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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히스토리(8)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히스토리(8)
내용 되살아난 주간드라마 전성시대
1990년대 말, 리메이크 붐 일다


20세기의 마지막 해인 1999년에는 주간드라마들이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뿌리를 내린 시기다.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등의 주중 드라마와 함께 토요일과 일요일에 자리를 잡은 주말연속극들이 쏟아져 나왔다. 월화, 수목의 주중 드라마들은 소위 미니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방송되었고, 이와는 별도로 주로 학원 내의 청소년 이야기를 다루는 ‘학교드라마’들이 또 다른 주간 물로 방송되었다. 이로써 한동안 일일연속극에 휘둘리는 듯 했던 드라마의 분위기는 일일연속극과 주간연속극으로 양분되었고, 월화 또는 수목의 미니시리즈도 본래의 미니 성격을 버리고 길이가 보통 20회 전후의 사실상의 주간연속극으로 자리를 잡았다. 원래 미니시리즈의 출현은 테마가 약한 연속극의 단점과 단막극의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한 형태로 3부작 또는 길어야 5부작 정도로 출발했다. 예컨대 KBS-TV의 ‘나루터 3대’(한운사 극본, 임학송 연출)를 시작으로 방송사마다 가끔 특집으로 내보낸 비교적 작품성과 완성도가 높은 포맷이었다. SBS의 창사특집극 ‘어디로 가나’(김수현 극본, 곽영범 연출) 3부작도 여기에 포함되는 수작(秀作)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던 미니시리즈들이 점차 그 횟수를 늘려 미니시리즈라는 타이틀만 남기고 사실상의 연속극 길이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어쨌거나 유난히 주간연속극이 강세였던 1999년의 한 가지 특징으로는 과거에 한 차례 이상 방송되었던 드라마를 다시 제작해 방송하는 이른바 리메이크 붐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굳이 소재의 빈곤 탓이라기보다는 오리지널TV드라마로서의 콘텐츠가 워낙 뛰어나거나 좋은 편이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1차로 방송됐을 때 못다 한 부분들을 보강해 다시 새 드라마로 만들고 싶은 의욕의 산물이었다. 먼저 오리지널TV드라마의 콘텐츠로 리메이크 된 드라마로는 MBC-TV의 드라마 ‘허준’을 들 수가 있다. 드라마 ‘허준’은 방송 후 소설로도 나와 베스트셀러가 된 몇 안 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말하자면 드라마가 원작인 작품을 거꾸로 소설로 다시 만들어 엄청나게 팔린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일찍이 1975년 흑백 TV시절 MBC에서 일일극 ‘집념’(이은성 극본, 김무생 주연)이란 제목으로 맨 처음 방송되었고, 그 후 ‘동의보감’(이상현 각색, 서인석 주연)으로 다시 만들어 두 번째 방송, 그리고 1999년 11월부터 2000년 6월 말까지 방송된 ‘허준’(최완규 각색, 전광렬 주연)이 세 번째. 또 2013년에는 ‘구암 허준’이라는 제목을 달고 다시 일일극으로 한 번 더 방송되어 모두 네 차례나 환생한 드라마로 기록을 세웠다.


일일극과 함께 주간드라마 편성을 다시 고착
‘허 준’ ‘청춘의 덫’ ‘사랑과 야망’ 리메이크


그러나 이 모두는 이은성의 최초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었다. 그리고 순전히 오리지널TV드라마가 원작이라는 점이다. 역사적 기록에는 우리 고유의 한방의학 책 ‘동의보감’을 허준이라는 사람이 썼다는 정도가 전부인 것을 작가가 비로소 하나의 드라마로 창작해낸 것이다. 이 드라마‘허준’은 작가 이은성이 만들어낸 이야기인 셈이다. 등장인물에서부터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에 이르기까지 모두 작가 이은성의 텔레비전드라마 용 창작물이었다. 전문적인 한의학 이야기를 극적 구조와 함께 일반적인 인간의 이야기로 만들어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했던 것이다. 덕분에 이 1999년에 새로운 버전으로 태어난 드라마‘허준’은 모든 국민들이 거의 다 봤다고 할 수 있는 일약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올랐다. 의원(醫員)으로서 그가 가진 인본주의와 인간존중의 메시지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이 1999년에 24부작으로 다시 만들어 선풍을 일으킨 드라마로는 ‘청춘의 덫’(김수현 극본, 심은하 주연)을 빼 놀 수 없다. 1978년 8월에 MBC주말연속극으로 한번 나갔던 것을 다시 SBS에서 1999년 초에 리메이크한 것이다. 출세에 눈이 어두워 장래를 약속한 여인을 배신하고 부잣집 사위로 가버린 남자를 철저히 응징하고 복수하는 멜로극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이 ‘청춘의 덫’은 최초로 나왔던 1978년에는 오래 가지 못하고 막을 내렸었다. 배신한 남자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이 당시의 사회통념 상 조금 지나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 1999년 판 ‘청춘의 덫’은 자신에게 헌신하던 여인을 버리고 입신과 야욕을 위해 배신을 죽 먹듯이 해버린 남자에게는 어떻게 앙갚음을 해줘야 하는지, 애정복수극의 고전으로 다시 태어나 또 한편의 국민드라마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거기서 여주인공이 내뱉은 대사 “당신, 부숴버릴 거야”는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것은 곧 그 사이 TV드라마에서 다룰 수 있는 윤리적 한계가 많이 달라졌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드라마에서 다루기 곤란하다던 것이 다뤄도 무방한 것으로 변한 셈이다. 방송윤리의 현실화였다. 사실 ‘김수현드라마’의 리메이크는 이 뿐만 아니다. 이후에도 한 번 더 리메이크가 이뤄져 역시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그러니까 1987년 1월부터 그 해 연말까지 MBC에서 방송된 ‘사랑과 야망’(최종수, 곽영범 연출)을 세기가 바뀐 2006년 2월부터 11월까지 SBS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 방송한다. 두 번째의 ‘사랑과 야망’은 원작자인 김수현 극본에 곽영범 연출이었다.


‘학교’드라마 시리즈도 주간 극 대열에
대부분의 연기자들 ‘학교’드라마 거쳐


이 드라마는 1970년대 지방도시 춘천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행로를 걸어가는 형제의 이야기다. 1980년대 김수현 극본의 전작 ‘사랑과 진실’이 신분이 바뀐 두 자매의 이야기라면, 이 ‘사랑과 야망’은 개발도상국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의 흔들리던 삶의 가치관이 주요 테마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사랑과 야망’의 출연진은 배우 남성훈과 이덕화, 차화연, 김 청, 정애리 등이었고, 두 번째 출연진은 배우 조민기와 이 훈, 한고은, 이민영, 추상미 등이 맡았다. 리메이크된 두 번째 ‘사랑과 야망’ 역시 엄청난 인기를 끌어 모아 인상 깊은 드라마가 되었다. 이밖에 1990년대 말이 또 한 번의 주간연속극전성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맥을 이은 주간드라마들로는 MBC의 주말연속극 ‘장미와 콩나물’(정성주 극본) ‘사랑해 당신을’(박지현 극본) 등이 있었다. 그기고 월화, 수목 등 주중에 나간 주간 극으로는 ‘왕초’ ‘마지막 전쟁’ ‘안녕 내 사랑’ ‘국희’ ‘햇빛 속으로’와, SBS의 월화, 수목 주간 미니시리즈 ‘고스트’ ‘해피 투게더’ ‘토마토’ 등이 있었다. 그 나머지 주간드라마로 빼 놀 수 없는 것이 이른바 ‘학교’드라마시리즈다. 학교(중고등학교)를 무대로 성장기에 있는 젊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주간드라마로 내보낸 것이다. KBS가 1999년 2월에 ‘학교’시리즈(김지우 극본, 이민홍 연출)를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인 1975년부터 방송한 MBC의 일종의 상담드라마 ‘제3교실’도 있었고, 초등학교 배경의 ‘호랑이 선생님’도 나왔고, 역시 그해 1975년 후반에는 대학캠퍼스를 무대로 한 KBS의 ‘사랑이 꽃피는 나무’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학교드라마들은 대부분 문제투성이의 비행(非行)청소년이나 불량학생들의 이야기가 많았고, 비뚤어진 결손가정 자녀들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부정적인 부분들을 많이 다루는 편에 속했다. 극의 흥미와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마치 문제성을 앞세워야 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한 탓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의외로 이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드라마들은 자주 폐지되었다가 되살아나기도 하는 부침(浮沈)이 심한 드라마의 한 장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학교드라마를 1999년에 KBS가 ‘학교시리즈’로 되살린 것이다. 처음 주간 미니시리즈에서 일요주간 극으로 갔다가 그 해 5월에 다시 ‘학교2’로 속개되었고, 2000년 3월에는 ‘학교3’를 제작해 일 년간 방송했으며, 2001년 4월에는 ‘학교4’와 2013년에는 사실상 학교5라고 할 수 있는 ‘학교2013’으로 다시 태어났다. 여기서는 주로 학교 내의 폭력과 ‘왕따’ 등 현실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그래서 학교드라마는 폭력물인가라는 비난의 소리도 높았다. 돌이켜보면 KBS의 학교드라마는 뿌리가 깊다. 이미 1971년에 일찍이 KBS는 일일연속극으로 학생들과 관련한 드라마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한운사 극본의 ‘꿈나무’(이정훈 연출, 하명중 한혜숙 주연)가 그것이다. ‘꿈나무’라는 말도 아마 그때 처음 지어내 보통명사로 보편화 시킨 경우일 정도로 드라마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많지않던 시절이었다. 작가 한운사는 어느 날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엘 콘도르 파사’(콘도르 독수리는 날아가고)라는 제목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걸 듣고 문득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젊은 학생들의 청소년드라마 ‘꿈나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쪽 가지엔 건강의 열매/ 저쪽 가지엔 황금의 열매/ 명예의 열매 지위의 열매/ 행운의 열매 주렁주러렁/ 잘 살아다오 아들딸들아/ 잘 자라다오 나의 꿈나무/ 사랑스런 아들딸들아 나의 꿈나무” 작가가 직접 쓴 이런 주제가를 흘리면서 이 최초의 학교드라마 ‘꿈나무’는 방송되었다. 학교드라마가 남긴 또 하나의 수확이라면 젊은 신인연기자들의 대거 발굴이다. 한혜숙, 장 혁, 배두나, 강석우, 송승환, 안재모, 최강희, 이창훈, 박시은, 염정아, 장동건, 유승호 등등 지금은 다들 중견급에 속하는 수많은 연기자들이 대체로 이런 학교드라마를 통하거나 거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학교드라마는 연기자들에 있어서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고 연기자 자원을 길러내는 하나의 TV드라마연기자 산실과 같은 구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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