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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35)-김수현(4)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35)-김수현(4)
내용 ‘사랑과 진실’ ‘사랑과 야망’ 크게 히트
1980년대 주간드라마의 새 장(章)을 열다

1980년대는 컬러 방송시대로 막을 연다. 197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김수현의 일일연속극들은 모두 흑백으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자마자 한국의 텔레비전방송들이 컬러 화 되면서 TV드라마의 양상도 사뭇 달라지고 김수현의 드라마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우선 일일연속극 집필을 사실상 끝내고 주간드라마, 즉 주말연속극 등으로 무대를 옮겨간다. 매일연속극의 재미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이제는 주 1-2회로 방송되는 쪽으로 드라마 마당을 펼친 것이다. 일일연속극이 거의 일기에 가까울 정도로 일상적인 생활환경의 성격이라면, 주간연속극은 훨씬 더 극적이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장치를 해야 한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시청자들이 일주일을 기다려줄 수 있을까. 적어도 자질구레한 일상사 정도로 시청자들이 일주일을 기다렸다 봐주지는 않을 것이다. 컬러 방송 덕분에 리얼리티도 훨씬 강해지고 화면도 흑백보다 화사해진 건 사실이나 그것으로 시청자들을 일주일 씩 붙들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서 김수현은 일일극 때보다 훨씬 멜로 성이 강한 이야기들을 내놓는다. 멜로는 어떤 경우라도 이성 보다는 감성, 정서에 의존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대중성을 벗어나 통속적으로 흘러서는 봐주지 않는다. 이미 1978년 흑백시절에 김수현은 ‘후회합니다’라는 주말연속극을 내놓은 바 있다. 1999년에 SBS에서 리바이벌 해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청춘의 덫’도 이 1978년에 처음 방송된 주말연속극이다. 그리고는 잠시 1979년 ‘행복을 팝니다’라는 일일극으로 돌아갔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본격적인 컬러 방송시대와 함께 일일극이 아닌 주간연속극(주로 주말연속극)으로 옮겨 가서 쓰게 된다.

죽은 시체도 벌떡 일어난다는 ‘김수현드라마’
주말연속극시간 완전평정에 성공하다

일일극과 달리 과연 누가 일주일을 기다렸다가 봐 줄 것인가. 하지만 김수현드라마의 경우에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1984년 5월 12일부터 1985년 11월 25일까지 장장 약 18개월 동안 방송된 주말연속극 ‘사랑과 진실’은 무려 76%라는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며 김수현은 이른바 ‘시청률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사람들이 거의 다 본다고 해서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출생 이후 신분이 뒤바뀐 두 자매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벌이는 인간의 욕망과 애증과 진실에 대한 갈등이었다. 이때 이미 김수현의 드라마는 죽은 시체도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 후 1987년에 방송된 ‘사랑과 야망’ 역시 시청률 70% 이상을 기록하며 동 시대 사람들로 하여금 TV드라마 보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이른바 김수현표 ‘사랑과 00’의 시리즈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전편인 ‘사랑과 진실’은 자매의 이야기, 즉 여성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였다면 ‘사랑과 야망’은 두 형제간의 이야기, 즉 남자들이 주인공인 셈이었다. 여성의 시각에서, 여성들만 주로 다룬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 사나이다운 면모를 듬뿍 보여준 드라마였다는 점에서 남녀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김수현드라마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대극 적인 요소까지 가미한 채 인생에 관한 하나의 보고서를 펼쳐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랑과 야망’ 역시 2006년 SBS에서 다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드라마로 남았다. 누가 일주일을 기다려 드라마를 봐줄까 하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주말연속극이 확실하게 자리 잡게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주말마다 나가는 연속극을 학수고대 기다리게 되었고, 한때 TV드라마의 대명사처럼 받아들여졌던 일일연속극이 오히려 퇴색해 가는 추세로 그 판도가 바뀌게 되었다. 그만큼 드라마의 극적인 구도는 더 강해졌고, 드라마의 기능인 인간본질에 대한 천착과 탐구는 보다 무게를 갖게 되었다.

썼다 하면 시청률 70% 안팎은 예사
거의 전 국민이 시청률제조기로 인식

진정성을 가진 이야기만으로 드라마를 구축해나갔다. 황당한 판타지나 리얼리티가 없는 상황은 일체 배제된 가운데 오로지 살아가는 문제, 현실의 문제들만을 줄기차게 다루었다. 인간과 인생의 본질, 그 바탕 위에서의 가족과 가정, 그리고 남녀의 애정문제와 삶의 지혜와 아름다움들을 주로 담았다. 김수현의 주간연속극은 대부분 높은 시청률로 한 시대의 화두가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시청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작품들을 내보이면서 주간연속극 퍼레이드는 계속되었다. 1990년 1월부터 8월까지 방송된 MBC의 주말연속극 ‘배반의 장미’의 경우, 의식을 잃고 오랫동안 식물인간으로 병석에 누워있는 남편과 그를 돌보는 아내의 헌신과 인내의 한계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 드라마였다. 당시로서는 상정하기조차 어려웠던 특별한 상황이었고 일반화되기가 쉽지 않았던 이야기라, 시청률 면에서는 여타 김수현드라마에 비해 폭발적이지는 못했지만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한 미래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SBS 주말연속극으로 1994년 6월부터 12월까지 방송된 ‘작별’ 역시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탄탄한 극적 구성과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던 김수현드라마 가운데 하나다. 직업이 의사이면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중년남자와 그의 가족이 겪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을 되새겨보는 꽤 비중 있는 드라마 가운데 한 편이었다. 그 보다 앞서 1992년에 방송된 SBS의 주말 극 ‘산다는 것은’ 역시 김수현드라마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이기도 하다. 그때까지의 멜로나 홈드라마와는 달리 꿋꿋하게 살아가는 한 젊은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서민들의 훈훈한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오직 살아가는 이야기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이다. 어쨌거나 김수현의 주말연속극 인기 행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내놓는 드라마마다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김수현은 점점 텔레비전드라마의 대명사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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