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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우리 집 스토커들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우리 집 스토커들
내용 ' 하나 '-시츄-는 우리 집에 들어온지 이미 햇수로 5년 쯤 되고 쿠키-푸들-가 들어온지 이제 거의 일년이 돼온다.
남자를 무지막지 싫어해서 남자 손님만 오면 민망할 정도로 짖어대는 ' 하나 ' 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유일무이하게 내 막내를 좋아하는데, 그것이 스토킹 수준이다.

' 하나 ' 는 아우가 집에 있을 때는 밥 먹을 때를 빼고는 아우 옆에 붙어 있느라 아래층에는 얼씬도 안하고, 아우가 나갈 때는 누군가가 안고 버텨줘야 할만큼 죽자사자 따라 나가려 한다.
그리고 그 뒤는 약 한 시간 쯤 현관 문짝을 향해 앉아서 슬프디 슬프게 운다.

' 쿠키 ' 는 오는 날부터 딸아이와 내가 완전히 맛이 갔다 싶을 정도로 홀랑 반해서, 아우는 물론 집에 와서 보는 손님들조차도 편애가 너무 심하다는 지탄을 받게 하는데 이 아이는 딸아이의 스토커이다.
딸아이가 움직이면 뒤꿈치에 붙어있는 껌처럼 따라 다니고, 세수할 때는 세면대 옆에 올려 놓아주어야 하고, 용변을 볼 때는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외출할 폼새면 두발로 서서 따라 나가기를 너무나 안타깝게 열망하기 때문에 딸아이도 동네 볼일 정도에는 많이 데리고 다닌다.

두 아이 다 나한테는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
' 이것들이 내 밥 먹으면서 이 씨이이 '
그러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제가 받고 있는 사랑의 백배쯤을 돌려주는 것이 강아지라고 믿는 사람이고 그래서 강아지를 좋아한다.

' 쿠키 ' 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 하나 ' 는 점잖고 우아하고 착한 아이였는데 ' 쿠키 ' 가 들어오면서부터 점잖고 우아하고 착한 ' 하나 ' 는 ' 둔하고 게으르고 배타적이고 먹는 것만 생각하는 에고 ' 가 돼 버렸다. 너무나 현격한 ' 지능 ' 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데다 또 너무나 정반대의 성격도 어쩔 수가 없어서 현재 ' 하나 ' 는 좀 왕따 당하는 아이 비슷한 처지에 있다.
' 하나 ' 를 덜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 쿠키 ' 가 너무나 이뻐서 그런 거라고 하면 약간의 거짓말로 생각될 정도로 ' 쿠키 ' 는 특별하다. ' 하나 ' 가 슬플테니 ' 쿠키 ' 의 특별함에 대해서는 이만 생략하자.

어제 아이가 유럽으로 잠깐 여행을 갔다.
그렇잖아도 걱정을 늘어지게 하고 간 아이를 ' 쿠키 ' 는 하루 왼종일 잠잘 시간까지 포기 안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뭔가 잠간 하다가 없어진 아이를 찾으면 마루 유리 앞에 붙어 앉아서 하염없이 대문 쪽을 보고 있었다.
불러들이면 마지못해 잠깐 들어왔다 나가고 안고 달래면 뻐둥거려 나가서 또 그러고 있고, 그러기를
우리 집 스토커들
몇 차롄지 모른다.
나중에는 창밖이 안 보이게 커어튼을 쳐버렸는데 문득 보니 애가 또 없었다. ' 쿠키야 쿠키야 ' 불러도 소식이 없어 어떻게 된 건가 순간 잠깐 겁이 났는데-왜냐하면 만약 ' 쿠키 ' 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아줌마와 나는 산목숨이 아니니까-양쪽을 당겨 닫게 되어있는 커튼의 합쳐지는 곳을 비집고 들어가 대문을 바라보며 바로 그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쌍하고 안됐어서 불러들일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렸는데 커어튼 사이에 들어가 있는 모습은 더구나 너무 애절해서 결정적이었다. ' 쿠키 ' 를 안아 들이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
' 에이구우. 이런 새끼를 놓고 집 나가는 에미들은 도대체 어떤 물건들이냐아.. '

그래도 내가 자려고 침대 쪽으로 움직이니 ' 쿠키 ' 도 ' 하나 ' 와 함께 따라 들어오기는 했다.
쯔쯔쯔 큰일났다.

아까 낮에 ' 쿠키 ' 의 사랑이 스위스에서 전화했다.

거두절미
' 엄마 쿠키 어때? '
모전여전이다. 나도 옛날에 여행나가 집에 전화하면 첫 마디가
' 엄마. 루비 어때? 잘 놀아? '
였으니까.
' 너 빨리 비행기 타고 와라. 우리 진짜 쿠키때매 큰일났다. 너 바빠지고 나 일하고 그럼 이 노릇을 어떡하니. '

했더니 ' 쿠키의 사랑 '
' 엄마가 데리구 얘기 좀 해애..딴짓하지 말구 좀 놀아 주라구우우. '
' 쿠키는 내가 아니라 니가 필요한 거란 말야아. '

에그머니나.
' 쿠키 ' 어딨나 싶어 지금 잠깐 찾아봤더니 또 그러고 있다.

' 쿠키야 쿠키야 그렇게나 사랑하니? '
우리 집 ' 쿠키 '의 사랑은 뜨겁고 슬프고 애절하다.

시골 집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왔다.
그래서 내일은 ' 하나 ' 와 ' 쿠키 ' 데리고 아줌마도 함께 시골집에 갈 참이다.
옛날 엄마가 절구에 찧어서 푹 퍼지게 지어 주셨던 보리밥 생각이 나서 관리 아저씨한테 전화해
' 아저씨. 아저씨네는 보리밥 안 잡수세요? '
했더니
' 먹지유 왜유 선상님. '
하셨다.
' 아니 그냥 보리 밥 말구 왜 절구에 보리쌀 찧어 삶아 건져서 해먹는 보리밥 말이에요. '
' 아 알어유. 어이 오시기나 해유. '
전화를 끊고 문득 괜히 아주머니만 귀찮게 한 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 큰무당 '이다.
분명 아저씨네도 요즘 식으로 쌀 담그는데 같이 보리 담궈 자실텐데 아저씨는 나 때문에 마나님한테 보리 쌀 찧어 삶아 건지라 할 것이다.

아저씨는 15년 동안 한결같이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움직여주실 만큼 나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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