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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28)-한운사(3)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28)-한운사(3)
내용 “쏟아지는 최초, 최초의 드라마 기록들
휴머니즘과 로맨티시즘의 향기 넘치다”

1964년 드디어 한국최초의 텔레비전일일연속극이 나온다. 한운사 극본, 황은진 연출의 TBC-TV ‘눈이 내리는데’가 그것이다. 텔레비전방송의 개국 이후 겨우 생방송 단막극 정도로만 연명해오던 시절에 매일매일 나가는 대망의 일일연속극 시대를 연 것이다. 녹화기를 처음 들여왔기에 가능해진 일이기도 하지만 TV드라마를 처음 일일연속극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의욕이고 모험이기도 했다. 바로 그 첫 일일연속극을 한운사가 쓴 것이다. 한 마디로 초기TV드라마에서의 작가 한운사의 위상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다. 텔레비전일일연속극이란 어떻게, 어떤 형태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나가야 하는가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육이오가 끝난 뒤 서울시내의 한 다방을 중심으로 전쟁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 이른바 문화인 또는 지성인들이라 칭하는 자들이 몰려들어 저마다의 아픔을 달랜다. 그 중심에는 미모의 다방마담이 있다. 전쟁으로 거칠어진 사나이들의 마음을 그 여성이 어루만져준다. 이 드라마는 한국최초의 TV매일연속극이라는 기록과 가능성만을 남기고 초기의 제작여건 상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운사의 드라마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초의 TV일일연속극에 이어 최초의 정치드라마

최초의 정치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잘 돼갑니다’를 내놓는다. 이승만정권의 자유당시절 경무대(훗날 청와대)를 무대로 최초로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통령 전속이발사의 눈을 통해 정치이야기를 드라마로 쓴다. 물론 다큐멘터리드라마 하고는 다른 일종의 픽션성격 드라마이었지만 방송사상 처음으로 정치와 정계를 다룬 최초의 정치드라마인 것만은 분명했다. 이후 장기기획 정치다큐드라마들인 동아방송의 ‘정계야화’나 동양방송의 ‘광복 20년’이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초대대통령 이승만의 목소리가 성우를 통해 처음 등장했고, 그 밖의 정계인사들의 드라마 속 이미지도 이때 첫선을 보였다. 당연히 장안의 인기드라마였다. 그리고는 다시 1968년에는 이미자의 노래로 더 유명해진 주제가의 ‘서울이여 안녕’이 TV드라마로 나간다. 한국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 된 이후 드라마에서 역시 처음으로 다뤄지는 한일관계의 이야기였다. 정치적인 접근이 아니라 과거 한국남성과 일생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한 한 일본여인이 드디어 한국을 찾아오는 이야기로 민간부문의 한일관계 해결 또는 청산의 의미가 있었다. 이 역시 이런 드라마의 내용으로는 최초였다. 과거는 물론 결코 현재를 외면하지 않는 한운사드라마의 세계다. 그 기조에는 항상 휴머니즘과 낭만이 있었다. 1965년 당시 한국여성들의 모럴을 반영한 ‘봄부터 가을까지’가 인기를 끌었고, 사나이의 배짱을 그린 TBC-TV의 ‘오늘은 왕’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드라마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치관이 전도(顚倒)되는 시대상을 다룬 드라마 ‘고독한 길’이 MBC-TV를 통해 방송되었고, 라디오가 아닌 TV드라마로는 최초의 정치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박마리아’를 내보낸다. 자유당정권 시절 제2인자의 아내가 중심이다. 드라마의 소재에 있어서, 내용에 있어서, 또는 형식에 있어서 최초, 최초가 한운사의 손에 의해 쏟아져 나오던 시기다.
내용과 형식에서 드라마마다 최초, 최초

그리고 나오는 것마다 거의 인기드라마의 반열에 올랐다. 그 어떤 종류의 드라마든 기조에는 휴머니즘과 로맨티시즘이 자리하고 있어서 한운사드라마의 향기를 더했다. 1971년에는 역시 TV드라마 사상 최초의 청소년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꿈나무’가 KBS-TV를 통해 방송되었고, 이 ‘꿈나무’란 말은 비로소 하나의 보통명사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드라마 제목으로 지은 말이 일시에 너도 나도 쓰게 되는 보통명사로 굳어진 경우다. 그만큼 많은 인기를 얻은 드라마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청소년 문제를 과감하게 TV드라마로 다뤘는데도 사람들은 그의 ‘젊음과 꿈에 대한 철학’에 공감하는 박수를 보냈다. 1972년의 KBS-TV ‘고향’은 산업화, 도시화로 가는 과정에서 겪는 가치관의 변화를 그렸는데, 이 또한 그때까지 누구도 다루지 못한 현실적 소재를 한운사가 정면으로 다룬 것이다. 예컨대 텔레비전드라마가 어떤 내용을 다룰 수 있고, 단막이든 연속극이든 그 형식도 만들어내고, 이야기의 폭도 다양하게 넓히고, 매번 그때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드라마의 길을 한운사는 늘 최초, 최초로 개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인기를 끌었고, 그의 작품세계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박수갈채는 끊이지 않았다. 그의 드라마는 늘 국민들을 홀렸다. 굳이 국민드라마라고는 말하지 않아도 국민들 대다수는 그의 드라마를 믿었다. 드디어 1970년 KBS-TV의 일일연속극 ‘아버지와 아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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