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드라마 비평_산 너머 남촌에는2(KBS1)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산 너머 남촌에는2(KBS1)
내용 “저(低) 자극 일상성의 농촌드라마”
KBS 1TV 일요일아침 ‘산 너머 남촌에는 2’

농촌을 무대로 하는 TV드라마의 대표 격이었던 MBC-TV의 ‘전원일기’가 1980년에 시작해 2002년 12월에 막을 내렸다. 무려 22년이란 세월을 끌어온 실로 장수한 독보적인 농촌드라마였다. 그 후 농촌생활과 농촌을 무대로 한 드라마로는 KBS 1TV에서 역시 비교적 장수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가 있었다. MBC의 ‘전원일기’ 이후 KBS 1TV가 공영성을 염두에 두고 거의 의무적으로 제작한 것처럼 보이는 이 드라마는 사실상 시청률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에 속했다. 그렇지만 탄탄한 고정시청 층은 늘 확보했었고, 거기에 힘입어 후속으로 나온 것이 ‘산 너머 남촌에는’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산 너머 남촌에는’의 말하자면 ‘시즌 2’가 방송중인 셈이다. 여태 까지 대부분의 농촌드라마가 그랬던 것처럼 ‘산 너머 남촌에는 2’에서도 근래 여타 드라마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인 불륜이나 악행, 막장은 없다. 황당하고 해괴한 이야기 등 억지나 역(逆)기능, 자극적인 스토리텔링도 아니다. 완전무공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농약을 잔뜩 뿌리지 않은 일종의 유기농드라마는 되는 셈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는 시추에이션드라마의 특성 상 무리하게 주제를 살리기 위한 때로는 약간의 작위적이고 캠페인적인 내용은 가끔 있어도 결코 자극적이거나 말도 안 되는 삼각관계, 불륜 또는 패륜, 출생의 비밀 등 막장은 없다. 그저 담담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로 드라마를 운반하고 있을 뿐이다.

“농약 안 친 유기농드라마도 본다”

굳이 농촌드라마라기 보다는 무대를 시골로 살짝 옮겨놓은 가정드라마나 가족드라마라고 하는 편이 더 옳을 정도다. 흔히 한 동네 또는 한 집에 사는 3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직은 대가족 같은 상황에다 집안의 세트와 바깥의 농촌배경을 오가는 것만 다를 뿐, 다루는 이야기나 대체로 토론 스타일로 전개되는 드라마의 일상성은 예전 도시풍의 홈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산 너머 남촌에는 2’는 시청률이 늘 10% 안팎이다. 결코 낮은 시청률이 아니다. 요즘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등 제작비를 많이 투입하고 힘들여 내놓는 이른바 미니시리즈들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청률이 10%에 훨씬 못 미치거나 그 미만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이 보는 드라마에 속한다. 왜 그럴까? 과연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내용과 현란한 연출로 내놔야 드라마를 본다는 논리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게 하기 위해서 기상천외의 소재나 희한한 내용, 제작기법에 있어 온갖 의욕적인 수단을 다 동원하는 것이 반드시 새롭거나 손님을 끌지 않는다. 꼭 전원을 무대로 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할지라도, 무공해 저(低) 자극드라마로도 진정성이 있을 땐 얼마든지 본다. 자극은 반드시 또 다른 자극을 부른다. 불륜이나 악행, 황당함과 막장은 갈수록 수위를 높여야 한다. 거기에 비하면 ‘산 너머 남촌에는 2’는 심심할 정도로 무(無) 자극, 무 충격요법으로 일관하지만 사람들이 자그마치 10% 안팎으로는 꾸준히 본다는 결론이다.
무리하지 않는 드라마가 또 다른 의미의 TV드라마인 것이다. 일상의 생활,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자연스런 이야기가 드라마인 것이다. 누구도 지어낸 것 같지 않은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이야기가 드라마인 것이다. 근데도 실상은 그걸 하지 못해서, 그런 드라마를 할 능력이 모자랄 때 동원되는 것이 억지와 막장, 해괴망측과 황당함이다. 새로움이 아니라 능력부족인 것이다.
“일상성의 업그레이드와 진화는 필요하다”

다만 이 농촌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 2’의 경우 지나치게 자질구레한 일상성에만 머무르지 말고 보다 업그레이드 된 사람의 이야기, 모든 사람의 살아가는 이야기로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가령 현재의 농촌은 농사만 짓는 사람들만 살고 있지 않다. 귀농 또는 귀촌한 사람들도 있고, 그냥 전원생활을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도 사는 곳, 예전과 달리 거기도 농사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 속에서 생겨나는 인간의 문제를 다뤄가는 것이 당연히 모든 인간의 문제에 부합된다. 말이 농촌이지 동시대인들의 삶의 축소판이다. 거기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사랑, 결혼, 이혼, 욕망과 좌절, 한번 생각해봐야 할 온갖 문제가 다 있다. 인간본질의 문제는 무대가 지금의 농촌이라고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마치 농촌에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만 일방적으로 골라 아주 편협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느낌이 가끔은 든다. 그러니까 ‘지나치게 자질구레한 일상성’만 다루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농촌드라마도 드라마다. 농촌드라마이기 이전에 드라마로 서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재나 내용에 있어 보다 업그레이드 된, 일반드라마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진화가 필요하다. 무대가 농촌이든 어촌이든, 소도시든 대도시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장소에 상관없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드라마의 향기를 더하는 삶의 드라마를 보고 싶은 것이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