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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인문학(5)-조남사(5)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5)-조남사(5)
내용 불후의 인기드라마와 작가이야기
드라마 ‘청실홍실’과 작가 조남사(5)


남산 ‘산길’다방시대의 추억

그러니까 남산의 ‘산길’다방에서였다. 지금은 없어진 다방이지만 그 당시 KBS방송국이 남산에 있을 때, 방송사 사람들이 진을 치고 사람들을 만나고 제작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던 일종의 아지트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송 관련 인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방송사 내에 마땅히 사람 만날 장소도 없었지만 회사 내보다는 바로 문 앞에 있는 산길다방이 훨씬 만만
했으리라. 특히 작가들 가운데는 거의 매일 할 일 없이 산길다방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많았다. 거기서 급한 원고를 쓰기도 했다. 조남사는 드라마 ‘청실홍실’ 이후 일약 스타작가가 되었지만 그도 예외 없이 산길다방 단골이어서 그날도 차 한 잔을 시켜놓고 신문을 펼쳐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듣자하니 바로 그 등 뒤의 자리에서 웬 남자가 드라마 ‘청실홍실’의 작가 조남사 자신의 행세를 하며 중년여성을 유혹하는 게 아닌가. 기가 막힐 노릇이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런다고 당장 그 사기꾼을 족치기도 어려웠다.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고 들어보니 여성을 후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 전문가 수준이었다. 이래서 조남사가 주색잡기에 능하다는 소문이 나는구나 싶었다. 혼자 속으로 쿡쿡 웃었다. 이 역시 드라마 ‘청실홍실’ 이후의 인기 탓이니 어쩌랴.

득실대는 여인들....가짜 조남사 등장하다

실제로 조남사는 주색은 모르지만 잡기에는 능했다. 그의 바둑실력은 한국기원에서 알아줄 정도로 명인의 경지였고, 당구는 또 왜 그렇게 잘 치는지. 한국에서 골프가 막 시작되던 그 무렵 작가동료인 한운사, 유 호, 김석야와 더불어 밤에 그 넓은 골프장에 불을 훤히 켜놓고 즐길 정도로 골프에 미친 적도 있었다. 그 시절 드라마 하면 조남사, 조남사 하면 드라마로 통할만큼 엄청난 원고를 감당해야 하는데도 늘 원고는 늦었다. 나중에 원고가 늦는 사람한테는 “지가 무슨 조남사라고” “지가 무슨 한운사라고” 할 정도로 조남사, 한운사 2사(二史)의 늑장원고는 정평이 나 있었다. 그만큼 원고 늦는 드라마작가의 대명사로 한운사와 조남사는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그들에게 집필을 의뢰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때만 해도 비교적 낭만이 있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것은 그들이 써내는 드라마의 인기였다. 그만한 드라마를 써내는 작가가 없었다. 작가 조남사는 최초의 멜로드라마를 썼을 뿐만 아니라, 최초로 남녀가 등장해 사랑을 나누는 대중성 넘치는 그런 드라마에 탐닉하고 있었다. 시골보다는 도시중심의 드라마를 썼고, 탐미주의자 답게 생활드라마보다는 애정문제를 계속해서 다루었다. ‘청실홍실’은 물론이고 ‘꿈이여 다시 한 번’ 등 그의 드라마는 쓰는 족족 영화로 팔렸다. 베트남전 참전 ‘귀신 잡는 해병’ 청룡부대의 군가 ‘청룡은 간다’도 그의 작사다. 그의 작품에 출연한 인기여자성우 J씨와도 살았지만 가정엔 그다지 충실하지 않았던 듯 정식결혼은 두 번 한 것으로 되어 있다. TV시대의 드라마로는 ‘보랏빛 인생’과 ‘정(情)’ 등을 썼는데 역시 조남사 특유의 멜로드라마로 분류 된다. 멜로드라마의 대가 조남사는 잠시 미국으로 건너가 살다가 말년에 병을 얻어 돌아와서는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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