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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31)-조소혜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31)-조소혜
내용 TV드라마 사상 최고시청률
조소혜의 ‘첫사랑’ 정점을 찍다

드라마를 비롯한 모든 문학작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역시 ‘사랑’일 것이다. 그것도 그냥 사랑이 아니다. 짝사랑, 풋사랑, 잘못 된 사랑, 이루지 못할 사랑, 사랑해선 안 될 사랑, 금지된 사랑, 아름다운 사랑, 안타까운 사랑, 슬픈 사랑, 짧은 사랑, 긴사랑....이른바 사랑의 이야기는 끝이 없고 실로 다양하다. 사랑의 성취와 사랑의 상실, 사랑의 상처와 사랑의 열매, 잃어버린 사랑과 쟁취한 사랑,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사랑과 남녀 간의 정분을 초월한 위대한 사랑까지.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노래의 제목만 해도 사랑이 얼마나 많이 다뤄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두려움 없는 사랑’ ‘끝없는 사랑’ ‘꼬집힌 풋사랑’ ‘사랑밖엔 난 몰라’....꼭 무슨 제목이 아니라도 내용에서 사실상 사랑을 다루는 작품들, 특히 대중문화의 작품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허다하다. 그 가운데 굳이 어떤 사랑이 더 아프고, 더 진실 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랑을 끝없이 이야기 할 뿐이다. 드라마란, 문학작품이란 원래 인간의 본질을 파고드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 사랑의 문제, 사랑이라는 가치일 수밖에. 근데 왜 모든 드라마는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데 천착하게 되는가? 거기에는 딱히 단 하나로 말할 수 있는 정답이 없어서다. 영원히 찾지 못할 정답을 찾아서 헤맨다고나 할까. 수많은 작가들이 수많은 세월 동안 파고들어봤지만 아직도 단 하나로 규정지을 수 있는 정답이 없기에 여전히 모든 작품들이 너도나도 인간 또는 인생의 본질을 파고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사랑 역시 정답이 없기 때문에 너도나도 끊임없이 드라마를 비롯한 모든 문학이나 영상작품의 대상으로 자꾸만 다루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미 정답이 나와 있거나 누군가 정답을 찾아냈다면 모든 문학작품들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의 박수 받은 ‘첫사랑’
바로 그 시청률이 부담이자 멍에

그리고 누가 그 지긋지긋한 사랑이야기를 작품의 소재로 삼으려 하겠는가. 모든 사랑이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시각만 달리할 뿐, 아무도 그 정답을 찾아내지 못해서 언제나 흥미진진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첫사랑’은 모든 문학작품, 모든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취급한 소재 가운데 하나다. 아마도 그 순수함이나 진정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사람들은 그 정확한 개념에는 관심도 없이 그저 ‘첫’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막연한 그리움과 환상으로 가슴을 설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수많은 문학작품들이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예술의 형태에 있어서 이 ‘첫사랑’ 만큼 자주 등장한 예도 드물 것이며, 그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연령대에 관계없이 뭇사람들의 가슴을 거의 예외 없이 휘저어 놓는 효과를 발휘했다. 1996년부터 1997년 사이에 KBS-2TV가 방송한 조소혜의 ‘첫사랑’도 첫사랑이란 소재와 제목 면에서는 그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조소혜 작가가 쓴 드라마 ‘첫사랑’은 달랐다. 첫사랑을 내건 역대 어떤 작품보다 그 반응에 있어서 폭발적이었고 뜨거운 사랑을 듬뿍 받은 드라마가 되었다. 시청률이 최고일 때는 무려 65.8%였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이미 그 전에 국민드라마로 꼽힌 ‘아씨’나 ‘여로’가 있었지만 그 무렵에는 공식적인 시청률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나 시청했고 과연 최고시청률이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MBC의 ‘사랑이 뭐길래’와 SBS의 ‘모래시계’도 각기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지만, 조소혜의 드라마 ‘첫사랑’의 시청률이 무려 60%를 넘었다는 것은 명실공이 정점을 찍은 드라마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만큼 드라마 ‘첫사랑’의 인기는 대단한 것이었다. 말이 첫사랑이지 엄격히 첫사랑 만은 아니었다.

작가로서는 미완의 모습으로
쓴다는 고통에서 해방되다

누구나 살아가는 세상, 그저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이야기의 구도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에 가족사와 형제애 등이 얽힌 그다지 특징 없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 가운데 하나였다. 가난한 집에 태어난 두 형제를 중심으로 형(탤런트 최수종)이 잘 사는 집 딸(이승연)을 좋아하지만 그 집안의 반대에 부딪쳐 폭행까지 당하고 심지어 불구의 몸이 된다. 그런 속에서도 첫사랑 여인에 대한 미련을 끊지 못하고, 힘없는 아버지와 약간 모자라는 누나까지 끔찍이 보살핀다. 이를 지켜본 동생(탤런트 배용준)이 형을 위해 그 집안에 대한 복수에 나선다. 집안 간의 차이와 빈부의 격차로 숱한 고민과 갈등과 시련을 겪으며 그 속에서 피어나는 형제애와 가족애를 부각시킨 이야기였다. 어찌 보면 아주 흔해빠진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했는지도 모른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신파적인 요소에서 겨우 살짝 벗어난 정도였지만 작가는 가능한 한 최소한의 품위를 잃지 않는 수준에서 이야기를 꾸밈없이 쉽게 풀어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성의 확보에 성공한 셈이다. 66회까지 나간 이 드라마 ‘첫사랑’ 한편으로 그때까지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배우 배용준, 최지우가 일약 스타로 탄생했고, 최수종과 이승연 모두 연기자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작가 조소혜는 광주에서 태어나 여상(女商)을 나와 은행원으로 근무했다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이 말은 곧 그 자신이 직접 써서 남긴 이력은 없다는 뜻이다. KBS의 단막극 시간인 ‘드라마게임’ 등을 통해 천천히 띄엄띄엄 활동을 해오다가 이 ‘첫사랑’ 직전에 역시 연속극이었던 ‘젊은이의 양지’로 주목을 받았고, 그 전후에 ‘종이학’ ‘엄마야 누나야’ ‘회전목마’ ‘맨발의 청춘’ 등을 썼지만 이 ‘첫사랑’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불후의 인기드라마는 장마다 꼴뚜기처럼 결코 쉽게 태어나지 않는 법. 그런데도 그로 인한 부담감은 적지 않았다. 그 후로 늘 시청률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끝내는 숙환인 간암에 시달리다 2006년에 49세의 미혼으로 세상을 떠났다. 쓴다는 고통에서 영원히 해방된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 MBC문화동산의 한 그루 나무 밑에 홀로 수목장(樹木葬)으로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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