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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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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히스토리(6)
내용 KBS-1TV 저녁 일일극의 가치
홈드라마의 정체성과 존재이유


KBS-1TV 저녁 8시대의 일일연속극은 홈드라마다. 가정을 무대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뤄가는 전형적인 한국형 홈드라마로, 그 시대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는 평균적인 한국의 가정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1970년대부터 시작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해온 한국TV드라마의 대표적 시간대가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저녁 8시대의 KBS-1TV 일일연속극은 그 자리에 있었다. 때로는 ‘꽃피는 팔도강산’과 같은 국책드라마적인 성격의 일일극이 나가기도 했지만 그 역시 한국형 홈드라마의 틀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TV드라마의 기능과 역할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논의될 수 있지만, 가정의 문화와 살아가는 환경으로서의 홈드라마 적 가치를 담으려 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존재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이 KBS의 저녁일일연속극은 아침연속극이나 여타 드라마들과는 달리 있다가 없어지거나 부침(浮沈)이 심했던 드라마시간대도 아니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한 결 같이 저녁 8시대를 지키며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시간은 8시 30분에서 8시 25분 사이를 오가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 시간이면 KBS의 저녁일일극을 볼 수 있다는 일종의 생활습관에 젖어들었다. 무려 몇 십 년을 늘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다른 방송사들의 저녁일일극들이 왔다 갔다 해도 KBS의 저녁일일연속극만은 항상 그 자리를 지켜주어서 그야말로 생활환경이 되어버렸다. 그 일일극이 끝나면 9시뉴스가 있다는 것도 각인시켰다. 어쩌면 KBS-1TV의 메인뉴스인 9시뉴스가 가장 신뢰도 높은 뉴스가 된 것도 이 저녁일일극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편성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이 KBS의 저녁일일극이 갖는 의미도 특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드라마의 내용도 이러한 가치를 뒷받침했다. 시대와 현실의 리얼리티를 반영하며 보편적인 한국가정과 사회와 문화를 전하려 했고, 그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윤리의식을 선험적으로 내보이려 했었다.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그때그때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이입시키는데 성공한 홈드라마 시간대였다. 먼저 1970년대 초반에는 ‘여로’ 등의 인기연속극으로 막을 올려서는 그 후 점점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홈드라마로 자리를 잡았고, 지속적인 평균시청률 면에서는 그 어떤 드라마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부동의 홈드라마시간대로 확고부동해졌다.


평균적 한국가정을 꾸준히 지켜왔는데....


간혹 사람들은 특집이나 특별편성으로 나간 드라마의 작품성은 높이 사고 매일매일 나가는 정규편성에는 크게 무게를 안 두기도 하지만, 접촉빈도나 영향력에 있어서는 어쩌면 매일 나가는 시시한 홈드라마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 그 자리에 있으니까 친숙하기만 할 뿐 그다지 가치를 모를 수도 있겠지만, 한 프로그램의 편성이 장수한다는 것은 꽤나 의미가 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우리는 이 일련의 KBS-1TV의 저녁일일극을 통해 삶의 위로나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고, 살아가는 이치나 가족과 가정 또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나눠 가졌을 것이다. 때로는 살아가는 일상의 문제를, 때로는 다가올 세상의 의식과 정서를, 때로는 가정과 가족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하루하루 부대끼며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삶을 각자 나름대로 비춰볼 수 있었을 것이다. 환상이나 허황된 세상이 아닌 땅에 발을 딛고 선 가장 현실적인 생활의 현장을 이 일일극을 통해 보기도 했을 것이고 예측도 해봤을 것이다. 가령 1992년도의 어느 일간신문 사설에 바로 이 KBS-1TV의 저녁일일연속극 가운데 한편이 언급한 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신문의 사설에 텔레비전일일극이 오른 적이 없어 다소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때 이미 일일극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기능을 하고 있는 매체로 부각된 셈이다. 자녀들의 부모모시기에 따른 이런저런 문제점과 노인성 치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내용이었다. 결코 적잖은 자식들을 두었지만 늙고 병든 노후를 편히 의탁할 곳이 없는 딱한 사정 속에서 연탄가스로 인해 치매에 걸린 늙은 아내를 간호하는 70대 노인의 눈물겹고도 고달픈 인생을 그려낸 드라마였다. 이런 내용을 담담하게 그려냈다고 해서 신문의 사설이 저녁일일연속극에 관한 이야기를 사설로 쓴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문제로 떠오른 가족문제와 노후인생, 그리고 치매 등의 각종 노인성 질환과 수명연장에 따른 고민들, 부모자식 간의 비극을 그때 이미 텔레비전일일연속극은 다룬 것이다. 그동안 방송환경의 변화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1TV의 저녁일일극은 중단 없이 지속되었다. 동시에 한국의 평균적인 가정과 가족의 윤리를 지키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이 KBS의 저녁일일극은 고정시청자가 전체 세대의 대략 40%를 넘는 고공행진을 유지해왔다.


막장 대신 진정성과 미래지향적 모럴 내놓아야


일일극의 존재이유와 가치를 보전하고 역사와 전통이 함께하는 토박이 홈드라마, 거의 생활환경이 되다시피 한 시간대로 자리 잡았다. TV드라마를 창(窓)과 거울과 꿈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드라마를 통해 밖을, 세상을 내다보기도 하고, 거울처럼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동시에 꿈을 갖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한 일들을 이 KBS-1TV의 저녁시간 일일연속극이 해냈다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의 주요이용자는 당연히 중장년층 이상의 가정과 가족을 중시하는 중산층의 보수적 시청층일 수 있다. 예컨대 1982년부터 1984년 사이 일일극 사상 최장수를 기록한 ‘보통사람들’(나연숙 극본, 최상식 연출)도 바로 이 시간대의 KBS저녁일일극에서 나왔다. 다른 채널들이 이른바 화려한 스타들이나 상업주의를 내세워 때로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막장 소재, 막장 표현, 막장드라마로 나가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TV드라마의 본 모습, 홈드라마의 정통성, 평균적 한국인 또는 보편적 한국가정을 그려내려 애썼기 때문에 그 수명과 명성이 오래갈 수 있었다. 광고도 없고 시청률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에 오히려 시청률이 올랐다. 얼마나 진솔하고 진정성 있는 드라마인가에 따라 이 시간대는 지켜질 수 있었다. 이 시간대는 또 적잖은 드라마 인재들을 발굴해냈다. 작가와 배우와 연출자 등 드라마의 새로운 동력을 개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이 KBS-1TV의 저녁일일연속극도 2000년대 들어 많은 변화와 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세대갈등, 부부갈등, 결혼과 이혼의 문제, 노령사회가 가져 오는 가정의 갈등, 만혼 또는 비혼(불혼)과 저 출산과 혼전동거와 독신가정 등등 실로 적잖은 문제 가운데 홈드라마가 섰다. 그럴수록 자극적인 상업방송의 막장드라마 물결은 거세다. 이대로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가치관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더불어 살아 행복지수를 확장할 것인가. 과거에는 우리가 소위 ‘한(恨)의 민족’이란 소릴 들으며 살았지만, 오히려 흥(興)의 민족이라는 가치를 되살릴 수는 없는가 등등. 이제 KBS-1TV 저녁 8시대의 일일연속극이 지킬 것은 지키면서 새롭게 해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은 세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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