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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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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히스토리(5)
내용 ‘모래시계’ 폭풍 지나고도 연속극은 건재
드라마의 인문(人文)과 공학(工學) 공존


화려한 연출, 내용보다는 기술에 더 치중한 듯한 공학적 논리, 그리고 파격적인 제작비 투입, 드라마 외적인 대대적인 홍보전략 등이 맞물려 전대미문의 상업적 성공을 끌어낸 드라마 ‘모래시계’ 이후 내용중심의 전통적인 드라마는 금방 풀이 꺾였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1995년 전후의 상황은 획기적인 영상의 변화보다는 여전히 작가가 써주는 극본, 즉 내용이 좌우하는 드라마가 꾸준히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1995년 한해에 큰 인기를 얻은 몇몇 연속극만 봐도 그렇다. 예컨대 KBS-TV의 일일연속극 ‘바람은 불어도’(문영남 극본, 이영희 연출)는 1995년 4월초에 시작해 1996년 3월말까지 꼬박 일 년을 끌고 갈 만큼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KBS는 이 일일연속극 한 편으로 인해 9시뉴스의 시청률까지 부동의 1위로 올리는데 성공할 정도로 한국인의 평균적인 정서를 보편화시켰다. “전통적인 대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한 집안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상실되어가는 가족의 의미와 소중함을 일깨워 준 드라마”로 평가받았다. 최수종, 유호정, 나문희, 김무생, 김윤경, 송기윤, 윤손하, 윤미라, 한진희, 윤유선, 손현주, 정성모 등 당대의 중심연기자들이 총동원되었다. 그리고는 KBS-2TV로 방송된 주말연속극 ‘젊은이의 양지’(조소혜 극본, 전 산 연출) 역시 56부작으로 인기를 끌었다. 주말연속극치고는 만만찮게 길었다. “1980년대 사북탄광과 서울을 배경으로 세 젊은이의 출세와 야망, 사랑과 배신, 형제간의 애증을 그렸던” 드라마였다. 이때 신인배우로 나온 배용준은 훗날 주로 일본 등지에서 한류스타로 크게 성공하게 되었고, 하희라, 전도연, 박상민, 이지은, 홍경인 등의 연기 대결도 드라마의 인기를 높이는데 한몫을 했다. 바로 이 여세를 몰아 1996년 9월에 시작된 KBS의 주말극 ‘첫사랑’(조소혜 극본, 이응진 연출)은 방송 내내 평균시청률 50% 내외를 유지하다가 최종회인 1997년 4월 20일에는 방송 사상 최고시청률 65.8% 까지 치솟아 한 동안 그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배우로는 최수종, 이승연, 배용준, 최지우 등이 주축이었다.


일일극 ‘바람은....’ 주말극 ‘목욕탕집....’
그리고 ‘첫사랑’의 시청률 기록 경쟁


어찌 보면 별 특별한 것도 없는 진부하고 흔해 빠진 이야기였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누구나가 동경하는 이른바 순정을 되찾는 시각이 퍽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래시계’에서 선보인 드라마의 공학이 아닌 인문의 문제, 즉 억지로 마구 꾸며대지 않은 내용중심에, 드라마의 궁극적 목적이랄 수 있는 인간본질의 추구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란 사람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를 그려가는 것이고 드라마이용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바로 그것을 보려는 것이지, 화려한 영상이나 충격적인 사건 도는 황당한 액션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 몇몇 연속극들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무렵 또 한편의 드라마가 세상을 살짝 뒤집어놓는다. KBS-2TV의 주말연속극 ‘목욕탕집 남자들’(김수현 극본, 정을영 연출)이 그것이다. 1995년 11월 18일에 시작해서 이듬해 1996년 9월 1일 까지 방송한 모두 83부작의 이 드라마는 당시 주말연속극의 전형적인 한 패턴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30년간 대중목욕탕을 이어온 할아버지와 그 대가족의 알콩달콩 하면서도 좌충우돌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아주 유쾌하게 펼쳐졌었다. 가족을 중심에 둔 드라마의 한 전형을 리얼하게 이어감으로써 드라마의 부정적 요소를 줄이고 긍정적인 덕목을 보다 크게 부각시켰다. 이순재, 강부자, 장 용, 고두심, 남성훈, 윤여정, 배종옥, 도지원 등이 출연하여 1990년대 중반 한국가정의 현주소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살리는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황당무계하거나 판타지가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생활이 있는 드라마로, 기교가 아닌 작가의 시각과 의식에서 우러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드라마란 외형적 확장이나 공학적인 논리가 아닌 인문과 정서의 산물임을 확실하게 인식시켰고, 또한 작가의 창작력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사극 ‘용의 눈물’ 등 내용중심 드라마 강세


TV드라마란 여전히 화면의 장난이나, 내용보다는 기술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끝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현실을 바탕으로 인간본질을 추구하는 매체여야 한다는 인식이 그때까지만 해도 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다 할 내용도 없이 겉멋만 부리거나, 말도 안 되는 스토리에 노래만 깔면서 화면을 빙글빙글 돌리고, 그 시대 주변의 온갖 볼거리와 장소를 마치 눈요기를 위해 순례하듯이 보여주며 끌고 가는 이른바 트렌디드라마가 고개를 들어도 그다지 크게 영향 받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만큼 극본의 힘, 극본의 내용이 믿을 수 있고 탄탄하던 시절이었다.
물론 그런 가운데서도 MBC-TV의 미니시리즈 ‘애인’(최연지 극본, 이창순 연출)과 같이 내용 없이 소위 감각과 주인공 배우가 입은 남방셔츠 색깔 하나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 드라마도 나왔다. 마치 새로운 멜로드라마의 한 형식이라도 되듯이 트렌디드라마의 추세를 빌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정치드라마는 점점 퇴조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예컨대 MBC-TV의 ‘제1공화국’과 제2, 제3공화국까지 사실상의 시리즈로 꽤 활기차게 이어가다가 1995년 10월 SBS의 토요드라마 ‘코리아게이트’에 와서 드디어 제동이 걸렸다. 해방 이후 격변하는 정치의 세계를 실존인물 위주의 다큐드라마로 만들어냈으나 더 이상 약효는 지속되지 않았다. 그 대신 정치적인 관심은 차라리 왕조의 세월인 사극으로 옮겨가는 느낌이었다. 1980년대에 한창 극성을 부리던 사극의 전성기가 지나가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도 거의 소강상태라 할 정도로 뜸하던 사극이 1996년 KBS의 대하사극 ‘용의 눈물’(이환경 극본, 김재형 연출)로 되살아났다. 1992년부터 약 5년간 신세대 트렌디드라마와, 유사드라마인 시트콤과, 기타 제작비 부담 등에 치여 맥을 못 추던 사극이, 정치다큐드라마의 퇴조와 정통사극에 대한 공영방송 KBS의 집념에 힘입어 새로운 지평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 대하사극으로 불리는 ‘용의 눈물’은 1996년 11월 말에 시작해 1998년 5월 말까지 방송된 무려 1백 59부작의 긴 드라마였다. 햇수로는 3년을 끈 셈이다. 유동근, 김무생, 이민우, 최명길, 남일우, 안재모, 김영란 외 다수가 출연했다. 그 전후로도 툭하면 드라마로 등장하게 되는 조선왕조의 개국과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에 얽힌 이야기다. 권력의 비정함과 무상함을 역사라는 성찰을 통해 인식시키려 했다. 때마침 벌어지고 있는 현실정치와 대비시키면서 사극의 역동성을 한 단계 높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드라마로는 KBS-1TV의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가 있다. MBC의 농촌드라마 ‘전원일기’보다 10년 뒤에 시작해 2007년 10월까지 무려 17년 동안 8백 50회로 끝나기까지, 농촌을 무대로 한 시추에이션드라마로 나름의 기록을 세우기도 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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