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너무했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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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시작하기 너무 꾀가 나는 날.
신문 검색하고 어쩌고 괜히 꾸물대다 ' 미리내 ' 들어왔더니 쯔쯔 마지막 글 올린 것이 작년 10월 3일, 일년 넘기 전에 들어와봐 다행이다 하면서 자판 두들기고 있다.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이 아주 없지는 않으나 고질병인 ' 나까지 주절주절 지껄여 뭐하나 ' 때문에 그만두고그만두고 하다보니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나는 2년 반을 가불해 벌서 70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인데, 어제 밤에는 불현듯 아아 운 좋아봤자 앞으로 10년이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라 갑자기 얼마쯤은 급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아마도 일을 두세편 쯤은 더 할 것이고 그러면 5,6년은 지금처럼 어느샌지 모르게 도둑맞은 것처럼 잘려 나갈 거고 그럼 나머지 4,5년 차분하게 준비했다 어느날 떠나야한다. 앞으로 10년도 운 좋아야라는 단서가 붙는 거지 보장된 건 아니다. 내 앞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 건지 알수 없는 거 아닌가. 북창 밖 나무 잎들은 푸르러푸르러 한여름으로 달리고 있고 장마가 끝나면 무지막지한 더위가 대기 중이라는데 아직 작업은 금주까지 13주가 남아 있다. 13주를 무엇으로 메꿔나갈 건지도 현재로선 막연하고-언제나 그렇지만-더위 속에서의 작업을 어찌 해낼 것인가도 가볍지가 않다. ' 인생은 아름다워 ' 는 동성애커플에 대한 반감때문에 청률이가 20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다고들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는 그저 그만큼 완고한 벽에 달걀던지기를 하면서 그 정도라도 나와주는 게 고마운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김수현 드라마라고 해서 믿고 들어와 준 연기자들한테 그저그런 시청률 성적표가 좀 미안할 뿐. 나한테 중요한 것은 몇년 뒤 이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하고 물러났을 때, 나는 내 일을 허접스럽게는 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다. 하기는 누군들 자기 일을 허접하다 생각할까마는 . 허접한 걸 알면 허접하게 토해놀까마는. 또 누군가는 김수현도 허접했다 평가할 수도 있는 거겠지만. 아하하하하. 종착역이 가까와 오고 있다.. 가지고 내릴 짐은 없으니 서둘러 짐 챙길 필요없고 그저 기차가 멈추면 우아하게 흐터져 사라지는 조용한 숨결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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