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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神도 우리가 자학하기를 원치 않는다 1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神도 우리가 자학하기를 원치 않는다 1
내용 어느 새 아침 저녁 싸아한 가을 기운.
가을 냄새가 쓸쓸하게 코끝을 스친다.
우리 집 감나무는 무슨 까닭인지 제대로 단풍들 기미도 없이 여전히 군복 색깔인 채 한 두장 씩 떨어지고 있다..
이번 가을은 아무래도 '완전한 사랑'에 붙잡혀 시골집 벚나무 단풍도 제대로 못보고 끝나지 싶다..

나는 해질녘을 좋아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가을을 좋아한다.
해질녘과 가을은 덮어놓고 쓸쓸하다..쓸쓸의 근거가 될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무턱대고 싸아하니 쓸쓸하다.

이 싸아한 쓸쓸함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이 싸아한 쓸쓸함을 나는 대단히 사랑하고 즐긴다.
내 영혼의 외로움과 닮아 있어서..

왜 태어나 이 세상에 온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고 왜 살아야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산다는 것의 의미는 도무지 어디에 두어야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두려운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면 밑바닥없는 시커먼 구멍같은 공포, 따지고 보면 별스러울 것 하나도 없는 그날이 그날인 되풀이되풀이의 지리함과 권태, 따분함, 부모도 내 마음같지 않고 친구도 나같지 않고 누구도 나와 똑같지 않은 외로움과 절망감에 막연한 불안과 뼈속으로 파고드는 허무함...

그래 그런 거 나도 안단다. 나도 익히 잘 아는 거란다..
그건 우리가 태어날 때 갖고 나와 죽는 날까지 지니고 살아야 하는 持病이다..

아이야. 일러두고 싶은 말이 있구나.
누구도 예외없이 갖고 있는 이 지병에 제발 휘둘리지 마라.
거부하고 불평하는 대신 의연하게 관찰하면서 다루기 힘든 種馬를 다루듯 솜씨좋게 다루면서 살아 내거라..

인생은 본디 외롭고 쓸쓸하고 권태롭고 불안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려 애쓰지 마라.
커피가 커피 맛이듯 인생은 그런 맛이니 불평하지 말고 본디 그런거려니 해버리는 것이 의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인생은 그런 맛이다.

그러려니 생각하다보면 언젠가부터는 고요히 가라앉아 자신을 관찰할 수 있어지고, 그러다보면 또 그것들이 다 별로 대단할 것 없는, 그저 입 언저리에 검은 점을 가진 어느 엄마의 자식 육남매가 다같이 입주변에 붙이고 나온, 엄마를 딱 닮아버린 검은 점 정도로 생각될거다..

그 단계가 되면 너는 벌써 그런 종류의 지병때문에는 마음 고단할 필요가 없어진 상태가 되고, 그러다보면 또 익숙한 친구라도 찾아온 것처럼 편안하게 맞이했다가 편안하게 보낼 수가 있어질 거다.

재미있게도 이 불청객은 맞아들이는 네가 눈쌀을 찌푸리고 괴로워하면 안방 아랫목까지 처들어와 길게 성가스럽게 하는 반면, 네가 편안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맞아들이려들면 대개는 대문쯤에서 서성거리거나 아니면 현관 밖에서 쭈볏거리다가 그냥 사라진다..그 녀석을 대문 밖에서 돌려세우느냐 현관까지 오게 하느냐 안방 아랫목 차지해서 길게 묵게 하느냐는 전적으로 너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행복도 불행도 네 마음먹기에 따라서 增幅된다.

행복은 고통이 아니니 마음껏 증폭시켜 행복하거라.
그러나 고독감, 懷疑, 권태, 우울, 불안, 비애, 절망, 이런 것들은 고통이니까 절대로 파고 들어올 곁을 주지 말고 대문 밖에서 돌려 세우며 살도록 해라. 그럴려면 먼저, 너를 아프게하는 견디기 어렵게 하는 그때그때의 문제들과 그것에 반응하고 있는 너 자신을 차분하게, 그러나 뚫어지게 응시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내가 가장 끔직해 하는 것은 내 마음이나 남의 마음이나 마음이 고통받는 것이다. 나는 너의 마음이 너의 주인이 되어 너를 지옥으로 연옥으로 산꼭대기로 낭떠러지로 진창으로 가시밭길로 함부로 끌고 다니게 하고 싶지가 않다.
절대로 그런 고통에 시달리고 휘둘리게 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니 마음이 너의 주인이 되게 하지 말고 네가 마음의 주인이 되거라. 마음에 고삐를 내주지 말고 네가 고삐 움켜쥐고 마음을 네가 원하는대로 조종하는 下人으로 쓰도록 해라.
절대로 불가능하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하면 너는 너 자신을 학대하지 않으면서 네 인생의 많은 부분을 평온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고통은 자학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자학만큼 어리석고 무익한 행위는 없다.
神도 우리가 자학하기를 원치 않는다.

무엇이 불안하고 두려우니.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너의 미래냐 어떤 종류의 실패든 실패가 겁나니.
아이야
자기 앞의 生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걸 열심히 불안해하면 신문에 소개되는 오늘의 하일라이트 드라마 스토리 정도라도 알려줄 누군가가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 그 고단한 짓을 왜 하니.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나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실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성공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걱정할 필요 전혀 없다..
두려움, 걱정, 불안,이런 것들은 전부 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쓸데없는 신경소모일 뿐이다. 자기 자신을 달군 프라이 팬에 올려놓고 다글다글 볶는 것은 어리석은 자학일 뿐이다..

나는 스무살 나이 쩍에 당장 내일 먹을 쌀이 없어도 어떻게 되겠지,푹푹 잘자고 일어나 해결했었고, 당장 버스표 한장이 없어 충무로에서 미아리까지 걸어들어가야할 지경에도 어떻게 되겠지 그 자리에서 辭表 내던지는 것에 일초도 주저하지 않았었다..
시간 낭비, 기운 낭비하면서 불편한 마음 상태.
바보 짓이다. 똑똑해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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