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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20)-이남섭(2)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20)-이남섭(2)
내용 “연출을 겸한 작가로 ‘여로’ 대박 터뜨리다”

이남섭(李南燮)은 작가이기 이전에 연출가였다. KBS-TV의 PD로 텔레비전 초창기부터 몇몇 드라마프로그램을 연출해온 직원이었다. 그때만 해도 TV드라마를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가 그다지 많지도 않았고, 어차피 텔레비전방송의 모든 분야가 초기라 썩 맘에 드는 작가의 원고를 받아내기가 그다지 쉽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거기다가 PD라는 전문직종도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았고, 연출을 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문학적인 소양과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이라 이남섭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실제로 초기에는 작가와 연출, 연기와 연출을 왔다 갔다 하는 겸업, 또는 두 가지를 하다가 비로소 한 쪽으로 전업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1971년 당시 이남섭이 쓰기도 하고 연출도 한 프로그램으로는 KBS-TV의 ‘10분 쇼’가 대표적이다. 이 ‘10분 쇼’는 훗날 소위 ‘시트콤’이라고 불리는 시추에이션코미디와 흡사한 것으로, 코미디는 아니었지만 일종의 코믹한 시추에이션드라마라 할 수 있다. 시추에이션드라마란 시추에이션코미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매일매일 10분짜리로 제작하되 출연진과 무대는 같고, 이야기만 매회 바꿔가는 식의 어디까지나 짧은 드라마의 형식이었다. 당연히 출연진은 코미디언들이었고, 마치 코미디프로그램처럼 보이긴 했지만 사실은 밝고 가볍고 명랑하면서 호흡이 아주 짧은 드라마였다. 물론 이때도 처음엔 작가가 따로 있었지만 이남섭은 그의 욕심에 차지 않자 아예 자신이 쓰고 연출까지 하게 되었다.
나중에 ‘여로’ 이후에도 연출과 극본을 겸한 연속극 ‘유럽특급’ ‘그리워’ 등을 내놓는다. 하지만 자신이 예상한대로 그 성과나 반응이 결코 ‘여로’와 같지 는 않았다. 그는 이미 조직사회, 즉 당시 공무원신분이던 KBS의 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찍이 프리랜서를 선언해버린 상태였다.

“인내와 슬기의 또 다른 한국여인상을 그리다”

그런 이남섭이 초기 KBS-TV의 반공드라마 ‘실화극장’을 연출할 무렵, 그 시리즈 가운데 ‘돌무지’와 ‘제3지대’ 등을 연출할 때는 특유의 불같은 성격으로 탤런트 아내인 김난영과도 잠시 사이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우여곡절의 시기도 겪는다.
임희재 극본의 일일극 ‘신부 일년생’을 연출해 성공궤도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늘 드라마 연출도 연출이지만 직접 쓰기도 하고 연출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그가 쓰기도 하고 연출도 해서 단번에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올려놓은 전무후무한 한편의 성공작 ‘여로’는 바로 이런 시도 끝에 나온 것이다. 자기 드라마의 극본도 쓰고 연출도 하는 참으로 초인적인 열정 내지는 집요함과 끈질긴 집념의 산물이었다. 혼자서 쓰기도 하고 연출도 해서 성공시킨 드라마의 탄생! ‘여로’는 그렇게 여타 드라마와 좀 다른 특이한 여건 속에서 태어났다. 사람들은 이미 앞서 나와 국민드라마가 된 ‘아씨’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눈물을 짜내는 것으로 관심을 모은 터라, 뒤에 나온 ‘여로’ 역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로 히트는커녕 오히려 식상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땐 또 다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성은 여성이되 많이 모자라는 지적 장애인 남편을 지성으로 보살피며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여인상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저런 무리한 설정이나 상황은 있었다. 그 때문에 ‘여로’는 작품성이나 드라마의 수준에 있어 지나치게 통속적이라거나 질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일면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일관된 주제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시대성의 반영으로 대중성 확보에 크게 성공을 거둔다.

“온통 나라가 눈물과 안타까움으로 뒤범벅”

드라마로만 말할 것 같으면 비슷한 시기에 출발해서 당시로서는 가장 긴 4백 11회라는 방송기록을 세운 MBC-TV 일일극 김수현극본의 ‘새엄마’가 훨씬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 같은 일일극이면서 ‘새엄마’는 방송대상 극본상까지 받았으니까. 그러나 인기는 인기다. ‘새엄마’의 인기도 만만찮았지만 또 다른 의미로서의 ‘여로’신드롬은 마치 열풍처럼 전국을 강타했다. 가난한 집안의 처녀(태현실 분)가 양반집 도령(장욱제 분)과 혼인하는 것으로 ‘여로’는 시작된다. 신랑은 지능도 모자라고 신체도 불편한 말하자면 바보다. 때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6.25전쟁 때까지, 그 긴 세월을 극성맞고 악랄하게 구박하는 시어머니(박주아 분)와 더 얄미운 시누이(권미혜 분)로 인해 더 더욱 고달픈 시집살이를 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여주인공 분이를 짝사랑하는 남자(김무영 분)가 툭하면 꾸며대는 흉계로 괴로움은 가중된다. 끊임없는 시련과 고난의 연속에도 희생과 강한 의지로 인간애를 실천한다.
“아부지야 제기차기 하자” “땍찌(색시)야, 땍찌야”하고 말할 정도의 지능밖에 되지 않는 머리에 버짐까지 나 있는 바보 신랑 영구. 오히려 그를 감싸면서 슬기롭고 인내심 강한 전형적인 한국여인의 부덕을 보여준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몰락해버린 가문의 시부모와 장애인 남편을 위해 여주인공은 피난지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해 급기야 많은 재산까지 모은다. 한때 잃어버렸던 바보남편도 찾고, 자신이 모은 재산으로 이웃을 돕는 건 물론이고 끝내는 육영사업에 모든 재산을 희사한다. 그야말로 각고의 세월을 이겨낸 현명하고 굳센 여성의지의 승리로 드라마를 지켜보는 모든 계층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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