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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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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나
내용 19일 토요일 여행에서 돌아와 일요일 하루 쉬고 월,화 약속 이후는 아무 약속도 잡지 않은 채 그저께 하루 외출 이외에는 꼬박 틀어박혀 있는데, 한심하지만 아직 일은 시작도 못했다.

장마지는동안 특집극 끝내 내보내고 곧장 kbs주말극 시납 만들어 내보내야 하는데 어슬렁어슬렁 대책없는 게으름뱅이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오늘은 특집극 인물들 만들어야지 생각은 하는데 특집 인물 두엇 굴리다 보면 어느새 주말극 인물들이 굴러다니고 있고 웃기지도 않는다.

특집극이라고 해서 사전 준비가 연속극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
나오는 인물들의 성장과정과 환경, 성격과 생각, 희망과 좌절,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현재까지의 개략적인 인생사 등 모든 것을 세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함축시켜 줘 가면서 써야한다.
그것이 잘못되면 그저 이름만의 특집극인 세시간짜리 신통찮은 드라마로 끝나버리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세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모두 다 담아야 하는 특집극 작업이 더 어려울 수 있다.

30년 훌쩍 넘게 쓰고 또 쓰고 했으니 무슨 얘기를 써야 하는 건지 새 일을 시작할 때 마다 한심스럽다.

내가 안 건드렸던 얘기가 있나.
건드릴 수 있는 모든 얘기들을 건드렸고 廣意로 말하자면 내가 이미 건드렸던 얘기들이 아직도 드라마 점방의 주력 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는 무엇을 써야 하는가.

' 쓸 거 없으면 은퇴해라 할매 ' 하는 안티들의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은퇴야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거니까 그건 상관없는데, 그런데, 더구나 특히 이번 일을 앞에 놓고는 '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나 ' 의 압박이 제법 심하다.

나는 지금의 드라마들이 정말 마음에 안 든다.
한 때는 멍청한 콩쥐팥쥐 모드더니 이제는 막춤추는 사기사들의 행진을 보는 느낌이다. 더 이상의 거짓말도 없고 더 이상의 자극도 있을 수 없고 더 이상의 허황됨도 있을 수 없다.
개연성도 논리도 의미도 물론 없는데다가 지독하게 말해서 지능조차도 없는 것 같은 인물들 투성이니 인간의 체온도 아름다움도 숨결도 몽땅 사라져 버렸다.
그냥 허깨비들의 시끄럽기만한 굿판이다.

이 시끄러운 굿판에 과연 나는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나.

아무래도 나는 시계를 거꾸로 돌려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해야할 일이지 싶다.

이악스럽게 나쁜 쪽으로만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아닌 어리숙할 만큼 겸손하면서 순하고 바른 이들한테서 우리가 다같이 잊고 있었던 ' 사람의 향기 ' 가 은은하게 풍겨나오는 그런 이야기를 뜨듯하게 써 보고 싶다.

모두가 졸려서 수면제 대신 보거나 안 봐도 개의치 않겠다.
시청률에 한 맺힌 사람 아니니 괜찮다.
성적표 때문에 김수현 할매 끝났다 환호하면서 나 묻을 구덩이를 파는 이들이 있어도 상관없다.
파묻힌 적이 어디 한 두번인가.

다행스럽게도 kbs가 어찌 내 속을 미리 읽었는지 시청률보다는 ' 좋은 드라마 ' 를 원한다니, 더더욱 괜찮다.
우우움.한 번 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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