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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1)-조남사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1)-조남사
내용 ‘불후의 인기드라마와 작가 이야기’

드라마 ‘청실홍실’의 작가 조남사(趙南史)(1)



“남사! 가는 거야? 그만? 갔어? 이렇게 가는 거야? 당신 영혼이 지금 어디 있어?
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나? 모두들 이렇게 슬픔에 잠겨 있는데, 당신의 혼이 ‘뭐 슬퍼할 것 없어. 곧 잊어버릴 텐데 뭐’.....하면서 빙그레 웃는 것 같아.
당신도 나도 ‘죽음’에 대해서는 오만 불손하리 만큼 겸손하지 못했지.”

1996년 8월 24일, 아직 늦더위가 가시지 않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조촐한 영결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여기저기 낯익은 방송계 인사들이 몇몇 보였고, 순서에 따라 앞으로 나선 고인의 늙은 동료인 듯한 사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직접 쓴 조사(弔辭)를 주머니에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장내는 일시에 가벼운 충격에 빠진 듯 더욱 숙연해졌다.
“남사.....이렇게 가는 거야?”
보통 영결사에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아주 짧은 이 한마디가 가슴을 쳤기 때문이리라.
그 화려했던 인생을 일순간에 내던지고 이렇게 쉽게 아무런 미련 없이 가는 건가. 정녕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인가. 그만 이렇게 가는 거야?.....많은 의미가 함축된 첫마디였다.
바로 이날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평생 동안 방송드라마를 써 온 드라마계의 거두 작가 조남사였고, 육필로 손수 쓴 조사를 읽은 사람은 동료드라마작가 한운사였다.
이들은 모두 함께 방송드라마의 기틀을 닦은 말하자면 1세대 방송드라마작가들인 셈이다.
평생 친구였고 선의의 라이벌이었으며, 한국방송드라마를 견인해온 쌍두마차로 ‘사(史)’자 돌림의 양사(兩史)로 불리는 작가들이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작가 조남사는 본명이 조남헌, 1923년 충북 영동 출생으로 1996년 8월 22일 향년 74세로 숨을 거둔 것이다.
한국최초의 라디오연속극 ‘청실홍실’을 비롯해 ‘외동딸’ ‘맏며느리’ ‘셋방살이’ ‘보랏빛 인생’ ‘산 너머 바다 건너’ ‘수정탑’ ‘동심초’ 그리고 조용필의 주제가로 더 유명한 TV드라마 ‘정(情)’ 등 숱한 드라마를 남기고 세상을 떴다. 여기서 작가 한운사의 조사를 더 들어보자.

“남사. 인생이란 하나의 그림자야. 우리는 그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허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었지. 젊은 날 우리는 얼마나 자신 만만 했었나.
6.25동란 직전 우리는 ‘청막극회’를 조직해 명동 한복판 시공관에서 프랑스의 귀재 마르셀 빠뇰의 ‘마류우스’를 공연했었지. 최무룡, 장민호가 주연이었지.
육이오 와중에 부산으로 피난 간 당신은 서울중앙방송국이란 간판을 지키기 위하여 산 밑에서 최요안씨 하고 새우잠을 자면서 방송극을 썼었지. 그 명맥을 이어주었었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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