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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36)-김수현(5)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36)-김수현(5)
내용 ‘목욕탕 집 남자들’ ‘엄마가 뿔났다’.....
주간연속극 히트 제조기 30년 넘게 이어져

한국TV드라마에 있어서 작가 김수현을 당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드라마의 인기 면에서도 그랬고, 인기드라마의 작품숫자에서도 그랬고, 화제성이나 드라마가 추구해야 할 주제와 드라마의 안정된 품질 내지는 작품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에 있어서도 그랬다. 더욱이 그가 매번 써낸 주간연속극들이 압도적인 인기를 무려 30년이 훨씬 넘도록 유지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실로 놀라울 정도다. 일일극까지 합치면 40년도 더 넘게 드라마작가 왕좌의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왔다. 김수현의 드라마가 얼마나 많은 공감을 그렇게 오랫동안 불러일으켰는지 충분히 알만한 일이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한국의 드라마시청자들은 그 몇 십년동안을 김수현의 드라마에 빠져 있었으며, 알게 모르게 그의 정서적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오락물 정도로 무심하게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말들을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받아들이는 TV드라마의 문화가 한 시대를 지배해 온다는 점을 그 누구도 결코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서 김수현과 같은 TV드라마작가가 있어 드라마를 보며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 할 수 있었을까. 그만큼 그의 드라마는 세상 살아가는 폭넓은 시야를 항상 갖고 있었다. 터무니없는 환상이나 기능 기술위주의 드라마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본질,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는 데만 몰두했다. 1970년대까지 TV드라마 계를 주름잡았던 김수현의 일일연속극에서 그랬고, 1980년대 이후 계속 이어진 주간연속극(주로 주말극)에서도 그의 드라마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쓰는 것마다 불후의 인기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1995년 11월 18일부터 방송된 KBS의 주말극 ‘목욕탕 집 남자들’은 다시 김수현드라마의 엄청난 시청률을 고공행진까지 끌어올려 공전의 히트작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타 방송에 비해 비교적 저조하고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KBS드라마를 강세로 돌려놓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40년 넘게 히트드라마제조기로
보편적 정상적 생활을 바탕에 깔아

모두 83회를 방송한 이 ‘목욕탕 집 남자들’은 일반적으로는 효와 형제애 등을 생각하게 하는 정통 홈 멜로물이라고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김수현 특유의 작가의식, 즉 사람이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펼쳐놓은 것이었다. 가족끼리 부대끼고 어울려 살면서 살아가는 맛과 향기, 인생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늘 앞세우려 하는 김수현드라마 가운데 한편이었다. 김수현의 드라마는 무슨 거창한 메시지를 표면에 내세우며 출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무엇보다 소중한 살아가는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밥 먹고 잠자고, 애들 혼사 치르고, 부부 또는 가족 사이에 티격태격하는, 어찌 보면 지극히 일상적인 시시콜콜한 일들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인생은 결국 특별하지 않은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99년에는 이미 1978년에 MBC를 통해 한번 나갔던 ‘청춘의 덫’을 SBS에서 다시 제작 방송해서 또 다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순정을 짓밟고 떠난 남자를 상대로 통쾌한 복수극을 펼치는 마치 한 편의 신파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 격을 높이고 적절한 타당성과 감각을 부여해 진정성을 살리는데 깨끗하게 성공했다. “당신, 부셔버릴 거야”. 이 한 마디의 대사로 집약되는 ‘청춘의 덫’ 식의 애정윤리와 정서에 사람들은 한때 열광했었다. 그리고 곧 이어 쏟아져 나온 여러 편의 주간 극들도 어김없이 TV드라마의 경쟁력을 높이며 인기를 견인하고 있었다. ‘엄마가 뿔났다’ ‘부모님 전 상서’ ‘인생은 아름다워’ ‘내 남자의 여자’ ‘무자식 상팔자’ ‘세 번 결혼한 여자’ 등등 이어지는 연속극마다 거의 평균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 가운데 특히 ‘인생은 아름다워’는 주말극 사상 처음으로 제주도라는 특정지방을 무대로 하는 드라마로 성공시켰다. 어딜 가나, 그 무대가 어디든 변함없는 화두는 사람 사는 이야기고 인간의 본질과 인생에 천착하는 내용이었기에 장소나 배경에 관계없이 성공적일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몇 만분의 1의 희귀한 비정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그 시대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늘 드라마로 다루어왔다는 점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이다.

‘청춘의 덫’ ‘부모님 전 상서’ ‘인생은 아름다워’
‘내 남자의 여자’ ‘무자식 상팔자’ ‘세 번 결혼한...’

영화나 만화나 소설이나 연극과 다른 텔레비전드라마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경우라 할 수 있다. 김수현의 드라마에는 사람이 살아있다. 괴물이 아닌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나와서 움직인다.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정상적으로 행동하며, 그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여 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드라마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는 결코 해괴한 아이디어나 기술적 조작에 있지 않고 그 내용에 있음을 드라마로 설명하고 보여주는 경우다. 그리고 드라마마다 반드시 선명한 주제와 메시지가 있다. 왜 그 드라마를 하는 것인지, 매번 그 드라마를 통해 무엇을 주려고 하는 것인지가 명확하다. 늘 같은 패턴의 삶을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언제나 다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선 변함이 없지만 이야기는 다르다. 다시 말해서 다양하고 신선한 재료들을 다룬다. ‘엄마가 뿔났다’에선 중년주부의 자아 찾기가 있었고,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동성애를 애정 어린 측은지심으로 소화하려 했다. ‘부모님 전 상서’는 지금이 아닌 조금 전, 즉 살벌하고 삭막하지 않은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었고, ‘무자식 상팔자’는 자식이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켰고, ‘내 남자의 여자’에서는 불륜과 배신의 허구성을 다뤘고, ‘세 번 결혼한 여자’에서는 사랑의 진정성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그들은 한 결 같이 결혼과 이혼을 식은 죽 먹듯이 중요한 이유도 아닌 것으로 가볍게 하지 않았고, 남녀 간이나 가족들이 살아가는 것을 무슨 패션처럼 하지 않았다. 살아가는 문제는 다 팽개치고 마치 애정에나 ‘올인’ 하거나 복수에나 몰두하거나, 생활은 뒷전이고 사소한 감정에 인생을 다 바칠 것처럼 하지도 않고, 화사나 기업이 본연의 일은 하지 않고 서로 음모와 암투와 비리와 타락에만 빠져들지도 않는다. 김수현의 드라마는 마치 그런 속에서 생겨나는 갈등들이 드라마인 것처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즐겨보는 편이라고 할 수가 있다. 김수현드라마의 여러 매력 가운데 바로 이런 점이 오랫동안, 매번 시청자를 사로잡는 비결이자 강점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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