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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인문학(53)-보통 사람들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53)-보통 사람들
내용 최장수 일일연속극 ‘보통사람들’
KBS 저녁일일극 이미지 굳혀

지금도 KBS-1TV의 저녁일일연속극 시청률은 높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전체 TV채널 드라마 가운데 언제나 선두를 차지하곤 한다. 물론 평균적인 시청률은 예전만 못하고 갈수록 하향추세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 KBS-1TV의 저녁일일연속극은 부동의 1위다. 그만큼 프로그램인지도 면에서 압도적이고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한국인의 평균적인 가정과 삶을 비교적 편안하게 다뤄왔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시청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이 저녁일일극의 내용이 바로 이런 평균적인 삶과 가정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기도 한다. KBS-1TV의 저녁일일연속극마저 자주 막장냄새를 풍기며 억지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쨌거나 이 KBS-1TV의 저녁일일연속극이 한국의 평균적인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받기 시작한 역사와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 1970년대 초중반 ‘꽃피는 팔도강산’부터 서서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다가 1982년을 기점으로 완전한 국민일일연속극 시간대(時間帶)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 역할을 해낸 드라마가 우리 텔레비전 방송사상 가장 긴 일일연속극의 기록을 보유한 드라마 ‘보통사람들’이었다. 여류작가 나연숙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가 최상식 PD가 연출한 이 드라마는 방송횟수가 무려 4백 91회로 한국TV방송사에 길이 남을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당시 최장수 일일연속극은 MBC-TV의 김수현 극본, 박 철 연출의 ‘새엄마’였다. 1972년 8월 30일부터 1973년 12월 28일까지 모두 4백11회를 방송해 최장수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KBS의 일일극 ‘보통사람들’이 1982년 9월 20일에 첫 방송을 시작해 1984년 5월 31일, 햇수로는 3년 동안 방송함으로써 무려 491회로 종전기록을 깨뜨려버렸다.

KBS-1TV 저녁일일극 인기는 왜 생겼나
지금은 시들어가는 꽃처럼 자꾸 식어가

방송시간만 1만4천7백분, 매회 40명 가까운 탤런트들이 출연해 연인원 2만 명 선을 돌파했고, 작가가 쓴 원고지 분량만도 2백자 원고지로 2만4천5백매에 이르렀다. 실로 초인적인 기록들이었다. 햇수로 3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그 많은 분량을 써냈다는 것도 초인적이고, 그 4백91회를 시청자들 모두가 열심히 보아줬다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일일연속극이 다 그렇듯이 이 드라마 역시 미리 꽉 짜여 진 스토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부모와 자식, 형제, 그리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화합과 사랑을 그린 대가족 중심의 홈드라마였다. 다만 가정을 중심으로 한 그 시절의 성공한 일일극들이 대개 그렇듯이 가능하면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가정의 윤리와 질서를 새롭게 만들어가려는 노력과 시도가 있었다. 특히 산업화도 이루고 경제적으로도 잘 살아야한다는 의욕과 함께 가정은 어떤 식으로 꾸려나가야 하는가를 선험적으로 알려주는 방향의 드라마가 주목을 끌었다. 그 가운데 드라마 ‘보통사람들’이 안방극장의 시선을 끈 것은 밝고 건전하게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건강한 모습들이었다. 그것이 결국 현대인들이 상실한 꿈과 차츰 핵가족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대가족제도에 대한 강한 향수를 심어주고 있기도 했던 때문이었다. 이 드라마는 할머니(배우 황정순)을 정점으로 모여 사는 가족3대와, 그 주변 인물들의 순수하고 아기자기한 삶을 그냥 평범하고 편안하게 그려 나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연배역들의 숫자도 많았지만 그들의 면면이 호화찬란했다. 당대의 중견배우였던 이순재를 비롯해 김민자, 유지인, 송재호, 한혜숙, 황정아, 한진희, 이영하, 정한용, 문오장, 정재순, 금보라 등의 이른바 간판스타급들이 총출동했고, 강석우, 윤문식, 강태기 등의 연극배우와 영화배우들까지 스카우트를 통해 투입되었다. 물론 전대미문의 신인배우 등용문이기도 했다. 491회가 방송되는 동안 극중 결혼식도 아마 기록이었을 것이다.

TV일일연속극은 어느새 생활환경으로
그러나 요즘은 갈수록 막장 저 품격으로

화면 밖에서 출연배우들 끼리 하는 실제결혼식도 많았지만, 극중에서 올리는 결혼식 횟수도 그 어떤 드라마보다 많았다. 무려 다섯 쌍이 극중에서 차례로 결혼식을 올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심지어 조연출들까지 결혼식을 올리는 경사가 두 번이나 있었다. ‘보통사람들’ 드라마 속에서 부부나 애인으로 출연한 탤런트들은 똑같은 역할의 CF모델로 대거 기용돼 특별히 눈길을 끌기도 했다. 탤런트 이순재와 김민자는 부부로 은행의 저축권유모델로 나섰고, 황정아와 송재호는 보일러광고, 그 밖의 젊은 층 배우들은 제약회사와 우유제품 모델로 출연했다. 정한용은 가구회사, 금보라는 화장품 모델로 수입을 올렸다. 방송사상 한 편의 드라마 이후 그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광고모델로 진출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드라마 ‘보통사람들’의 인기와 친밀도가 어느 정도였는가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으로, 이것을 기점으로 적잖은 드라마 출연배우들이 본격적인 상품모델로 나서게 되었다. 동시에 매일 밤 9시뉴스 직전에 나가는 KBS-1TV의 저녁일일연속극은 그 접촉빈도나 신뢰에 있어서 줄곧 부동의 1위로 자리 잡았다. 이 일일연속극의 성패에 따라 9시 메인뉴스의 시청률도 영향을 받을 정도였고, 이 보다 훨씬 이전인 1970년대 초중반 김수현 극본의 일일극부터 시작된 텔레비전일일연속극의 열풍은 이때쯤 비로소 절정에 다다랐다. 일일극은 드라마가 아니라 어느새 생활환경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드라마가 나갈 때면 몇 시쯤이고, 그 시간에는 무엇을 하다가도 덮어놓고 연속극을 보고, 어제는 어디까지 했는데 오늘은 또 누가 무슨 일을 벌일까. 이쯤 되면 분명 일일극은 이제 그냥 드라마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생활환경이 틀림없었다. 그러기에 드라마 ‘보통사람들’은 햇수로는 무려 3년, 491회나 끌어갈 수 있었고, 그 사이에 우리의 생활문화나 의식은 알게 모르게 텔레비전드라마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한 후보가 선거캠페인 구호로 바로 이 ‘보통사람’을 내세워 당선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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