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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히스토리(10)-드라마주제가 열전(1)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히스토리(10)-드라마주제가 열전(1)
내용 지금은 드라마마다 주제가가 따로 없다. 그 대신 ‘OST’(original sound track)라고 해서 드라마 사이사이에 곡을 만들어 삽입하거나 배경으로 깔기도 하고, 또 그 노래가 사람들 특히 젊은 층의 입에 오르내려 가끔 OST만으로 재미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애당초 드라마 가운데서도 연속극은 라디오드라마 시절부터 대부분 주제곡으로 시작되었다. 매번 연속극마다 주제가를 만들어 가수가 부르고, 사람들은 그 노래를 기다리고, 매회 그 노래가 나오면서 그날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식이었다. 당연히 어느 특정노래가 나오면 특정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이고, 때로는 그 드라마가 유난히 재미가 있어서, 아니면 드라마는 별 볼일 없었어도 그 주제가가 남아 대중가요로서 히트를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60년대 이후 1970년대까지는 라디오와 텔레비전드라마 할 것 없이 연속극의 주제가로 나갔다 하면 그 시대의 대중가요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많은 히트가요가 드라마주제가 속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 드라마의 주제가는 한국최초의 라디오연속극으로 알려진 ‘청실홍실’에서 맨 먼저 나왔다. 일일연속극이 아닌 주간연속극의 주제가인데도 사람들의 입에 꽤나 오르내렸다. 1950년대 말 탄생한 한국의 라디오연속극이 처음부터 주제가를 달고 나온 셈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모든 연속방송극이 마치 주제가를 만들어 내보내야 하는 것처럼 관행화시켰다. 드라마와 함께 주제곡을 으레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연속극을 인식하게 되었다.

“청실홍실 엮어서 정성을 들여/ 청실홍실 엮어서 무늬도 곱게/ 죄 없는 마음속에 나만이 아는/ 음음음음 수를 놓았소/ 인생살이 끝없는 나그네 길에/ 인생살이 끝없는 회오리바람/ 불어도 순정만은 목숨을 바쳐/ 음음음음 간직했다오”



라디오드라마 ‘청실홍실’부터 주제가 시작
불후의 가요작사가 유호(兪湖)도 주제가 작사



조남사 작사 손석우 작곡 가수 송민도와 안다성이 함께 불렀다. 조남사는 이 드라마의 극본을 쓴 작가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연속극의 작가는 드라마와 함께 주제가 작사도 맡는 것이 관례가 된다. 이후 대부분의 드라마주제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그 드라마의 극본을 쓰는 작가가 가사를 지었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꼭 연속극주제가가 아니라도 방송드라마작가가 대중가요 작사자가 되는 경우도 훨씬 많아졌다. 드라마작가 못지않게 아예 대중가요작사가로 활동하는 사람도 더러 나타났다. 작사가 유호(兪湖)가 이 케이스다. 물론 유호는 드라마주제가 작사 이전에 이미 한국대중가요 작사계의 중심이 되어있던 작가였는데, 드라마의 주제가가 뜨자 작가 유호(兪湖)는 더욱 더 대중가요작사에 날개를 달고 불후의 가사들을 많이 남겼다. 드라마주제가 이전에 수없는 가요작사를 한 대표적인 작사가였는데, 그 솜씨가 자신의 드라마주제가에서도 당연히 빛나고 있었다. 아마도 해방 이후 육이오를 거치는 1950년대와 1960년대까지의 명곡이 된 대중가요 가사는 거의 유호의 작사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별의 부산정거장, 비 내리는 고모령, 전선야곡, 삼다도 소식, 신라의 달밤, 아내의 노래, 서울야곡, 남쪽나라 십자성....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유호 작사의 가요들이 휩쓸고 있다. 그리고 그는 드라마주제가의 가사도 적지 않아서 오히려 드라마보다 더 히트 친 노래가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 ‘특호실 여자손님’의 주제가 ‘길 잃은 철새’를 비롯해 영화 ‘맨발의 청춘’ TV드라마 ‘짚세기 신고 왔네’와 ‘임은 먼 곳에’ 등등 부지기수다. 그러니까 해방과 더불어 일찍이 대중가요 작사가로 알려진 그는 드라마주제가와 더불어 또 한 번 작사의 꽃을 피우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그만큼 연속극의 주제가 가사는 시대의 정서를 담았고, 그런 절절한 표현과 감정을 담을 줄 아는 드라마작가가 써내는 가사는 당연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밖에 없었다. 조남사의 ‘청실홍실’에 이은 드라마주제가로는 김희창의 ‘열 두 냥짜리 인생’과 이서구의 사극 ‘장희빈’과 ‘강화도령’의 주제가가 있었고, 그로부터 얼마 안 가서 김석야 극본의 라디오연속극 ‘하숙생’의 주제가가 저음가수 최희준의 목소리로 사람들 사이에 울려 퍼진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이 역시 드라마 못지않게 주제가가 널리 불리어진 경우였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또 ‘꿈은 사라지고’와 같은 노래도 드라마주제가에서 나왔고, 역시 그 비슷한 무렵인 1960년대에 한운사 극본의 일련의 드라마에서 불후의 주제곡들이 쏟아져 나왔다.



드라마 ‘남과 북’ 빨간 마후라‘ 주제가 히트
월남파병부대 노래도 드라마작가들이 작사



드라마 ‘남과 북’의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그 후의 이산가족 찾기 방송 때마다 마치 프로그램의 주제가처럼 불리면서 새삼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은 라디오드라마로 출발해서 TV드라마와 영화로 다시 태어난 드라마 ‘남과 북’의 주제가였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달덩이 같이/ 이 세상 끝까지 가겠노라고/ 나하고 강가에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드라마작가인 한운사가 가사를 썼고 박춘석이 작곡했으며, 맨 처음엔 가수 곽순옥이 불렀다가 뒤로 올수록 패티킴이 자기 노래처럼 불렀다. 그뿐만 아니다. 문주란 버전도 있다. 주제가 못지않게 드라마의 사연 또한 애절하고 기가 막혔다.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휴전직전에 최전방 아군진영에 북한 인민군 장교 한 사람이 넘어온다. 목숨을 걸고 온 그는 주머니 속에서 한 여인의 사진을 꺼내며 48시간 안에 이 여인을 찾아주면 저쪽 부대의 정보를 다 넘겨주겠다고 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그 총알이 빗발치는 최전선을 뚫고 넘어온 것이다. 대개 주제가의 작곡은 당시 가장 잘 나가는 작곡가에 부탁하는 것이라 자연히 히트할 가능성도 높았다. 그리고 한운사는 곧 바로 최초의 공군드라마라 할 수 있는 드라마 ‘빨간 마후라’의 주제가 가사도 내놓는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구름 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 아가씨야 내 마음 믿지 말아라/ 번개처럼 지나갈 청춘이란다”

....한운사 작사 황문평 작곡의 이 주제가는 훗날 영화로 만들어진 ‘빨간 마후라’에서 더욱 빛을 발해 대한민국공군의 공식군가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많은 드라마들이 다들 주제가를 앞세워 방송되기도 했는데, 덕분에 1960년대 중반 이후 월남전 파병부대의 군가들도 당시의 드라마작가들에게 그 작사가 주어졌다. 파월 해병대의 ‘청룡은 간다’와 맹호부대와 백마부대 노래가사들이 다 조남사 등 방송드라마작가들의 솜씨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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