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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인문학(56)-TV 인기 외화와 전설적인 성우들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56)-TV 인기 외화와 전설적인 성우들
내용 TV인기외화와 전설적인 성우(聲優)들
고은정, 최응찬, 박 일, 배한성, 송도순....


한국의 성우들, 그들의 연기는 이미 1960년대 무렵에는 가히 신화적인 경지, 신기(神技)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 된 숱한 라디오드라마를 통해서 탄탄한 연기력을 완성한 상태였다.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통해 형성된 각자의 이미지와 인기는 분명 당대의 스타들로 손색이 없었다. 구 민, 주상현, 이창환, 오정한, 정은숙, 천선녀, 임옥영, 오승룡, 신원균, 남성우....그리고 이들 세대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성우의 전설 고은정, 대체로 그 다음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유강진, 최응찬, 박 일, 송도순, 배한성, 양지운, 송도영, 장유진, 이선영 등등. 부지기수의 한국성우 전성기는 누가 뭐래도 라디오드라마가 한창일 때였다. 그리고 동시녹음이 아닌 후시녹음 때의 국산영화녹음도 거의 이 라디오드라마 전성시대와 겹쳐 있었다. 당시 국산영화는 전량 출연배우가 아닌 성우들의 목소리로 녹음되었고, 배우들의 캐릭터마저 성우가 누구냐에 따라 정해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차차 동시녹음으로 바뀌고 라디오드라마가 쇠퇴기에 접어들자 성우들의 다음 일은 자연히 라디오나 영화녹음이 아닌 TV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외화(外畵)라는 걸 들여와 번역을 하고 이른바 더빙을 해서 틀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영화를 들여와 자막을 넣거나 더빙을 해 방송하기도 했고, 외국의 TV물을 가져온 경우는 대부분 성우의 더빙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의 해설을 성우들에게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히트작들은 TV용으로 제작된 외화시리즈물에서 나왔다. 서부개척시대의 형제들 이야기를 시추에이션드라마 시리즈로 다룬 ‘보난자’를 비롯해 ‘두 얼굴의 사나이’ ‘특수공작원 소머즈’ ‘원더우먼’이 있었다.


TV외화시리즈와 영화더빙으로
제2의 성우(聲優)전성시대를 맞다


그리고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늘 쫓겨 다니며 진범을 찾아 나선 ‘도망자’는 시청자들로부터 끊임없는 동정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군대와 싸우는 소대 단위의 이야기를 다룬 ‘컴뱃’(전투)은 또 어땠는가. 결코 크지도 않은 흑백의 작은 화면이었지만 전장에서 넘치는 전우애와 실감 나는 전투장면들에서 큰 재미를 보았다. ‘초원의 집’ ‘윌튼네 사람들’ ‘왈가닥 루시’ ‘맥가이버’ 그리고 최초로 들여온 미니시리즈 ‘뿌리’는 또 어땠는가. 이들 모두가 사람들이 넋을 잃고 시청한 인기외화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역을 맡았던 성우들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덩달아 치솟았다. 특히 그 가운데 ‘왈가닥 루시’의 고은정, ‘톰과 제리’의 송도순, ‘맥가이버’의 배한성 등 몇몇 성우들은 출연배우들 뺨치게 멋진 연기를 해냄으로써 사람들의 찬사를 듬뿍 받았다. 이들 성우들의 연기에 의해 외화 속의 주인공들이 비로소 확실한 캐릭터로 살아났고, 실제 주인공들보다 훨씬 개성 있는 인물들로 각광을 받았다. 어쩌면 그리도 천연덕스럽게 TV외화 속의 외국배우와 입을 맞추고 그 인물의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해내는지 볼 때마다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실제 원어보다 성우들의 연기가 훨씬 인물의 성격을 잘 살리고 더 실감나게 살려냈으니, 이 TV외화들의 성공은 전적으로 한국성우들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말하는데 어쩌면 그렇게 그들의 입모양까지 똑같은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예컨대 다른 나라들에서는 외화를 들여와 더빙을 해도 입을 맞추기는커녕 그냥 대충 자기네 나라말 따로, 외국말 따로 내보내고 있다. 근데 유독 우리는 대사의 길이와 표정, 감정의 기복과 입모양에 맞는 어휘나 단어의 선택과 높낮이와 장음과 단음의 처리까지 기가 막히게 맞추고 있으니 실감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주로 주말에 편성된 외국영화 더빙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텔레비전 외화시리즈들은 그야말로 인기폭발이었다. 주말명화극장에서 수없이 방송된 영화들에서는 인기배우에 따라 연기를 맡아하는 단골성우가 있어 눈을 감고 있어도 그 배우의 이미지를 훤히 떠올리게 해주었다.


출연 외국배우들 뺨치는 캐릭터
개성 살리고 대사의 맛도 내고


일테면 샤론스톤은 누구, 제임스딘은 누구, ‘닥터 지바고’의 오마샤리프는 누구, 007제임스 본드는 누구 하는 식으로 정해져 있을 만큼 개성과 특징을 잘 살렸다. 처음 일본에서 빌려온 미국의 수사 물 ‘형사 콜롬보’에서 콜롬보 역을 맡은 배우 ‘피터 포크’의 목소리 연기는 성우 최응찬이 맡았다. 키가 작고 늘 허름하고 낡은 코트 하나를 걸치고는 현장에 나타나 과학적이고 정확한 추리에 의한 수사를 해나가는데, 그 꾸부정하고 엉성해 보이는 모습이 성우 최응찬의 연기에 의해 사람들의 마음을 꽉 잡을 수 있었다. 외국배우의 이미지를 순전히 대사 하나로 딱 맞게 끌고 가면서 캐릭터를 살리고 대사의 길이나 입모양까지 맞춰가며 해낼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이 외화더빙에 있어서는 한국의 성우들이 감히 신(神)의 반열에 들어갈 만 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 성우들의 텔레비전 외화더빙 실력은 그 후로도 계속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만한 수준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우리 성우들의 언어를 다루는 재능은 탁월해 보인다. TV방송이 생겨나고부터 지금까지 결코 적잖은 텔레비전 외화들이 성우들의 더빙으로 방송됐지만, 그때마다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모은 공로는 그 역할을 맡아 기막히게 대사연기를 해낸 성우들한테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심지어 키스장면까지 거슬리지 않게 적절한 호흡조절로 절묘하게 해냈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TV외화 더빙에도 세대교체 바람은 어김없이 불었고 성우들의 세계에도 적잖은 판도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 성우로 시작해서 차츰 TV탤런트로 전향한 성우들도 꽤 많이 생겼다. 예를 들면 신충식, 김상순, 박규채, 김영옥, 나문희, 김석옥, 전원주, 사미자, 남성우, 남일우, 김무생, 변희봉, 전 운, 김성겸, 김기현, 성병숙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대사의 비중이 크고 중요한 TV드라마에서 무엇보다 정확한 대사의 전달력으로, 말이 갖는 언어적 가치와 정서적 감각으로 누구보다도 유능하게 TV드라마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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