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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17)-이은성(3)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17)-이은성(3)
내용 아버지가 양반이고 어머니가 천한 신분인 첩 사이에서 태어난 허준은 밀거래 물건이나 빼앗는 건달로 살다가 쫓겨 어머니와 함께 몸을 피하며 흘러 다닌다. 그 과정에서 멸문한 양반집 규수를 위기에서 구해 함께 경상도 땅 산음(지금의 산청)까지 내려와 숨어 산다. 반쪽 양반의 신분으로 양반 댁 규수를 아내로 맞게 된 사실과, 밀거래 꾼으로 지목된 과거가 나중에 발목을 잡고 위기를 몰고 오는 결정적 사안이 되기도 한다. 처음 허준은 먹고 살기 위해서 일거리를 찾다가 그 산음지방에서 소문난 의원 유의태 집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의술의 중요함에 눈을 뜨고 의원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갖는다. 물지게를 지고 약초에 관심을 갖고, 기회가 주어지자 남다른 안목으로 환자를 돌보고 약재를 고른다. 하지만 허준의 이 같은 노력은 주변으로부터 많은 견제와 모함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꿈이 자라는 만큼 시련과 고초는 점점 더 가중되고, 그중에서도 특히 의원 유의태를 보필하며 장래 큰 의원이 되고자 하는 유의원 아들의 견제가 가장 극심하다. 이미 아버지 유의태의원으로부터 허준이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 사이사이 허준이 겪는 크고 작은 시련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훌륭한 의원이 되기 위해 스승 유의태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고, 의술 못지않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원으로서의 자질과 인품을 착실히 갖춰나간다. 드디어 궁중 내의원에서 치르는 과거시험을 볼 기회가 와 어렵게 준비해서 길을 떠난다. 하지만 한양으로 상경하는 도중에 역병(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수도 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 지옥 같은 광경을 본 허준은 과거 보는 건 뒷전이고 병자들을 돌보느라 시험기간까지 넘긴다.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의 패턴

겨우 역병이 수습되자 그땐 이미 늦었다. 그에게 내의원의 벼슬이 주어지는 기회는 불가피하게 늦춰졌다. 병자의 신분이나 계급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의원은 오로지 생명의 소중함을 중히 여기는 직분임을 스승 유의태로부터 배워 나간다. 그가 스스로 내의원 과거시험에 다시 도전하기 전 스승 유의태는 암에 걸려 사경을 헤맨다. 그리고는 허준을 몰래 데리고 산속 깊은 동굴로 들어간다. 스승 유의태는 마지막으로 허준에게 당부한다. 자기가 죽으면 자기 몸을 해부해 구석구석 눈으로 확인해보라고.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원이 어찌 인체내부를 모르고 병자를 고칠 수 있겠느냐고 하면서 굳이 자신의 신체를 해부해 일일이 확인할 것을 유언으로 남기고 눈을 감는다. 이 일로 허준은 사람의 신체내부를 직접 세세히 확인해본 당시로서는 유일한 의원이 되는 것이다. 이후 허준은 궁중의 내의원에 들어가고, 다시 숱한 궁중 내 파워게임으로 인한 고초와 시련을 극복하며 마지막 단계인 임금의 주치의, 즉 어의(御醫)가 된 뒤에도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결국 ‘동의보감’이라는 한의학이 집대성 된 의서(醫書)를 편찬하여 오늘날에 이른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어떤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끝없이 시련에 봉착하고, 마지막까지 위기를 맞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드라마의 한 전형적인 패턴을 이뤄낸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사람들은 모두 손에 땀을 쥐면서 허준의 고행이 성공으로 이어지길 기원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무려 네 번이나 드라마로 만들어 방송되는 사이 첫 번째 원작이 된 ‘집념’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세 번째로 만든 드라마 ‘허준’에 와서는 평균 시청률이 60%를 넘나들었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국민드라마 탄생

명실공이 국민적 드라마로 각광을 받았다. 한의학과 약재에 대한 풍부하고 해박한 지식과 의원으로서의 귀감이 될 만한 올바른 자세, 그리고 한 인간의 삶과 인생이 녹아있는 드라마로 ‘허준’은 일약 드라마의 한 고전으로 남았다. 이 드라마 ‘허준’ 속에 나오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는 순전히 작가 이은성이 만들어낸 인물이다. 올곧은 의원의 표상으로, 인간에 대한 인간의 애정을 실현하는 상징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드라마 ‘허준’에서의 의원 유의태는 마치 실존했던 것처럼 그 어떤 극중 인물보다 감동적이었고 신선했다. 이것이 곧 작가의 역할인 것이다. 작가 이은성은 이 화제의 드라마 원작이 되는 ‘집념’ 이후에도 십년도 더 넘게 텔레비전드라마를 썼다. ‘거상 임상옥’을 비롯해 ‘소나기’ ‘의친왕’ ‘등신불’ ‘고산자 김정호’와 ‘토정 이지함’ ‘동리 신재효’까지. 주로 역사 속 인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의 본질을 추구해나가는데 결코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특히 ‘등신불’ 같은 드라마는 1981년에 컬러로 제작되면서 TV드라마의 질과 예술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80년대 중반에 KBS-TV의 ‘개국’과 ‘정선 아라리’를 썼고, 1986년에는 그의 유일한 현대물이라 할 수 있는 KBS-TV의 일일연속극 ‘여심’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현대물 일일극의 집필은 작가로서의 자신의 영역을 한번 넓혀보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겠는데, 역시 일상생활 극 보다는 테마가 강한 드라마에 더 가깝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탤런트 김희애가 발탁되었다. 작가 이은성은 그 숱한 드라마들을 대부분 방송사 작가실에서 끙끙대며 썼다. 따로 집필실을 마련한 것도 아니었고 여관이나 호텔 등지를 전전하며 쓰는 것을 즐기는 편도 아니었다. 그리고 기한 내 원고가 나오지 않을 때는 마치 예의 그 새벽의 도망자처럼 행방을 감춘 채 사라지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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