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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아이야 이런 일도 있구나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아이야 이런 일도 있구나
내용 창 밖으로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구나.
강아지 미용 예약은 취소한 모양인데 일본에 있는 역시 30년 이상 묵은 남자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 정문수 감독과 함께 점심이나 먹자 해 놨는데, 내일 길 사정이 어떨까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한 두 주일 째 머리 한 귀퉁이를 계속 깔짝깔짝 긁고 있는 문제가 몹시도 성가스럽다.
이것이 늙음인가.
젊은 날 같았으면 두 번 생각 안하고 잘라버리고 잊었을 일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 에이 그러라지 ' 했다가 ' 뭐야? 뭐라구? ' 했다가를 반복 중이다.

역시 또 30년 이상된 친구가 어느 날 몇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
' 야 너는 말을 함부로 하고 다른 사람 불편하게 만들잖아. '

느닷없는 소리에 나는
??????
이런 얼굴로 그 친구를 보다가
' 얘 너 그 말은 좀 그렇다. 말을 함부로 하다니 '
일단 그렇게 시작하고 그 다음으로 가려는데 남아 있는 내 말을 자르고 그 친구
' 야 너 말 함부로 해애. '
아주 자신만만, 강력하게 못을 박고 다른 얘기로 튀었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었고, 오래 묵은 친구가 이해하는 ' 나 ' 라는 사람이 ' 말을 함부로 하는 인간 ' 이라는 것이 너무나 충격이라 어안이 벙벙한채 등신처럼 입을 헤에 벌리고 그냥 넘어갔었다.

내 말법이 ' 직설적 ' 인 것은 인정한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 어법에 익숙치않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는 건, 그럴 수도라고 수긍한다.
그러나 ' 직설적 ' 과 ' 함부로 ' 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상당히 김이 샌채 이삼일 지난 뒤에 어떤 문제로 다시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날 밤 이 친구가 또 다시 결정타를 날렸다.
' 너는 원래 과격하고 매몰차니까 어쩌고 저쩌고..... '
이유도 모르고 왼뺨 오른뺨 왕복으로 열대쯤 맞으면 그런 느낌일까 하하하하. 전혀 반론제기 안하고, 꿀컥 삼켜버린 채 정말 성실하게 대화를 끝내면서 마지막으로
'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전부다 너를 이롭게 하고자라는 걸 너는 믿어야 해. '
로 마무리를 지었었다.
1. 말을 함부로 하고
2.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3. 매몰차고
4. 과격하고'
세상에나 내가 이렇게나 형편없는 사람이라니.

그녀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면 지금이라도 어서 죽어버리는 것이 사회 정화에 보탬이 되는 거 아닐까.

그냥 꿀컥 삼켜버리고 그만둔 것은 첫째, 그 친구가 나라는 사람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테니 시비 걸 일이 아니었고, 둘째는 그 친구 말처럼 나는 ' 과격하고 매몰차서 ' 그 발언에 대해서 말을 시작했다 하면, 30년 아니라 300년이 된 관계라 하더라도 그날 밤으로 완전히 ' 끝장 ' 을 내버릴 거라는, 내 성격의 위험요소를 스스로 알기 때문이었다.

끝장이 두렵거나 미련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나는 재미없어진 사람에 대한 미련따위는 없는 사람이다.
그것이 그녀가 지적한 매몰참일수도 있겠다.
어쨌든 지금 그녀와 ' 끝장 ' 을 내는 것은 세상에 ' 우스개꺼리 ' 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 끝장 ' 은 언제든지 낼 수 있다.
이번은 그냥 넘어가자.

그 친구는 자기가 나한테 어떤 수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지 전혀 모르는채 여전하고, 나 역시 아무 일 없었던 듯 지내고 있는 중이지만, 나 혼자 그 한심함은 거의 좌절에 닮은 감정이다.

'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 정도는 접수할 수 있다.
많이들은 소리가 ' 무섭다 ' ' 어렵다 ' 니까 내가 다른 사람들을 그리 편안하게 하는 능력은 없는 듯 싶다.
그러나 웃기게도 나는 버릇없는 이들을 제일 싫어하고 누구든 ' 함부로 ' 구는 것을 절대 못참는 사람이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느리터분하면서 자기 의사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 빠르고, 확실하고 명확하게 주장이 강한 ' 나같은 사람이 ' 과격 ' 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느린 기차가 빠른 기차를 ' 과격하다 ' 고 말한다면 빠른 기차는 느린 기차를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 매몰차다 '

오호 통재라.
나와 함께 30년이 넘는 긴 세월을 친구로 보냈으면서 나를 잘 모르는채 무조건 그저 김수현이 싫어 침 튀기며 매도하는 악의에 찬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소리가 어떻게 그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건가.

하하하하하.
아이야 나는 웃는다.
이런 일도 있구나.

아이야 이런일도 있구나

2004년은 여러가지 징조로 미루어 보건대 아주 특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됐네 이 사람아.
어느 날 조용히 이유도 말 안한 채 나는 너를 짜를 거야.

덕분에 모든 인간 관계에 있어 상대를 ' 이해 ' 한다는 것은 ' 오해 '를 ' 이해 ' 로 착각하는 함정이라는 생각을 더더욱 굳혔다.

끝으로
' 근데 걔는 왜 지금까지 그토록 밥맛없는 나랑 친구를 하고 있지? 혹시 천사 아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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