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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43)-김희준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43)-김희준
내용 불후의 인기드라마와 연기자이야기(3)


혜성처럼 나타났다 전설이 돼버린 스타
국민드라마 ‘아씨’의 김희준을 아십니까

김희준은 여자다. 언뜻 이름만 들어서는 혹시 남자가 아닐까 지레 짐작할까봐 미리 밝혀두지만 김희준은 여자탤런트이다. 김희준은 특색 있는 미인도 아니었고, 특별히 개성이 뚜렷한 연기자도 아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의 이런 점이 큰 역을 맡는데 장점으로 작용했고, 급기야 ‘아씨’ 역할 한방으로 하루아침에 일약 벼락스타가 되었다. 그러니까 당시 국민드라마라고 할 만큼 방송사상 처음 최고로 인기가 치솟았던 ‘아씨’가 그녀의 유일한 대표작이라고 할 정도로 TV드라마 ‘아씨’ 하나가 그녀를 톱스타 반열에 올려놓았다. 1970년 3월 2일부터 1971년 1월 9일까지, 그때까지의 TV방송사상 초유의 장장 253회라는 장기방송을 통해 국민들을 울렸던 드라마 ‘아씨’의 주인공 역을 맡았던 연기자가 바로 김희준이었다. 물론 이 드라마 ‘아씨’의 놀라운 성공은 비로소 텔레비전 일일연속극을 정착시키는 역할도 했다. 처음에 드라마 ‘아씨’가 방송될 때는 사람들이 주인공 아씨 역을 맡은 연기자가 누군지 이름도 몰랐다. 그만큼 김희준은 잘 알려지지 않은 거의 신인 급에 속한 배우였다. 다만 그녀의 얼굴은 동양적이었고, 이 때문에 아씨의 역할에 전격 캐스팅 되었다. 드라마 ‘아씨’는 작가가 마지막 회 해설에서 썼듯이 “지금까지 시청하신 아씨는 우리들의 어머니이며, 우리들의 할머니이며, 인내를 갖고 살아온 우리들의 한국여성입니다”에 딱 맞는 배역이었다.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
말 탄 임 따라서 시집가던 길....

말하자면 한국의 여인상을 형상화 하고 내보이는데 김희준의 이미지가 가장 적절하다고 믿었던 것이다. 아씨는 순종과 희생과 인내와 미덕의 화신이었다. 그런 아씨를 괴롭히는 남편 역의 남성연기자가 어쩌다 길거리를 지나기라도 하면, 시청자들이 알아보고 욕설을 퍼붓는 등 봉변을 당하거나 곤욕을 치를 정도로 ‘아씨’를 향한 일반시청자들의 연민의 정은 크고 깊은 것이었다. 그런 공감과 동정심을 김희준은 불러일으켰다. 김희준의 동양적 이미지는 ‘아씨’ 바로 직전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이광수 원작의 소설 ‘사랑’을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거기서 주연을 맡기로 돼 있던 여성연기자가 연출자와 다퉈 펑크를 내는 바람에 대역(代役)으로 발탁되었다. 사실상 무명의 김희준은 이 드라마 ‘사랑’에서 대역을 맡아 무난하게 소화해낸 덕분에 ‘아씨’와 같은 큰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아씨 역을 맡아 처음으로 노인분장을 시켰는데 영 어울리지가 않아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드라마 ‘아씨’에서의 김희준의 역할은 결혼 전 처녀 때부터 60대 할머니까지 변화가 많은 분장과 연기를 해야 하는 케이스였다. 그런데 드라마의 회가 거듭될수록 김희준의 연기는 몸에 붙었고, 온통 김희준 붐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방송사 앞에는 날마다 그녀를 보려고 몰려온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또 다른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때는 방송으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지면 모두 초유였다. 드라마에 나오는 연기자를 만나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다른 인기탤런트들이 은근히, 서서히 인기가 오른 데 비해 김희준은 ‘아씨’ 단 한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불후의 명배우 ‘아씨’의 김희준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드라마 한편으로 이렇게 빨리 톱스타 자리에 오른 연기자는 그 이후로도 없었다. 평소 김희준은 좀처럼 의사표시를 안 할 정도로 조용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런 김희준이었지만 그녀가 ‘아씨’의 연기에 몰입했을 때는 평소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드라마 속 인물에 동화돼 있었다. 온갖 시련과 삶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결코 기품을 잃지 않는 여성의 이미지가 그에게서 육화(肉化)되어 나왔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백발이 성성한 쪽머리에 비녀를 꽂고, 돋보기까지 낀 말년의 아씨에게서는 한 세상 다하여 돌아온 고향 같은 포근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 후 김희준은 1977년에 ‘동기(童伎)’라는 사극에 출연했다. 배우 김희준, 연기자로서의 김희준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연기자로서는 절정의 순간에 한 정신과의사와 결혼을 하고는 그때부터 평범한 가정주부로서의 길만을 택하게 된다. 그리고는 연기자 김희준은 일체 대중 앞에 노출되지 않았고, 어디 길에서도 그녀를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철저히 모습을 감춘 것이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어떤 연출자가 김희준의 출연을 위해 집에 까지 찾아가 간청을 했지만 본인은 물론 시댁에서 연기자로서의 활동 재개를 결코 승낙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다 은퇴 후에도 다시 나와 재기에 성공한 연기자들이 가끔은 나오지만, 한번 떠난 김희준은 아주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대중으로부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예전의 ‘아씨’처럼 곱게 늙어가고 있을까. 몹시 궁금해지는 연기자 가운데 한 사람이 김희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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