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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아이야 너도 별 수 없단다.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아이야 너도 별 수 없단다.
내용 우리의 삶이란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과의 ' 관계의 얽힘 ' 이 전부라고 할 수도 있다. 아버지에 의해 어머니 자궁 속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 우선 부모 자식이라는 관계가 시작된다.
열달 동안 어머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는 순간 먼저 나와 있던 언니나 오빠가 있다면 단번에 그들과 형제 관계로 엮이고, 느닷없이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 그리고 그 자식들과도 인척관계로 연결된다.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되는 친구 사귀기는 평생 계속되고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들과는 사제관계, 직장을 갖게 되면 상사나 부하관계가 만들어지고 네가 좋아하는 남자와 함께 살고 싶어 결혼을 하게 되면 남자 하나 얻는 대신 결혼과 동시에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시댁 쪽에 딸린 사람들과의 관계도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야.
결혼과 동시에 ' 관계 ' 중에 으뜸으로 어려운 시댁과의 관계가 시작된다. ' 시집 ' 에 넌더리가 나다 못해 시짜 들어가는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결혼생활을 하며 시댁 가족과의 갈등에서 자유로운 여자는 아마도 극히 드문 모양이다.
아이야.
그건 당연한 일이란다.
너는 너대로 네 남자는 또 네 남자대로 이십몇년 혹은 삼십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 만났다. 눈이 맞은 건 너희들 둘 뿐이지 상대 쪽 가족들과도 눈이 맞은 건 아니지 않니.
집집마다 그들만의 문화, 그들만의 생활방식, 그들만의 생각방식, 그들의 성향이라는 것이 있다. 네가 쉽사리 이해 안되는 시집이라 해도, 그것을 네 힘으로 네가 익숙한 방향으로 고칠 수는 없단다.
그들은 그렇게 몇십년을 살고 있고 그렇게 굳어버린 사람들이다.

아이야.
그 남자와 결혼을 하려거든, 그 남자와의 결혼생활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시집에 대해 비판도 시비도 하지 마라.
입 꼭 다물고 차라리 道를 닦으렴.
그들이 다른 것을 인정하려고 이해하려고 수용하려고 노력해라.
그러는 것이 다소간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아마도 시집 여인들일 것이다.
아이야.
시댁 여인들의 눈흘김에 상처 받지 마라.
원래가 시집 여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기 집안 남자가 선택해서 데리고 들어온 여자에 대해서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단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너한테 빼앗겼다는 박탈감이 있을 것이고 시누이들 역시 비슷한 색깔일 것이다.
별안간 나타나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가로챈 존재에 호의적일 수 없는 감정. 그것은 아마도 거의 원시적인 본능에 가까운 것인듯 싶다.

그이들의 콕콕 찌르는 바늘을 악의로 받아들이지 마라.
대개는 악의보다는 약간의 질투심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더러 악의가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것에 할퀴어질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다같이 聖人이 아니라서 때로 아주 유치할 수도 있고 심술궂을 수도 있다.
그저 우리 다같이 갖고 있는 치졸함을 귀여워하며 웃으렴.

그런데 마지막으로 아이야.
그 원시적인 본능과 치졸함은 분명 너한테도 있을 것이다.
만약 네가 아들을 가져 네 아들을 결혼시켜 보면 아마도 너 자신이 네 시어머니와 닮아 있는 것에 스스로 놀랄 것이다.
그것이 아들을 낳은 여인과 그 여인의 아들과 사는 또 한 여자가 맺고 있는 관계의 한계란다.

그 ' 한계 ' 를 잊지 마라.
네 부모한테서 받았던 받고 있는 사랑을 시댁에 기대하지 마라.
그 욕심을 버려라.
너한테 그들이 영원히 ' 시댁식구 ' 들인 것처럼 그이들에게는 네가 그저 내 아들과 살고 있는 ' 며느리 ' 라는 이름의 한 존재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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