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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9)-김기팔(4)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9)-김기팔(4)
내용 초대대통령 이승만인가 탤런트 최불암인가
정치인 이승만의 이미지 최불암으로 굳어지다

불후의 인기드라마와 작가이야기
인물다큐드라마 정통 작가 김기팔(4)




동아방송의 라디오정치드라마 ‘정계야화’의 이승만 역은 성우 ‘구 민’이었다. 실제의 이승만 목소리와 흡사하게 연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특징을 살려내 이승만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개성을 살리는 작업에 있어서 ‘정계야화’는 성공했다. 특히 ‘정계야화’에서는 이승만 못지않게 야당 정치거물들의 이미지 창출에도 무게를 실었다. 그들을 한 번도 직접 만나거나 곁에서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그들의 어투와 말소리만 들어도 누구라는 걸 구별할 수 있도록 개개인의 특징과 정확도에 초점이 맞춰졌다. 드라마의 인물이란 곧 그 인물의 캐릭터를 말하는 것으로, 김기팔의 정치드라마에서는 각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일단 목소리로 자신들의 성격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인물다큐드라마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김기팔은 풍부한 자료와 문헌 섭렵을 통해 시대성과 동시에 정확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었다. 비단 정치드라마 뿐만 아니라 저 멕시코 이민의 애환을 추적한 드라마 ‘유카탄 아리랑’과, 일본군대위안부를 다룬 드라마 ‘데이신다이’(정신대:挺身隊)에서도 가능한 한 정확한 사실을 담으려 했다. 김기팔은 여기서 일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말로 된 이 ‘데이신다이’라는 제목을 고집한다. 이 경우 적어도 일본어로 된 오직 하나의 고유명사로 남기는 것이 정확하다고 믿어서다. 마치 지진으로 밀려드는 해일 ‘쓰나미’가 국제적으로 보편화 된 것럼. 그 후 별 생각 없는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위안부’라는 말을 써서 일반화 시켜버렸지만, 사실 ‘군대위안부’란 표현을 영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되는가.
군대를 위안하는 여자들이라니? 참 어처구니없게도 엉뚱한 뉘앙스를 풍긴다. 오로지 일제 강점기 일본 말로 된 ‘데이신다이’만이 이 지구상에서 유일한 전쟁범죄의 용어가 된다는 해석에서 나온 작가 김기팔의 고집이었다. 실제로 훗날 21세기에 들어와서 미국 국무장관을 지내게 되는 ‘힐러리’ 같은 인물은 ‘위안부’란 말은 가당치도 않고 ‘성노예’로 부르는 것이 맞다는 주장까지 했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김기팔이 인물다큐 또는 정치드라마에서 추구하려는 정확도에 대한 집념이 용어 하나에서도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알 수가 있다.

‘위안부’라니? 일본말로 된 유일한 고유명사 ‘데이신다이’지!

어쨌거나 작가로서의 김기팔은 온통 방송에서 멜로드라마가 대종을 이루고 있을 때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시대성 있는 작품만을 쓰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바로 그런 사명감 내지는 작가정신 때문에 그의 본격적인 텔레비전정치드라마인 ‘제1공화국’은 멜로드라마가 아닌데도 인기가 치솟았다. 라디오의 정치드라마에서는 성우 구 민이 초대 대통령 이승만 역을 해냈지만 목소리뿐만 아닌 얼굴을 적나라하게 내밀어야 하는 TV드라마에서는 누가 과연 이승만을 맡아야 할 것인가. 실재인물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드라마의 인물로서도 새롭게 부각될 수 있는 그런 연기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바로 그 역할을 탤런트 최불암이 맡았다. ‘제1공화국’에서의 배우 최불암은 배우 최불암이면서 초대대통령 이승만이어야 했고, 초대대통령이자 정치인 이승만이면서 연기자 최불암이어야 했다. 탤런트 최불암은 바로 그런 이미지 굳히기에 성공한다. 실재했던 이승만보다 최불암이 더 ‘이승만스럽게’ 인물의 성격을 육체 화 해냈다는 말까지 나왔다.
“아아 이승만이 저런 인물이었군. 저랬군 저랬어.”
사람들은 저마다 TV드라마 ‘제1공화국’을 통해 초대건국대통령 이승만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만한 거물정치인들의 모습을 다들 나름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당시의 여당과 야당, 여당정치인들과 야당정치인들이 ‘때로는 대결하고 때로는 타협하는 정치사를 사건별로, 쟁점별로 추적하고 신랄하게 비교분석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고 이른바 민주의식을 고취시켜나갔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 얘기대로라면 작가 김기팔은 마냥 막무가내고 강하기만 한 사람인가.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평소 작품에서 보이는 뚝심과 덩치와는 달리 오히려 울기를 잘했다. 어쩌다 술자리에서 울분을 토하다 보면 굵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꺼이꺼이 울었다. 그럴 때마다 주제는 “이 놈의 세상!” “모두 도둑놈들이야!”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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