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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10)-김기팔(5)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10)-김기팔(5)
내용 “헐리웃 풍의 낡고 거짓에 찬 기법들은 가라”

불후의 인기드라마와 작가이야기
인물다큐드라마와 작가 김기팔(5)


김기팔의 TV드라마 가운데 TBC-TV를 통해 방송된 것은 1968년 단막극으로부터 시작해서 1971년 ‘두 나그네’까지다. 그 뒤 1981년의 ‘제1공화국’부터 ‘거부실록’ ‘단재 신채호’ 1983년의 ‘야망의 25시’까지는 MBC에서 나갔고, 1983년에 잠시 KBS로 가서 ‘아버지와 아들’을 쓰다가 다시 1985년 MBC로 와서 ‘억새풀’을 썼다. 강인한 한국의 여인상이었다. 한 많은 일생을 눈물범벅으로 살아가는 그런 나약한 측면이 아니라 굳세게 자신의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한국의 여인을 그렸다. 그리고는 잠시 KBS로 가서 ‘욕망의 문’을 쓰고, 그 후로는 줄곧 MBC로 와서 1989년 ‘백범일지’와 ‘반민특위’를 방송한 이후에 1991년 드디어 화제작 ‘땅’을 내놓는다. 역시 대부분이 실명(實名)의 인물들을 모델로 했거나 시대성과 사회성이 있는 소재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혹자는 이 드라마 ‘땅’이 마치 무슨 권력에 정면도전하는 바람에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막을 내려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코 확인된 바는 아니다. 부동산 투기와 권력의 커넥션, 비인간적인 탐욕을 통해 가진 자나 힘 있는 자들보다는 약자의 편에 섰던 드라마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김기팔의 드라마는 매번 그랬다. 마치 권력의 치부, 물질지상주의재벌의 치부를 고발하고 저항하는 듯한 분위기로 인해 끝까지 간 드라마가 많지 않았다. TV드라마를 한낱 오락만으로 볼 수 없다는 그의 작가정신에서 나온 것이지 어떤 특정 계층을 겨냥한 드라마들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 결과 드라마 ‘제1공화국’은 1982년에 한국방송대상 극본상을, 1984년과 1986년에는 ‘거부실록’과 ‘억새풀’로 백상예술대상 TV극본상을, 1991년에는 ‘땅’으로 제1회 민주언론상을, 1992년에는 역시 드라마 ‘땅’으로 한국방송대상 특별상을 받았다. 그가 작고한 이후에 주어진 상이다. 그만큼 김기팔의 드라마 ‘땅’은 그의 몇 안 되는 인기드라마 중에서 의미가 각별한 드라마라 할 수가 있다. 부동산 또는 땅에 대한 욕망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천과 의식의 천민자본주의화를 적나라하게 그려나가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압력도 많았다. 김기팔의 드라마 치고 외부의 압력에 시달리지 않은 작품이 드물지만, 설사 방송이 중단되는 경우가 생겨도 그는 절대로 굴하지 않고 시대의 증언과 고발에 눈을 감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기팔의 드라마가 방송될 때마다 드라마를 보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통쾌하고 행복한 시절이 되었다.

그의 소망은 TV드라마의 한국화 작업

1987년 3월 경 KBS-TV의 연속극 ‘욕망의 문’이 나가고 있을 무렵. 그는 스스로 이런 글을 썼다. 드라마작가로서의 피 끓는 그의 생각과 소망을 나름대로 이렇게 밝힌 셈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는 TV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의 드라마, 특히 연속극을 보면서 곤혹스러운 경우를 자주 만난다.
첫째, 진실성들이 없다. 드라마는 결국 허구라 하지만 서툰 거짓말쟁이의 허풍 같아서야 쓰겠는가. 진실의 바탕이 없는 허구는 결코 드라마가 될 수 없다.
둘째, 국적불명이다. 한국의 TV드라마작가들이 그리고 있는 ‘현실’이 분명 한국인의 생활인가? 우선 한국말을 쓰는 등장인물들이 일본인인지 미국인인지 구분이 안 된다. 심지어 옛 왕조를 그리는 사극까지도 저게 한국인의 생활일까 의문이 간다.
셋째, 퇴폐적인 것이라야 인기가 있다는 등식을 너무 신봉하는 것 같다. 정상적인 사랑은 드라마가 안 되는 것인지 삼각연애만 설정해놓고, 이리 붙나 저리 붙나 장난을 해서 국민의 정서를 해치고 있다.
넷째, 연출가들이 헐리웃 류(類)의 낡고 거짓에 찬 기법들을 마구 도입해 화면을 어지럽힌다. 영상이니 뭐니 하지만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차분하고 진실 된 영상미는 생각 안 해보는지.....
다섯째,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오만하다. 남의 집 안방에 들어오는 TV연기자들이 전혀 겸손하지 않고 시청자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 대부분의 ‘인기 탤런트’들에게 시청자들은 식상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요컨대 우리 드라마 종사자들이 고객(시청자)을 얕보고 날뛴다. 시청자들의 인기를 속임수로 끌려고 한다. 나의 이상은 TV드라마의 한국화 작업이다. 저 기만적인 일제식민지 잔재와 퇴폐적인 양키즘의 찌꺼기를 우리 드라마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로 본다. 한(恨)이 맺힌 민족이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좀 많이 나왔으면.....이것이 작가 아닌 시청자로서의 내 소망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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