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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34)-김수현(3)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34)-김수현(3)
내용 ‘강남가족’ ‘수선화’ ‘신부일기’ ‘여고동창생’....
일일극 정착, 1970년대를 ‘김수현의 시대’로

1972년 8월 30일에 시작해 이듬해인 1973년 12월 28일까지, 장장 411회 걸쳐 방송된 MBC의 일일극 김수현의 ‘새엄마’는 당시로서는 가장 긴 최장수를 기록한 드라마였다. 동시에 이 드라마는 텔레비전일일극시대의 중흥을 예고했다. 특히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 흐뭇한 가족애를 다루는 일일극의 정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다음 작품으로, 즉 김수현의 일일극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중요한 것은 이때부터 약 7년간 김수현은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텔레비전일일극을 줄기차게 썼다는 사실이다. 1974년 1월부터, 그러니까 ‘새엄마’가 끝나자마자 불과 며칠 뒤부터 방송되기 시작한 ‘강남가족’은 역시 가장 정상적인 가정과 인물들을 그린 홈드라마로, 당시 김혜자, 최불암, 홍세미 등의 연기자들을 안방극장의 스타들로 배출시키면서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높은 시청률을 계속 유지해 나갔다. 이어서 나온 ‘수선화’는 일일극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서 해당방송사인 MBC에는 이른바 ‘드라마왕국’이라는 별칭을 보너스로 안겨주었고, 바로 이맘때를 전후해서 김수현은 드라마의 귀재로 평가받기 시작한다. 과연 드라마에 관한 한 귀재라 할 만큼 그가 쓰는 일일극들은 그 후에도 계속해서 모두 최고 인기드라마의 반열에 올라 시청률제조기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TV드라마에 관한 한 일인자로 자리를 굳혀간다. 거기엔 이른바 ‘언어의 마술사’ ‘언어의 연금술사’라 불릴 만큼 정확하고 현란한 대사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드라마가 추구해야하는 인간본질에 대한 남다른 천착이 그에겐 있었고,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유난히 아름답고 따뜻하게 보려는 작가적 눈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의 드라마에는 누가 뭐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리얼리티가 있었다.
김수현의 드라마에는 ‘사람’이 살아서 나온다. 사람이 살고 있고 사람들이 움직인다. 현실성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말도 안 되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분명히 땅에 발을 딛고 살아 숨쉬는, 괴물이 아닌 사람들이 나와서 일상생활을 엮어 나간다.

일상을 바탕으로 한 TV일일연속극
무려 7년이나 하루도 쉬지 않고 써

1975년 6월에 시작된 ‘신부일기’는 김자옥 등의 출연으로 여성의 의지와 지혜로움을 엮어 역시 공전의 히트, 1976년의 ‘여고동창생’ 또한 많은 시청자들을 브라운관에 붙들어놓았다. 여고시절 단짝이었던 다섯 명의 동창생들이 사회에 나와 살면서 부딪치는 사건들을 재미있게 다뤄 유난히 인기를 끌었다. 1977년의 ‘당신’은 새 며느리가 겪는 어려움을 통해 남편의 애정을 찾아가는 홈드라마로 역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인기를 누렸다. 그러는 사이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김수현드라마에 알게 모르게 중독되었고, 특히 당시 텔레비전일일극 시장은 김수현으로 하여 호황을 누리고 튼튼하고 완전한 프로그램 패턴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텔레비전일일극은 점점 일종의 생활환경으로 자리 잡아 갔고, 그 시절이 무려 7년 가까운 기간이었다. MBC가 드라마왕국이라고 불리던 때도 바로 이 시기와, 계속해서 이어지는 김수현의 MBC주간드라마 시절까지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죽은 시체도 벌떡 일어난다는 김수현의 드라마는 가히 절대적이었고 보증수표와 다름없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김수현의 드라마가 한 방송사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무려 7년이 넘는 일일극 시대와, 그 이후에도 1992년 5월 ‘사랑이 뭐길래’ 까지 한동안 이어지는 MBC의 주말연속극을 통해서. 그러니까 1972년부터 시작된 약 20년간의 MBC와의 인연은 작가 김수현에게 있어서 보다 MBC라는 방송사에 크나큰 공헌을 남긴 기간이었다. 1978년 드디어 김수현은 일일극 집필을 잠시 쉬고 MBC의 주말극 ‘후회합니다’를 내놓는다.

한 때 ‘드라마왕국 MBC’라 함은
곧 ‘김수현시대’를 의미하는 것

김혜자, 박근형, 김용림, 김윤경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는 며느리를 부정한 여인으로 오해하는 시어머니와, 질투심에 불타는 친구와, 따뜻한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인생고뇌의 길을 걷는 중년 여인의 이야기였다. 때문에 김수현드라마로는 처음으로 건전하지 못하다는 방송윤리상의 잡음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역시 그 인기만은 높아서 안방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다. 그러나 김수현드라마가 빠진 텔레비전일일극 판도에서 MBC는 갑자기 저조했고, 그 지긋지긋한 일일극 집필에 다시 김수현을 불러들인다. 작가에게 있어서 일일극 집필은 매일매일 피를 말리는 실로 엄청난 부담이다. 그 작업을 김수현은 하루도 쉬지 않고 거의 7년을 해 온 셈이다. 그래서 잠시 주말극으로 빠졌는데 다시 불리어 온 것이다. 1979년에 방송한 일일연속극 ‘행복을 팝니다’가 그래서 나온 작품이었다. 한 집안에 일곱 세대가 모여 살면서 그날그날 가족들이 벌이는 애환을 다룬 드라마로, 이 드라마로 김혜자, 김영옥, 정혜선 등의 연기자들이 국내 한 예술상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마다 최고 인기를 누리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저 일상생활에서의 평범한 소재를 새롭게 부각시켜 TV홈드라마의 영역을 확실하게 개척했다는 평을 들었다. 번뜩이는 재치와 간결하면서도 그때그때 정곡을 찌르는 대사, 뜸들이지 않는 빠른 이야기의 전개, 상황의 감각적인 반전 등으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TV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했다. 김수현의 드라마가 방송되는 저녁시간이면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들이 없다느니, 주부들이 설거지를 미루고 TV앞에 앉기 때문에 전국의 수돗물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수현의 일일극을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절의 시청자들은 행복했다. 과연 드라마의 성인(聖人), 드라마의 신(神)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의 김수현드라마의 일일극 시대가 가고 김수현의 주말 또는 주간 극 시대가 열리는 1980년대부터는 다시 그의 일일극과 같은 드라마를 여타의 일일극에서는 만나보기 힘들어졌다. 이제 TV드라마의 중심축은 일일연속극에서 김수현이 다시 둥지를 틀기 시작한 주말이나 주간연속극 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대단한 문화적 파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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