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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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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드라마의 미학⓪
내용 ‘천일의 약속’

2011년 10월 17일에 시작해서 12월 20일에 방송이 끝난 SBS-TV의 월화드라마.

모두 20부작이다. 주말연속극과 달리 대개 20회 정도로 끝난다고 해서 흔히 미니시리즈라고 부른다. 엄격히 말해 미니시리즈라면 3-5부작 정도의 아주 짧은 시리즈라야 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의 미니시리즈는 사실상의 연속극만큼 길어졌다. 그 대신 압축과 함축으로 주제만은 분명해야 하는데, 거의 대부분이 그런 포맷의 매력조차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김수현의 미니시리즈는 다르다. 미니시리즈 본래의 의미를 비교적 확실히 살리는 편이다. 이 드라마 역시 그런 이야기 구조 가운데 하나다. 드라마의 소재는 이른바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젊은 치매여자와의 사랑을 지키려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다. 시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치매의 끔찍함이 팽배한 속에 그것도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닌 젊은 여성의 경우를 상정했고, 따로 결혼할 상대가 있는데도 가슴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천일간의 약속을 지키며 그야말로 사투를 벌인다는 것이 기둥줄거리이다.

바야흐로 늙은 사람의 치매는 그다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다시 말해 단순한 질병의 논의만으로 인간의 본질을 끄집어낼 수 없는 일. 질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떡하면 그 상황을 통해 인간의 사랑과 본질에 다가설 수 있을까. 여기서 젊은 여성의 안타까운 경우를 놓고 보면 인간의 본질과 사랑이 더욱 절실하고 극명하지 않을까. 흔해 빠진 질병 얘기가 아니라 젊은 미혼여성을 상대로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한번 들여다보는 드라마로서의 재미가 쏠쏠하고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살아온 앞날이 창창한 미혼여성이 알츠하이머라니!

사람들은 왜 드라마를 왜 보는가? 장면의 화끈함이나 액션 또는 황당무계한 환상에 빠져들려고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그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마음과 생각의 변화, 다시 말해서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며 해결해 가는가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어어 야단났네. 어어 큰일이네. 앞으로 저걸 어떻게 하지?” 사람들의 이런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주인공 서연 역을 맡은 배우 ‘수애’는 마지막 회를 촬영하면서 마치 자신이 직접 큰 병에 걸렸던 것처럼 심한 몸살을 앓았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 자신과 끝까지 함께 해준 스태프들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알츠하이머를 일명 ‘수애 병(病)’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 드라마에 깊이 빠졌다.

흔히 치매를 노인문제로만 다뤄온 그때까지의 방식에서 확연히 진화한 드라마였다. 질병을 소재로 보다 근본적인 인간의 문제, 즉 인간본질과 사랑의 문제를 모처럼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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