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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너도 늙는다.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너도 늙는다.
내용 한 남자와 뜻이 맞아 결혼을 했는데 그 남자를 존재하게 한 시집과의 관계가 순조롭지 않은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시집과의 불편한 관계는 자연히 함께 사는 남자와의 관계도 어렵게 만들고 그러다 보면 하루하루 심신은 지치고, 갈등의 심도가 깊어지다 보면 급기야는 영혼까지도 피폐하게 된다.
결혼할 때 꿈꾸었던 홈 스위트 홈은 부질없는 망상.
시집 문제는 특별히 복받은 여인이 아니면 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거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 힘든 과제 ' 가 아닐까.

아이야.
시집은 네가 익숙한 네 친정하고는 일단 온도가 틀릴 것이다.

너를 낳아 키워주신 네 부모님의 너에 대한 조건없는 사랑의 온도 같은 건 기대하지 마라.
시베리아 동토만 아니거든 그것으로 고맙고 다행이다 생각해라.
물론 훌륭한 인품으로 친절하게 품어 안아주는 이들도 있기는 있더라만, 유감스럽게도 대개는 그저 상식적인 평균치를 못 벗어나더구나.

그 평범한 이들은 너를 가족의 한사람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온갖 공 다 들여 키우고 투자해 놓은 내 아들을 홀려 독차지한 ' 침입자 ' 로 의식하는 것 같다.
내가 낳아 입히고 먹이고 공부시켜 다듬어 놨는데 생전 나치부치 모르는 아이한테 가로채였다.

그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네 존재가 언짢을 수 있고, 또 그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이다.
내가 낳은 내 자식인데 네가 나타나고 부터 나한테 소홀하고, 내가 키우고 공부시켜놨는데 월급봉투는 고스란히 딴 데다 바친다. 어쩌다 너한테 불리한 어떤 얘기가 나오면 이 녀석이 제 어미보다 제 아낙 카버하느라 정신없다.

지금까지 온전하게 내 차지였던 아들이 저만큼 멀리 달아나 빈손이 된 허탈한 느낌. 참으로 복잡미묘하고도 서글픈 패배감 아니겠니.
그러니 아이야.
시어머니가 이의없이 순수하게 네 존재를 반가와 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라.

많은 보통의 시어머니들은 어쩌면 평생 며느리를 경쟁상대로 의식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 하지 마라.
옳은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은 자신을 옳지 않다는 쪽에 놓고 싶어하지 않을 뿐더러 그런 판별의식조차도 없이 살아간단다.
너한테는 한 남자와 부부의 연으로 묶인 대신 시부모께 잘해야하는 힘겨운 ' 의무 ' 가 있을 뿐이고, 시어머니는 너를 자식으로 품어야하는 ' 정답 ' 대신 그저 뭔가가 늘 못마땅해 곱지 않은 심사풀이를 하는 ' 대상 ' 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다함께 부족한 사람들이다.
부족하기 때문에 불화가 만들어지고 갈등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완성된 사람들이라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처받지 마라.
그이의 입장과 심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보렴. 네 입장에서는 네가 약자로 부당한 핍박이나 괴로움을 받는다 생각되겠지만

아이야. 내 생각은 다르단다.
약자는 너를 힘들게 하는 바로 그 사람이란다.
그이는 너한테 밀려서 아들의 영순위에서 탈락됐고, 앞으로 살수있는 세월보다 살아버린 세월이 훨씬 많은이며, 자신의 지난 날고생에 비해 훨씬 편안해보이는 네가 몹시 부러우면서 그게 부아가 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 시어머니 ' 라는 이름으로 ' 시어머니 유세 ' 휘두르기 밖에는 할 게 없는 이란다.

강자는 너고 그이가 약자라는 것을 잊지마라.
바보처럼 상처받지 말고 강자의 아량으로 되도록이면 이해하는 노력을 하렴.
아이야. 너도 늙는다.
체력도 떨어지고 여기저기 아프고 자식들은 제짝 찾아 다 떨어져 나가고, 중심에서는 밀려나 소외감에 서글퍼야하고 게다가 경제력조차 별로인 것 같으면 힘들고 괴롭지 않겠니.
잊지 마라.
지금 너는 강자이나 너도 늙어 약자가 될 날이 머지 않단다.

무리일 수도 있으나 이해하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다가 그이의 인생에 대한 연민이 생길 수 있다면 최상이 아닐까.
누군가를 이해하고 가여워할 수있는 ' 연민 ' 으로 너의 심장을 따듯하게 데우렴 아이야.
아이야 너도 별 수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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