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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4)-조남사(4)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4)-조남사(4)
내용 불후의 인기드라마와 작가이야기
드라마 ‘청실홍실’과 작가 조남사(4)


이렇듯 방송드라마 사상 최초의 연속극(주간)으로 기록된 드라마 ‘청실홍실’은 동시에 최초의 인기드라마이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위 ‘인기’나 ‘인기드라마’란 말이 별로 없을 때였다. 그런 시기에 최초의 인기드라마란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과학적인 청취율 조사결과가 아니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관심과 열기를 뜨겁게 느낄 수가 있었다.
더욱이 방송에서 나오는 드라마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전에 없던 일이었다. 말하자면 드라마 ‘청실홍실’은 일반인들로 하여금 비로소 드라마에 높은 관심을 갖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불후의 인기드라마란 그런 의미다. 작품이 좋았다거나 작품성이나 완성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무작정 대중들이 즐겨 듣고 좋아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접하는 방송프로그램 가운데 ‘드라마’라는 포맷을 통해 이렇게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예컨대 드라마가 세상을 내다보는 창(窓)의 역할과,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과, 꿈의 기능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에서 ‘청실홍실’의 인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실홍실’의 결정적인 인기비결은 대중성이었다. 누구나 쉽게 애정 탐미주의에 빠져들 수 있게 썼고, 그 시절 작가 조남사가 내린 대중의 정서적 소구력에 대한 판단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아하, 드라마로 애정도 다루는구나.....

‘청실홍실’이 얼핏 보기엔 통속적인 멜로물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새로운 매체인 방송드라마로 다가감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고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더없이 사람들을 자극했다. 당시는 쉽게 영화나 공연을 볼 형편도 되지 않았지만, 일부러 극장으로 가지 않아도 그보다 더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접할 수 있고, 영화나 공연 못지않은 스토리가 연속적으로 나오는데 어찌 흥미가 없었겠는가.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은 조남사의 드라마 ‘청실홍실’이 다른 것도 아닌 애정 극을 다뤘다는 점이 그때까지 맛볼 수 없었던 매력이었다. 전쟁 이후 황폐해지고 각박해진 사람들에게 생활얘기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애정드라마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근심 걱정 생활과 현실 다 잊어버리고 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만은 애정이야기에 푹 빠져보자. 전쟁 이후의 세상은 어차피 모럴에 있어서도 새로운 정리를 요구하지 않겠는가. 엄밀히 말하면 당시는 드라마 ‘청실홍실’에 나오는 구조처럼 반듯한 직장 하나라도 구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근데도 굳이 직장인을 내세우고 미망인과 맺어보려는 시도는 나름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파격적인 구상일 수가 있다. 한번 인기몰이를 한 조남사의 멜로물 행진은 브레이크가 없었다. 곧 이어 주간이 아닌 매일매일 나가는 일일연속극으로 ‘산 넘어 바다 건너’를 내놓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CBS기독교방송으로 건너가 ‘수정탑’ 등을 쓴다. 당시는 방송사가 오로지 KBS와 기독교방송 뿐일 때였다. 역시 히트했고 당당히 프리랜서 작가로서의 길을 연다. 드라마만 써도 밥을 먹고 사는 하나의 직종을 만든 것이다. 그런 조남사는 그저 우연히 된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의 드라마가 인기를 몬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 무렵의 작가 조남사는 유난히 여자들한테 꽤 인기가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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