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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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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인문학(51)-나옥주,안은숙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51)-나옥주,안은숙
내용 TV최초로 스타탤런트가 된 나옥주(羅玉珠)
인기절정에 브라운관을 떠난 안은숙(安恩淑)

지금은 연예계에 스타가 많다. 그만큼 혜성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인기의 패러다임이 짧다는 얘기도 된다. 한 때 TV드라마에서는 스타시스템 또는 스타주의라고 해서 스타급의 배우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제작되거나, 스타급의 비중 있는 연기자를 끌어들이려 혈안이 된 적도 있었다. 따라서 스타 한 사람에 들어가는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전체제작비 중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런 스타주의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바로 스타주의, 스타급 배우, 스타는 언제, 누구로부터 생겨났을까. 오늘날처럼 돈으로 스타급 대우를 해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TV드라마에서 스타라고 부를 만큼 최초로 대접받던 배우가 있었다. 다만 사람들이 흐르는 세월 따라 그 이름이나 얼굴조차 까맣게 잊어버렸거나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TV드라마연기자들의 생리이자 숙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때 많은 사람들의 인기 속에 스타였던 탤런트들이 현역을 떠난 이후 사실상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인물들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지금은 사진자료마저 찾기 힘들거나 그들이 출연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가 어떤 것인지도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전 여배우들은 대부분 결혼과 동시에 은퇴하거나 자취를 감췄고,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왕년의 스타들이 수두룩하다. 바로 그 최초의 TV드라마스타는 누구였을까? 방송관계자들은 대체로 TBC-TV의 탤런트 ‘나옥주’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아주 평범한 이웃집 여자 같은 탤런트
TV드라마 최초의 스타는 누구였는가

그녀는 텔레비전방송이 나오기 전 연극무대의 히로인으로 활동했었고, KBS-TV만 있을 때는 누구 할 것 없이 별로 빛을 못 보다가, 1964년 TBC-TV가 개국하자 그쪽으로 옮겨가 연속사극 ‘민며느리’의 주연을 맡으면서 드디어 TV드라마의 스타시대를 열었다. 그 여배우 나옥주는 아주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더 텔레비전드라마에서 스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TV드라마는 그 특유의 현실성 때문에 연극이나 영화와 달리 연기하지 않는 연기, 마치 이웃에 사는 평범한 생활인의 이미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훗날 쏟아져 나온 신인탤런트들처럼 빼어난 미인도 아니었고 몸매가 늘씬하지도 않았는데도, 그는 주로 1965년부터 결혼으로 은퇴하는 1968년까지 사실상 안방극장의 인기를 독차지했었다. 그야말로 스타탄생이었다. 특히 드라마 ‘일요부인’과 ‘치맛바람’에 출연할 무렵에는 온통 ‘나옥주 선풍’이 불 정도로 절대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 비결 가운데 하나는 당시로서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던 그녀의 화장술비법에도 있었다. 한번은 나옥주가 입원을 한 적이 있어 후배여자배우들이 병문안을 갔었는데, 병실을 잘못 찾은 줄 알고 되돌아 나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화장을 지우고 병원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평소 방송국에서 보던 나옥주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철저한 분장을 하고 연기에 임했던 인물이었고, 거기에다 그녀의 노력과 타고난 재능에 의한 연기력은 그 누구도 넘어설 수 없을 만큼 군계일학, 그야말로 일품이었고 뛰어났다. 어떤 시청자에게나 부담감이나 저항감을 주지 않으면서 항상 자신의 역할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연기만 해서 다들 며느리 감으로 점찍을 정도였다. 특히 ‘치맛바람’에서의 나옥주의 주부도박연기는 실감 만점이어서 실제로 그녀가 전문도박꾼인 줄 알았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그녀가 1968년 10월 30살의 나이로 당시 한 청년사업가와 결혼하는 바람에 ‘짚세기 신고 왔네’라는 드라마를 끝으로 은퇴를 하고 만다. 그리고는 나옥주가 누리던 브라운관의 여왕자리는 바로 TBC-TV 탤런트 1기생인 안은숙에게로 넘어간다.

TBC-TV ‘딸’ ‘사슴아가씨’의 안은숙
제2대 드라마스타로 홀연히 은퇴하고

‘별들의 고향’ ‘어제 내린 비’ 등에 나오는 영화배우 안인숙(安仁淑)과는 다른 인물 안은숙(安恩淑)이다. 안은숙은 나옥주가 은퇴하기 전에도 주연급으로 활동하던 배우였으나 워낙 나옥주의 큰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나옥주는 텔레비전 이전부터 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쌓은 배우였다면 안은숙은 순전히 TV가 만든 최초의 톱스타로 자리 잡았다. 연극이나 영화출연이 전혀 없었던 순수 TV드라마 탤런트였던 셈이다. TV드라마에서의 연기자 세대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처음부터 TV드라마를 연기하는 순혈주으로 스타의 자리도 변하고 있었다. 안은숙은 특히 주간드라마 ‘맞벌이 부부’에서 장래 스타가 될 조짐과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비교적 서구적인 마스크를 지닌 안은숙은 한복이나 양장 어느 의상이나 잘 어울리는 연기자이기도 했다. 경남 마산 출신인데도 대사에서 특유의 사투리 말투가 나지 않고 아주 매끄러웠다. ‘여자가 눈을 뜰 때’와 ‘조선총독부’라는 드라마에서 연기자로서의 기선을 잡더니,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딸’이나 ‘청춘극장’ ‘사슴아가씨’ 등이 히트하면서 일약 TV계의 최고스타로 군림하게 된다. 그 가운데 1970년 8월에 시작된 유 호 극본의 저녁 8시 연속극 ‘딸’에서는 연기자로서의 안은숙의 진가를 유감없이 내보여 명실공이 한 시대의 스타로 떠오른다. 그 안은숙은 연기에서는 물론 실제로도 정감이 넘치고 사교성도 있고,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인간적인 의리가 있는 여성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그가 한창 물이 오른 연기로 거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생각되던 1972년, 그녀는 홀연히 브라운관을 떠나 미련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TV연기자로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는 위치였는데도 불가피한 그녀의 개인사정이 TV드라마를 떠나게 한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 단 한 줄의 소식도 전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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