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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드라마 비평_기분 좋은 날(SBS), 드라마의 끝없는 자극과 무리수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기분 좋은 날(SBS), 드라마의 끝없는 자극과 무리수
내용 ‘끝없는 사랑’의 끝없는 자극과 무리수
‘왔다 장보리’의 왔다 거짓말과 저속함

SBS-TV 주말연속극 가운데 ‘기분 좋은 날’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눈에 띄지 않는다.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만으로는 임팩트가 너무 약하고 흡인력이 없다. 이미 34회가 지나갔는데도 왜 시청률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을까. 자극과 충격이 없는 홈드라마 또는 ‘홈 멜로 물(物)’이어서? 주말연속극은 대개 홈드라마다. 그만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구성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 꼭 자극적이고 기상천외한 스토리텔링만이 시청자를 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기분 좋은 날’은 그런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는 방법이나 인물들의 가치관, 정서적 감각이 한층 더 신선하고 새로울 필요가 있다. 현실을 살아가는 지혜가 도처에서 번득여야 홈드라마는 산다. 막장도 아니고 부정적인 요소도 강하지 않지만 그저 하나마나한 이야기뿐이라서 더욱 밋밋하다. 엄청난 사건이나 해괴망측한 행동이 아니라 자연스런 마음의 변화가 필요할 듯하다.
거기에 비해 역시 주말극 ‘끝없는 사랑’은 너무 힘이 들어가 있고 갈수록 끝없이 자극과 충격과 무리수를 되풀이하는 느낌이다. 언제까지 그 자극과 충격적인 상황의 수위를 자꾸만 높여갈 셈인가. 일찍이 여성재소자 출신인 주인공 여성(황정음 분)은 군부출신 정권실세(차인태 분)의 당번병(류수영 분)과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결국 이뤄지지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연기자로 발탁된다. 그리고는 학생운동에 연루돼 연행(납치)되고, 거기서 끌고 간 괴한들에 의해 끔찍한 고문과 성폭행까지 당한다. 그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까지 하게 되지만 유산시키려 하고 있으며, 그 후로는 나름의 방법으로 엄청난 복수를 꿈꾸는 것처럼 예고한다.

“갈수록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무리수 동원”

대체로 1980년대 초반쯤의 정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바로 그 쓸 데 없이 설정한 시대적 엄혹함 바람에 갈수록 무리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가령 실제로 그 시절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과 드라마는 다르다. 그냥 멜로가 아니라 마치 엄혹한 시대의 희생자인양 극의 동기를 끄집어낸 데서, 마치 드라마가 엄청난 일을 폭로하고 해내야 하는 것처럼 진행함으로써 점점 현실적 공감과 동떨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주말 안방에다 한번으로 끝나는 단막극도 아니고 오히려 전개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연속극으로, 성폭행과 고문 등 자극적인 부분을 내세우는 발상은 불특정다수 상대의 TV드라마로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런 자극과 충격요법으로 사람들이 드라마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다. 한번 내놓은 자극과 충격은 갈수록 그 수위를 높여야 하는 법. 냉정함이나 객관적인 작가적 시각과 관점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있는 드라마로 보인다. 자극과 충격을 높여갈수록 공감도 덜 가고 가짜며 억지로 지어낸다는 느낌만 든다. 애당초 사회성이면 사회성, 시대성이면 시대성, 멜로드라마면 멜로드라마로만 갔어야 그나마 진정성이 살 수 있었을 것을 막연한 시대적 상황에 빗대거나 업혀가려는 시도가 더욱 이야기를 가짜로 만들었다. 잔뜩 힘만 들어가고 무엇인가 하는 체 하는 드라마에 우리는 이미 신물이 났다. 그리고는 주말 저녁 MBC-TV의 주말연속극 ‘왔다 장보리’가 있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추악한지, 얼마나 저속하고 악랄하고 거짓으로 악행의 나락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인간이 얼마나 허위와 위선과 중상과 모략의 덩어리로 뭉쳐져 있는지, 할 수 있는 한 온갖 다양한 거짓말을 연구하고 만들어 다 보여주고 있는 경우다.
“할 수 있는 거짓은 다 꾸며내는 <장보리>”

비교적 정상적인 인간이면 벌써 한 마디로 끝났을 이야기를 앞으로 50회까지 끌고 간다고 한다. 작가는 매회 무슨 거짓말을 어떻게 할까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전혀 아무런 가치도 없는 하찮은 수준의 일 같지도 않은 일들로, 모두가 온통 그것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사는 것처럼 하고 있다. 이런 것이 드라마이며 이런 걸 하는 사람이 작가인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많이들 보는데 뭐가 어때?”라고 하겠지. 지금까지의 예로 봐선 MBC는 다시 또 그런 저질드라마를 또 쓰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온통 머릿속에 저질 거짓말만 양산해내고, 세상이 그런 유치한 발상에 따라 움직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만드는 드라마는 그야말로 전파낭비고 자산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이라든지, ‘인생’이라든지 하는 말을 이 드라마에 떠올린다는 것 자체가 억울하고 아까울 정도다. 한 여자아이의 크고 작은 거짓말 퍼레이드를 우리는 매주 주말 밤에 보고 있을 뿐이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 그 누구도 한 순간의 진지함이나 삶이 없다. 현실적으로는 도무지 있을 수 없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아무리 한복 만드는 가문의 침선장인지 명장인지가 그렇게 대단하다 해도 최소한의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사람을 죽여가면서 까지 그 자리를 뺏으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능아나 정신질환자가 아니고서야 거기에 인생을, 목숨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 아이 하나의 터무니없는 욕망과 거짓에 온 주변인물들이 놀아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왔다 장보리’에선 예사가 되고 있다. 그것도 할 수 있는 한 온갖 거짓은 다 동원하면서. 이쯤 되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다. 괴물의 모습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겠다고? 아니었을 것이다. 어떤 짓을 하고 어떤 술수를 써서도 드라마만 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TV드라마에서 진정 괴물이 아닌 ‘인간’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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