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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드라마 비평_괜찮아 사랑이야(SBS)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괜찮아 사랑이야(SBS)
내용 그들만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특정소수의 이야기에 보편성 결여

SBS-TV의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무척 어수선하게 시작되었다. 극중 젊은 추리작가(조인성)의 생일파티가 꽤나 시끄러운 클럽에서 춤판과 술판으로 벌어졌다. 거기서 방금 출옥한 듯한 사나이에 찔려 피투성이가 되고, 또 다른 정신과 환자는 병원을 빠져나와 거리에서 자동차 레이스를 방불케 하는 탈주 극을 벌인다. 그 환자의 담당의사인 정신과 여의사(공효진)의 행동과 그녀가 사는 집과 주변 인물들은 또 어떤가. 선배의사(성동일)로 나오는 인물과 희귀병 환자로 보이는 인물(이광수)은 한 집에 산다. 추리작가는 처음부터 표절시비에 휘말리고, 정신과 여의사와 엮이면서 그녀와 함께 병원을 탈출한 환자를 쫒아 우리 사회에서는 기상천외라 할 만 한 정신질환자와의 자동차 폭주에 뛰어든다. 이밖에도 비교적 복잡하고 충격적인 액션과 상황전개가 뭐가 뭔지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속도를 냈다. 당연히 주고받는 대사도 그들만의 전문 언어에 가까운 말들을 속사포로 쏟아냈다. 도입부치고는 꽤 많은 이야기와 복잡한 관계설정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한 마디로 보는 사람이 불편하고 정리하기 어려운 드라마의 도입부였다. 보는 사람은 안중에 없었다. 이용자의 정서는 고려하지도 않고 마치 무슨 문제작이라도 되는 것처럼 촬영이나 제작기법에 크게 의존하는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TV드라마에서의 장면이나 촬영기법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아니다. 도대체 대한민국의 젊은 추리작가 몇 명이 이 드라마 속에 나오는 그런 작업실과 작업환경에서 얼마나 주목받으며 사는지는 알 수 없다.

특정소수의 튀는 행동이 드라마인가

2014년 현재 대한민국의 정신과 여자의사 몇 명쯤이 이 드라마의 시작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렇게 일을 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도 엮이고 쉽게도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분명히 그들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정소수 또는 특수한 경우를 얼마든지 드라마로 만들 수는 있지만 그 경우 특별한 것에 보편성을, 보편적인 것에 특수성을 부여해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텔레비전드라마다. 영상위주의 영화나 무대 위에서 만드는 연극과 달리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TV드라마에서는 어떤 상황도 보편화시키지 못하면 이용자, 즉 시청자와의 거리는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TV드라마의 특징인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극히 특별한 소수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정신없이 끌고나갔다. 젊은 정신과 여의사와 추리작가 이야기를 얼마든지 드라마로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에 한정되거나 일정한 계층의 특수성에 그치고 말면 드라마의 의미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주고받는 대사나 생각, 돌발적으로 저지르는 행동이나 에피소드들이 “우리 멋대로 한번 해보겠다는데 뭐가 어때?” 식이다. 그래서 뭘? 그것을 통해 주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없다. 그냥 그들만의 세상을, 그들이 노는 걸 가능하면 색다르게 찍어서 보여주자는 것이 전부인양 보인다. 연출도 그렇고 상황전개도 그렇다. 마치 “이게 새로운 드라마다” 하고 찔러대는 것 같다. 천만의 말씀, 그것은 착각이며 치기(稚氣)일 뿐이다. 오만불손하고 안하무인격의 드라마라고나 할까. 텔레비전드라마는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삶을 얘기하게 되는데, 다만 그 시각이 새롭고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때 우리들의 관심을 끌고 새로움을 느낀다.
보편적 가치를 전하지 못하는 드라마

기법이나 에피소드가, 장면이나 인물들의 행위가 색다르고 아이템이 다소 특이하다고 해서 새로운 드라마는 아니다. 이렇다 할 내용도 없이 오로지 그들이 사는 방식과 부딪치는 행위들이 난해할 뿐, 마치 그것을 감각의 신선함인 양 내세우는 것 자체가 일종의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 소수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든 다수의 삶과 연결이 돼야 하고,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주 쉽게 전달되는 내공과 노련미가 요구된다. 드라마이용자 즉 시청자를 상대로 오로지 자신들의 기교적 아이디어를 내보이고 실험하려드는 것은 TV드라마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시청자는 그런 치기 어린 실험에까지 관용을 베풀지는 않는다. 제발 엄청난 문제작을 내놓는 것처럼 생활과 아무런 관련 없는 극소수 특정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어렵게, 정신없이 전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신과 의사나 추리작가나, 정신질환자나 기타 주변의 인물들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다들 정신질환자로 보인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이야기’로 보인다. 몇 년 전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방송계 주변에서 일하며살아가는 젊은 세대 그들만의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의 삶과 연결 짓는데 실패했다. 역시 그렇게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계를 느끼며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후로 ‘빠담, 빠담, 빠담’이라고 해서 감옥에서 출소한 자의 얘기를 다뤘고, 일본원작을 각색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는 맹인여성과 출소자를 다뤘던 기억이 있다. 모두 ‘괜찮아 사랑이야’ 제작진과 관련이 있는 드라마들이다. 소수의 특별한 이야기를 보편화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또 다시 특별한 메시지 없는 특정소수의 이야기를 마치 실험이라도 하듯이 버젓이 내놓은 것이다. 드라마의 소재나 그 소재의 운용방식에 있어 일종의 자가도취 또는 독단적 탐미주의에 빠져 시청자를 상대로 만용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이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내용이 중요하지 튀어보려는 제작기법상의 얄팍한 아이디어가 사람들을 홀리지 않는 법이다. 또한 그럴만한 가치인가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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