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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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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평_야경꾼일지(MBC),연애의 발견(KBS2)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드라마 비평_야경꾼일지(MBC),연애의 발견(KBS2)
내용 ‘유혹’ ‘연애의 발견’ ‘야경꾼일지’
지상파 월화미니시리즈의 굴욕과 몰락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들이 요즘 저조하다. 상대적으로 일찍 출발한 MBC의 ‘야경꾼일지’가 겨우 시청률 10%를 오르내릴 뿐 나머지는 계속 한 자릿수 시청률을 한참 밑도는 것은 물론이고, 새 드라마가 언제 시작됐는지 끝났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월화드라마 미니시리즈의 몰락이자 굴욕이다. 미니시리즈란 원래 연속극의 단점과 단막극의 단점을 극복하고 두 가지 포맷이 갖는 장점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자칫 연속극의 단점이 될 수 있는 주제실종과, 단발물의 단점이랄 수 있는 일회성의 아쉬움을 극복하고, 테마를 뚜렷하게 살리면서도 연속성을 유지함으로 해서 얻어지는 극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회가 거듭되고 작품이 양산될수록 이러한 긍정적인 지향점은 사라지고 작품성도 없고 의미도 없는 그저 평범한 연속극 이하로 전락하고 마는 경향을 매번 보여주면서 몰락은 예견되었다. 그것은 곧 한결 같은 주제의식의 결여 또는 실종과 무의미한 드라마의 되풀이다. 먼저 SBS의 ‘유혹’의 경우 멜로드라마를 표방한 것까지야 탓할 일은 아닐지 몰라도 설사 그것이 멜로드라마라도 최소한의 테마는 가져야 한다. 굳이 미니시리즈가 아니더라도 모든 드라마는 매번 매 작품마다 반드시 내거는 주제가 있게 마련이다. 현실의 모럴을 무장해제하거나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탐미주의를 찬양할 만한 주제는 물고 늘어져야 멜로가 설득력을 갖는다. ‘유혹’의 경우는 그것이 없다. 남의 남편을 빼앗아 올만큼의 강력하고 납득할만한 정서적 타당성을 가져야만 성립될 수 있는 관계, 빼앗긴 남편과 그녀에게 복수하는 뜻으로 홧김에 서방질하는 심사로 다른 남자와 애정을 나누는 구도, 그런 것이 행여 아름답지 못한 불륜으로 비칠까봐 극히 조심스럽게 진전시켜가더니 급기야 이제 와서는 남편을 빼앗아 간 여자주인공은 암에 걸렸단다.


주제도 의미도 실종돼버린 월화드라마들
미니시리즈의 장점도 매력도 못살려


해프닝, 즉 우연이 결코 멜로드라마 만능의 무기가 아니다. 파격적인 가치의 제시가 없다.
애당초 주제의식이 희박했거나, 주제가 애매모호 했거나, 주제생각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얽히고설키고 뒤죽박죽 순전히 지어내는 가짜 퍼즐놀이정도로 묘하게 에피소드만 엮어가는 것이 드라마가 아니다. 어떤 드라마든 드라마에는 그 때마다 목표가 있고 던져주려는 메시지가 있고, 나름의 의미와 주제가 있어야 비로소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KBS-2TV가 새로 시작한 ‘연애의 발견’도 마찬가지다.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애정을 다루려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가령 누구와 인터뷰 하는 식으로 독백을 처리하며 심리적인 과정을 진행시켜간다든지. 그런데 그걸 해서 주고자 하는 테마가 무엇인가. 고작 사춘기적인 발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들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장면만 새롭고 전개방식이 다소 생소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 드라마에 빠지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문제는 무엇을 하려고, 무엇을 주기 위해 이 드라마를 만드느냐다. 다시 말해서 그것이 주제고 메시지고 드라마마다의 궁극적 목표다. 그 주제를 섣불리 겉으로 노출시키는 미숙함도 문제지만, 아예 주제나 의미 없이 이야기만 끌고 가다보면 시청자는 더 이상 그 드라마를 보게 되지 않는다. ‘야경꾼일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처음부터 황당무계하고 환상적인 정체불명의 사극형태를 취한 것은 분명하나, 시종일관 흥미위주의 오락성 외에는 딱히 주는 것이 없다.


주제 없는 드라마는 드라마가 아니다
주제가 곧 사람들을 매료 시킨다


역시 주제의식이 약하다고 하기 보다는 아예 주제가 없는 편이다. 왜 하는지 의미조차 찾기 어렵다. 모두들 주제도 없고 의미도 없는 드라마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도 시청자가 보아줄 것이라고 여긴다면 그야말로 착각 중의 착각이다. 골치 아프게 주제는 무슨 주제냐,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그저 재미만 있으면 그만이지. 혹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대부분의 미니시리즈들이 주제의식이 약하거나 주제도 없이 나간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미국의 서부극이라고 불리던 영화들은 대부분 악당이나 원주민들을 무자비한 총싸움으로 물리치면서 정의와 법칙과 용기의 가치를 테마로 내걸었다. 거기다가 미국인들의 위대함까지.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도 그랬다. 한낱 칼잡이에 지나지 않는 ‘사무라이’ 패거리들에게 마치 인간의 정의와 위대함이 있는 것처럼 주제를 내걸었다. 그래서 두고두고 그들에게 감동을 주고 손에 땀을 쥐고 봐주는 그들의 국민드라마나 국민영화가 된 것이다. 한 마디로 주제를 통해 영웅들을 만들어냈고, 긍지를 살려 인간의 본질인 자존감을 찾아냈다. 드라마가 사는 길은 약간의 기술과 테크닉과 기발한 에피소드 따위가 아니다. 작품마다가 갖고 있어야 할 내용에서 오는 테마와 의미일 것이다. 눈을 씻고 봐도 반드시 있어야 할 주제도 없고 거기다가 하등의 작품성도 없는데 누가 미니시리즈들을 보겠는가.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데는 추호의 고민도 하지 않고 잔꾀나 부리는 식의 학예회 수준도 못 미치는 월화드라마에 흥미를 가질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들에서 드라마를 다룰 때는 연예인 중심의 가십이나 화제 거리 중심의 홍보가 대부분이다. 소위 비평한다는 사람들끼지도 드라마의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출연배우에나 의존하고, 기상천외의 아이디어나 해괴망측한 소재에 끌리는 시청자는 처음부터 없었다. 어떤 형태로든 주제의 진정성 없이는 더 이상 드라마의 미래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지상파의 월화드라마 미니시리즈들이 몰락해 가고, 저조하고, 굴욕 당하는 원인을 찾아 시급히 해결할 일이다. 하다못해 일기장이나 연애편지 몇 줄에도 주제가 있게 마련이고 그래야 효력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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