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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66)-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연기대상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66)-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연기대상
내용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예연기대상
편의에 따른 나눠먹기 문제 있다


해마다 연말에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연예대상 또는 연기대상 공개시상식을 갖는다. 연기상의 경우 한 해 동안 자기네 방송사에서 내보낸 드라마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총 동원된다. 생방송 프로그램의 형태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한해를 결산하는 의미도 있지만, 일종의 쇼를 통해 제작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자사의 좋은 이미지를 남기려는 홍보의 효과도 노린다. 특히 이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분야 연기상의 경우, 그 해에 방송된 TV드라마 가운데 가장 우수하고 좋은 작품과 연기자를 골라 상을 주는 취지로 출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이 행사 후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원래 취지는 온 데 간 데 없고 그 방송사의 필요에 따라, 작품의 질이나 연기의 감동보다는 적당히 나눠먹기를 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가령 다음 해에도 그 연기자를 붙들어두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든지, 아니면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면 마치 그 연기자를 차별하거나 홀대하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니까 가능하면 골고루 나눠주는 모양새를 취한다. 그래서 무슨 구실을 붙여서라도 가급적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이 되고, 결과적으로 방송사마다 겹치기도 해서 정작 당사자들은 그 연말행사에 출연하느라 이 방송 저 방송을 왔다 갔다 뛰어다니느라 한 바탕 생난리를 피운다. 자기네 방송에서만 수상하고 상대 방송사 행사에는 수상하지 못하도록 쟁탈전을 벌이기도 하고, 거기에 따라서 상을 주고 말고를 조정하기도 한다는 뒷얘기까지 무수히 나왔다. 그런 상을 받아서 무엇에 쓰겠는가. 하기야 그 상도 못 받으면 토라지거나 한동안 그 방송사와의 관계가 서먹해지기도 일쑤라고 한다. 외주제작일 경우 더욱 더 상을 받기 위한 수상 작업을 치열하게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시상기준은 기여도라고 할까, 말하자면 상업적 가치로 나타나는 시청률이다. 한 해 동안 자기네 방송사에서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 위주로 상을 주는 것이다.


방송사 연말 연기연예대상의 허(虛)와 실(實)
짜고 하는 나눠 먹기식 시상은 쇼에 불과


물론 자기네 방송사의 연말시상식인데 누가 뭐라던 자기네에게 이득을 준 프로그램에 시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적어도 방송프로그램에 주는 상이면 시청률 말고도 객관적인 품질, 즉 양질의 드라마에 상을 주어 격려하는 것이 맞다. 비록 사람들이 많이 시청하지는 않았더라도 객관적으로 연기를 잘한 연기자가 상을 받는 것이 옳다. 그것으로 빛을 보고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자고로 상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연말 프로그램의 흥행을 위해서 스타에게 주는 상은 연기상이 아니라 인기(人氣)상이라야 맞다. 그러니까 이 상의 수상자 결정은 방송사 내부의 기구가 아닌 외부전문가들이 맡아야 한다. 방송사의 편의에 따른 나눠먹기가 아니라 진정한 연기자를 골라내기 위한, 그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한 해 동안 그 방송사 드라마프로그램에서 활약한 연기자에게 주는 상이라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상(賞)인 이상 품질을 따지고 옥석을 가려줘야 마땅하다. 시청률 위주로만 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그 해에 가장 저질 막장드라마와 그 드라마 출연 연기자에게 상이 돌아가는 난센스가 연출되지 않았는가. 적어도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이 어떤 취지로든 상을 줄 때는 수긍할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그저 연말특집 오락프로그램으로만 제작해야지 연예대상이니 연기대상이니 하는 이름을 걸지 않아야 좋다. 적어도 공익을 앞세우는 방송사라면 다른 건 몰라도 시상행사만은 품질위주로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가장 문화적이고 가장 합리적이어야 할 방송사의 시상기준이 가장 비문화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사로 전락한다면 무슨 정의가 가능하겠으며, 방송이 그 시대의 문화를 선도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 무렵 자사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하여 그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연기자에게 일부러 대상을 안겨준 예도 없지 않았다. 데뷔경력 고작 2년 차에 연기도 시원찮았던 신인이 쟁쟁한 대 선배들을 제치고 느닷없이 최우수상을 타는 바람에 말썽이 된 적도 있었다.


연기 위주로 평가하는 진정성 결여
제도개선 또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꿔야


누가 봐도 함량미달 또는 역량부족이었는데도 그것도 최우수상을 주는 바람에 그 심사기준이 문제가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상을 주는 걸까. 아마도 앞으로의 쓰임새나 다른 사심에 의해서 선정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또 공동수상은 왜 그리 많은가. 나눠먹기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대상 수상자로 2명이 아니라 3명까지 무더기로 호명된 해프닝도 자주 보는 광경이다. 이래서 각 지상파의 연말 연기대상 또는 연예대상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이런 상을 받으러 나온 사람들이 으레 하는 이른바 수상소감 또한 천편일률적이며 거기서 거기다. 연출자, 방송사 간부, 제작사 대표를 들먹이는 것은 아예 정해진 멘트이고, 심지어 하느님까지 들먹이는 사태가 흔하게 벌어진다. 연기대상의 수상소감 치고는 졸렬하고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이 시대의 잘못된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하는 요식행위로 전혀 감동이 없다. 최근 들어서는 시청자의 투표로 결정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청자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당연히 연기력이 아닌 인기투표일 뿐이다.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프로그램으로서도 그렇다. 나눠먹기에 불과한 연기대상 연예대상 같은 요란한 행사보다는 차분하고 진지한 내용의 연말프로그램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고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방송이 연말 잔치 분위기만 낼 것인가. 하다못해 의미 있는 연말특집드라마 한편이라도 만들어 방송하지 않은 것이 오래 되었다. 연말에 나눠 먹기식 잔치로 되지도 않은 연기대상이니 연예대상이니 하는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시끌벅적 하기보다는, 그런 행사나 이벤트는 내부 비공개로 돌리고, 차라리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특집드라마 한편이라도 내보내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서비스가 않을까. 꼭 하겠다면 제도를 개선하던지, 상의 의미와 권위를 높이든지 할 때가 이미 지났다. 그렇지 않고 마치 지상파 3사가 짜고 치는 연말행사 같은 시상식은 방송을 더욱 저질, 저 품격문화의 진원지로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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