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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TV 저녁 일일극의 굴욕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KBS-1TV 저녁 일일극의 굴욕
내용 텔레비전 일일연속극들이 맥을 못추고 있다.

꽤 오랫동안 누렸던 일일극전성시대는 이미 아득한 옛날 얘기다. 기존의 편성에서 폐지된 것도 있고, 남아있더라도 거의 관심 밖이다. 일일극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드라마들이 한 마디로 고사 직전까지 밀려나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KBS-1TV의 저녁 일일극만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가. 그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물론 TV드라마 전반에 대한 시청 층의 관심이 떨어진 추세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전통적인 KBS-1TV 저녁 ‘9시 뉴스’의 시청률을 좌우할 만큼 비중이 컸던 시절과는 너무나 판이하다.

과거 다른 드라마들이 시류에 따라 죽을 쑤고 있어도 이 KBS-1TV의 저녁일일극만큼은 늘 평균을 상회하는 시청률보증수표일 만큼 공영방송 KBS-1TV의 주력 프로그램인 ‘9시 뉴스’까지 받쳐주었다. 그러던 이 KBS-1TV 저녁일일극마저 이미 오래전부터 주저앉는 추세가 되었다. 주저앉는 정도가 아니라 그동안 적잖은 경우에서 심지어 ‘막장드라마의 길’에서 헤매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여러 가지 진단법이 있을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KBS-1TV의 저녁일일극이 갖는 프로그램이미지를 살려내기는커녕 정반대로 이 시간대 드라마가 가져야 하는 정서적 품질을 떨어트렸기 때문이다. 무릇 텔레비전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즉 생활을 그리는 것이다. 특히 일일연속극은 시청자의 생활과 현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도 이 KBS-1TV의 저녁일일극은 한국인의 평균적 일상을 정확한 리얼리티와 함께 그려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교적 많이, 편안하게, 부담없이 볼 수가 있었다. 영방송 KBS 저녁일일극만은 어떤 경우에라도 ‘한국인의 평균적 삶’이라는 TV드라마의 본질에 해당하는 현실성을 굳건히 지켜서야 했다. 이것이 공영방송 KBS-1TV 채널 이 시간대 저녁일일극의 숙명인 셈이다.
다른 민간상업방송에서 무슨 황당무계한 드라마를 만들어 장사를 해먹든, KBS-1TV의 저녁일일극만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고 TV드라마 본연의 틀이기도 한 ‘살아가는 현실이야기’를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도 한국인의 평균적인 삶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리얼리티를 절대로 살려갔어야 했다. 우리가 오랫동안 이 KBS-1TV의 저녁일일극을 믿고 봐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KBS-1TV 저녁일일극마저 TV드라마 본래의 정도에서 일탈하기 시작했다. 판타지도 아니고 있을 수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순 엉터리 삶을 현실인 것처럼 되풀이 해왔다. 지금 방송되고 있는 ‘기막힌 유산’도 궤도를 벗어난 KBS저녁일일극에서 크게 예외는 아니다. 막장까지는 가지 않았더라도 세상에 저런 일이, 저런 관계가, 저런 상황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 있다면 몇 만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인지, 도무지 리얼리티가 없는 이야기를 드라마라고 내보내고 있다.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지금 우리들의 생활이나 문화적 의식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는데 저 따위 말도 안 되는 저능한 이야기들을 강요하는 것인가. 한국인의 평균생활이나 의식수준에서 멀어져도 한참 멀어져 있다.

그렇다고 모든 TV드라마가 반드시 현실생활만을 엮어야만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KBS-1TV 저녁일일극 하나만은 동시대의 살아 꿈틀대는 생활을 바탕으로 평균적인 리얼리티를 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전적으로 지어낸, 가공된 저급한 현실만을 되풀이하는 드라마를 누가 지켜보겠는가. 형식이나 포장보다는 내용의 진정성으로 승부하려는 생각이 없는 바보 같은 드라마를 봐줄 시청자는 어디에도 없다. 어떤 경우에도 방송은 프로그램으로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것이다.

(신상일/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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