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42)-김순철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42)-김순철
내용 불후의 인기드라마와 연기자이야기(2)


생김새의 리얼리티가 중요한 수사드라마,
형사탤런트 제1호 연기자는 ‘김순철’이었다

한국TV드라마에서 대표적인 수사드라마를 꼽으려면 단연 MBC의 ‘수사반장’이다. 그것도 한국적 수사드라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들에게 익숙해 있고, 방송기간도 가장 길었다. 1971년 3월 6일에 시작해 1989년 10월에 8백회를 넘어 끝날 때까지, 무려 19년 가까이 방송을 했으니 단일 프로그램 치고는 실로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구수하고 텁텁하게 생긴 탤런트 최불암이 시종일관 반장 역을 맡았고, 초기 형사들로는 박 암, 김호정, 조경환이었다가 중간에 박 암 대신 김상순이 가세했고, 중병에 걸려 사망한 김호정 대신 남성훈이 순경으로 들어왔지만 남성훈 역시 훗날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다가 다른 연기자들보다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MBC의 이 ‘수사반장’이 높은 인기 속에 오래 끄는 바람에 사람들은 마치 이들 ‘수사반장’ 멤버들이 대표적인 형사들인 양 인식하게 되었는데, TV수사물의 역사를 따지자면 사실은 이보다 먼저 형사 역을 맡아 연기해낸 사람은 바로 탤런트 김순철이다. 그러니까 TV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고정적인 형사 역을 맡은 사람은 김순철이 제1호였다. 훗날 그는 40대에 접어들면서 여기저기 드라마에 출연해 주로 시끄럽고 떠드는 역할을 많이 소화해낸 연기자로도 유명한데, 이 김순철이 한창 젊은 날에는 아주 체격이 당당하고 기백 있는 연기자로 사람들에게 인상 깊게 남았다.

형사연기는 ‘수사반장’ 최불암 보다 먼저다

바로 그의 젊은 시절인 1960년대 중반 당시 TBC-TV(동양방송)는 시청률경쟁을 의식해 나름대로 새로운 유형의 드라마를 신설했는데 그것이 바로 최초의 수사 극이 된 ‘형사수첩’이었다. 처음에는 이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 당대 최고의 영화계 액션스타 ‘황 해’ ‘장 혁’ 등을 TV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그때 TBC-TV의 전속탤런트였던 김순철을 당당하게 형사 역으로 기용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엉뚱하게도 전혀 배우 같지 않은 그의 뚱뚱한 체격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수사물이라지만 보통 드라마에 출연하는 탤런트라고 하면 생김새가 매끈하고 호감을 갖는 인상이어야 했는데, 이 경우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못 생긴 탤런트가 발탁된 케이스였다. 얼굴이 둥글고 넓적하고, 살이 쪄서 마치 굴러다니는 것 같고, 눈도 부리부리하고 약간 나온 편이라 영 인상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제1호 형사 역 탤런트로 선택한 것이다. 비대하고 우직해 보이는 체격과는 달리 날카로운 추리를 잘 해내는 수사관으로 그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일선경찰서의 형사들이란 김순철 처럼 그렇게 수더분하게 생긴 것이 훨씬 리얼리티가 살고 현실적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때부터 수사드라마에 등장하는 형사들의 이미지가 결정된 셈이었다. 가장 현실에 가까운 얼굴, 드라마에서는 형사를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얼마나 형사에 가까운 사람이냐가 관건이었다. 범인이나 잡고, 밤을 새워 잠복근무를 하고, 온갖 잡범들을 대해야 하는 형사가 굳이 잘 생긴 탤런트여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에 따라 한국형사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판이었다.

한국형 수사관의 이미지 만들고
‘TV문학관’ 등에서도 온몸으로 열연

물론 이런 생각은 훗날 MBC-TV의 ‘수사반장’에도 이어져 거기서 형사 역으로 출연하는 탤런트들도 어떻게 하면 실제상의 형사이미지에 맞을까하는 관점에서 뽑기도 하고 연기도 했다. 실제로 ‘수사반장’에 출연한 탤런트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반장을 맡은 최불암이나 좀 다를까 나머지 형사 역을 맡은 연기자들의 인상은 일반적인 탤런트라기보다 오히려 형사에 더 가까운 이미지들이었다. 어쨌거나 제1호 형사 역의 연기자 김순철은 경우에 따라서는 서울시경 간부회의에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경찰활동이 어떤 것인지 직접 눈으로 익혀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경찰 측의 특별배려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때로는 수사를 나가는 진짜 형사를 따라다니다가 겨울에 심한 감기에 걸려 한 달 가까이 고생한 경험도 있었다. 덕분에 당시 시경에서는 탤런트 김순철에게 명예경찰계급까지 수여했고, 탤런트로서는 최초로 경찰계급장을 다는 영예도 누렸다. 형사 역 제1호 탤런트 김순철은 수사드라마에 나오는 한국형 형사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발판을 닦는데 성공했다. 생김새도 생김새이지만 경찰로서의 수사관이나 형사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리얼리티의 일단을 내보인 것이다. 수사드라마에서 형사가 뜨면 동시에 뜨는 역할이 있다. 범인 단골이랄까, 형사 못지 않은 범인의 역할이다. 당시 김순철이 형사로 출연한 ‘형사수첩’에서 범인 역할로 확실히 자리 잡은 연기자는 성우 출신의 탤런트 ‘이성웅’이었다. KBS 공채 1기 탤런트 출신인 김순철은 그 후 KBS의 ‘TV문학관’에도 여러 편 출연했고, 역시 TBC-TV의 장수드라마 가운데 하나인 ‘여보 정선달’에서 해학적인 연기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한때 인기몰이를 한 주간연속극 ‘결혼행진곡’ 등에선 “바쁘다 바뻐”라는 유행어도 남기면서 탤런트로서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2004년 그는 66세의 나이로 평소 생각대로 장기기증을 하고 생을 마감했다.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