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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37)-김수현(6)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37)-김수현(6)
내용 작품성 갖춘 ‘김수현표’ 단막극, 특집극들
시대의 명품드라마로 시청자의 심금 울려

텔레비전드라마에 있어 한 시대를 주름잡는 뛰어난 작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인생과 인간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갖춰진 좋은 작가와 더불어 한 세상 살 수 있다는 것은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닌 것이며 그야말로 행운이다. 작가 김수현은 그런 면에 있어서 조금은 과장되지만 흔히 ‘백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작가’라는 말을 듣는다. 한국적 텔레비전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해온 금세기 최고의 드라마작가란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랬다. 현싱을 알고 보면 그다지 과장이 아니다. 이미 지난 50년이 그랬고, 적어도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그와 같은 작가가 나오리라는 어떤 예후나 가능성이 그다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가끔씩 이른바 국민드라마를 쓰는 작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런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들고 나오는 경우는 많지가 않았다. 그만큼 김수현의 드라마는 때로는 너무 속사포 같은 대사 때문에, 가끔은 작가자신을 쪼개놓은 분신 같은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함으로 인해서 굳이 취향이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언어의 연금술사 또는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이 작가의 평가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언어문학으로서의 텔레비전드라마와 인물의 캐릭터 창조,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눈에 있어서의 탁월함은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창작력의 귀재며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드라마에 관한 한 감히 신(神)의 경지에 이른 것 같은 김수현의 능력은 일일이나 주간 등 연속극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특히 1981년에 열린 컬러텔레비전시대 이후, 설이나 추석 등 신년이나 명절의 이른바 계기(季期)특집 또는 각 방송사의 창사 특집극 등을 통해 내놓은 단발성 드라마들의 경우, 작품성이나 완성도에 있어서 격찬을 받은 감동의 명품드라마가 적지 않았다. 대개 2부작 또는 길어야 3부작의 형태로 방송된 이들 단막극 또는 그야말로 본래적 의미의 미니시리즈 형태의 김수현드라마들은 TV드라마의 덕목을 가장 잘 드러낸 명품들로 그때마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들은 주로 가족드라마이기도 했지만 인간의 본질과 인생의 본질을 잘 드러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숱한 연속극들과는 또 다른 신선한 감동과 함축미를 안겨주었다.

컬러 방송시대 이후 주로 내놓은 특집극들
작품성과 완성도 면에서 드라마의 금자탑

다시 말해 흥행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다 잡은 드라마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1981년에 컬러 방송시대를 맞아 내놓은 두 개의 특집극이 화제를 모았다. 하나는 MBC의 신년특집극으로 방송한 90분짜리 드라마 ‘첫손님’이었고, 같은 해 같은 신년특집극으로 KBS-TV에서 3부작으로 방송한 ‘옛날 나 어릴 적에’는 노인문제를 깊이 다룬 문제작으로 그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작가상을 받았다. 그저 간단하게 말하자니 노인문제지 그 차원을 넘어서 인간과 인생을 다룬, 한 편 한 편 잘 짜여 진 주옥같은 드라마들이었다. 특별한 사건이거나 액션이 아닌 그저 담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폐부를 찔렀다. 텔레비전드라마는 무슨 요란한 액션이나 엄청나게 압도하는 영상, 즉 화려한 화면이 아닌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내용이며 마음과 생각을 그려가는 것이란 뜻이다. 여기서부터 김수현은 굵직한 특집극 작가로서의 명성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물론 흑백TV시대인 1970년대 후반에 KBS와 MBC에서 방송한 단막극 ‘말희’와 ‘보통여자’도 주목을 끌었다. 1982년 1월 1일 MBC 신년특집극 ‘아버지’도 주목을 받았고, 1983년의 KBS 신년특집극 ‘딸의 미소’ 역시 김수현 텔레비전 특집드라마 특유의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 후로도 특집극 ‘인생’과 ‘은사시나무’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드디어 1992년 SBS 창사기념특집극 ‘어디로 가나’는 3부작을 하루에 다 방송한 드라마로 인간본질에 관한 작가의 농익은 천착이 전편에 흐르고 있었다.

인간과 삶에 대한 천착과 진정성으로
단발성 특집극마다 사람들의 눈길 모아

거동이 불편한 반신불수의 치매에 가까운 노인을 모시는 문제를 통해 자식과 부모, 삶과 죽음,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되었다. 과연 인간은 살다가 죽으면 정녕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일일연속극과 주말연속극은 홈드라마나 멜로드라마를 주로 다뤄왔지만 특집극에서만은 우리 시대의 화두, 즉 가장 큰 문제를 부각시켜 심도 있게 다룬다는 평을 받았다. 이 무렵을 전후해서 김수현은 백상예술대상의 최고상인 ‘대상’을 혼자 받게도 되지만, 방송사를 비롯한 각종 작가상에 관한 한 한때 모조리 섭렵하는 상황으로 발전해 급기야 작가가 극구 사양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1970년대 초반 ‘새엄마’로 방송대상 작가상을 받기 시작하더니 그 후 수차례의 방송대상, 백상대상, 그리고 영화시나리오 상까지 받았고,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살아있는 드라마작가로는 처음으로 나라에서 주는 문화훈장까지 받는다. 그리고 김수현의 특집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령 1997년 IMF 사태 이후 어려워진 경제상태가 개인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쳐 숱한 좌절을 맛봐야 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린 ‘홍소장의 가을’이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 문을 연 종편방송의 개국특집극으로 ‘아버지가 미안하다’를 써서 상처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드라마로 치유해주기도 했다. 아마도 연속극이 아닌 단발성 단막 또는 특집극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모은 경우는 김수현드라마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연속극의 특성 상 자칫 놓치기 쉬운 작품성을 마치 보상이라도 하듯이 그의 몇 부작 특집극들은 그 어떤 문학행위에서도 다루지 못한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대중적 흥행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품질에 있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작품들을 가장 많이, 가장 많은 호응을 받으며, 그가 확실히 금세기 최고의 드라마작가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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