일연속극의 효시로 불리는 한운사 극본의 ‘눈이 내리는데’부터 주제가가 있었다. 대개 그 드라마의 작가가 작사를 했다. 그러니까 이 ‘아씨’의 경우도 당연히 작가가 주제가의 가사를 썼다. 그래서 매일 밤 그 드라마의 주제가가 울려 퍼지면 사람들은 모두 함께 울 준비를 하고 흑백TV수상기가 있는 집으로 체면 불구하고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드라마 ‘아씨’는 이렇게 화려한 텔레비전일일연속극시대의 막을 활짝 열었다. 사실 말이 전 국민이고 전국의 시청자이지 그 무렵엔 수상기 보급도 원할 하지 못했고, ‘아씨’를 방송한 TBC-TV는 전국 네트워크, 즉 전국방송이 아니었다.
‘아씨’는 곧 한국여인들의 한(恨)으로 얼룩진 일생
일일연속극, 여성을 아이템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다

겨우 서울 본사와 부산에 네트워크를 갖춘 상태였다. 그런데도 ‘아씨’는 전국적인 화제에 올랐고, 전국방송 못지않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텔레비전연속극이란 당분간 어떻게 나가야 대중의 호응을 받고 사람들의 정서에 호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위로와 폭로라는 두 갈래로 감동을 불러일으키려는 자세를 취했다.
‘아씨’는 오로지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살다간 한 여인의 일생을 통해, 그때까지의 전형적인 한국의 여인상을 그렸다. 주인공 아씨(배우 김희준)를 중심으로 평생 속 썩이며 군림하는 남편(배우 김창세, 훗날 김세윤으로 개명)과 바람 잘 날 없는 가족들, 아씨를 끝까지 괴롭히는 악행의 인물과 평생 아씨를 그리워하며 바라만 보면서 지켜주는 남자, 그리고 몸종(배우 여운계)과 얽히고설키는 주변 인물들....그 와중에서도 결코 품위를 잃지 않고 오로지 자기희생을 미덕으로 살아온 한국의 여인상을 그려낸 것이 주요 스토리다.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대체 텔레비전연속극이란 결국 자신들의 이야기를 저렇게 절절하게 다루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이것은 곧 그 후 얼마동안 TV연속극의 한 패턴으로 굳어버린다. 그리고 이 ‘아씨’의 성공과 선풍으로 1971년과 1972년 사이 TV방송 3사가 하루 3, 4편씩의 일일연속극을 제작 방송한다. 바야흐로 ‘아씨’가 일일연속극 전성시대를 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바로 그 흑백TV시대 최고의 인기드라마 아씨‘를 쓴 작가 임희재는 어떤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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