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전 상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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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마지막 원고 리딩을 마치는 것으로 9개월에 걸친 ' 부모님전 상서 ' 행군을 끝냈다.
감독/ 스탭들/ 연기자들은 다다음주까지의 작업이 남아 있다. 9월 중순께 첫 원고를 내보내고 매주 목요일 리딩에 맞춰 매주 두 편씩의 원고를 차질없이 내보낸 것을 우선 자축한다. 컨디션이 까라졌다 좀 나아졌다 하면서 유난히 어지러운 주변사에 휘둘리면서 용케 잘 버텼다는 느낌이다. 중반 시작 무렵이었던가 고모 역할의 김보연이 느닷없는 맹장수술을 받아야했지만 하늘이 도와 목요일 스튜디오 녹화 끝내고 아팠고 대본은 두 주일이 앞서 나가 있었기 때문에 다음 주 스케줄에 전혀 지장없이 넘어갔었다. 큰딸 남편 박창수 역할은 연기자의 스케줄로 50회 이후 아쉬워야 했지만 역시 무난하게 넘어갔고, 후반 8회분 남겨놓고 방민서 연기자의 화상이 결정적인 복병이었었는데 ' 출연자 교체 ' 로 수습해야 했었다. 드라마 중간에 ' 출연자 교체 ' 라는 황당한 짓을 해본 적이 없는 방송사가 아주 난감해 했었다 6개월 이상해야하는 장편 드라마의 경우 언제라도 연기자의 사고?는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요즘은 인터넷 시대라 거의 실시간으로 사고 소식이 떠버린다. 그런 상황에 허둥지둥 대본 수정을 한다든지 하는 편법으로 피해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상황에 따른 부득이한 ' 출연자 교체 ' 로 시청자들에게 양해 받는 것이 옳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오후 7시에 대본이 새 연기자에게 넘어가고 이틑날 새벽부터 촬영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주 목요일 리딩에 씨피가 아주 곤혹스러워하면서 편집된 필름을 좀 봐달라고 하며 ' 한번 보세요. 코미디같아요 ' 했는데 나의 대답 ' 안했던 짓 할려니까 그러죠? 괜찮아요. 시청자들 기꺼이 양해해 줄 거에요. 두고 보세요. ' 방송이 나갔다. ???할 정도로 양호했다. 시청자들의 태클 전혀 없었다. 내가 방송사가 원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첫째 그 역할은 고정 배역이었다. 둘째 그 여인의 이야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그 배역을 사라지게 할 수 있나. 셋째 화상을 당한 사고는 인터넷을 통해 다같이 알아버릴 일이었다. 다른 이유 만가지가 다 거짓말이 돼버린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거짓말로 수습을 하느니 차라리 솔직하자를 선택했었다. 맛갈스럽게 자기 역을 소화해 주었던 방민서 씨 불운이 안타까웠지만, 연습날 나가서는 느닷없이 불려나와 다른 사람이 하던 배역의 대타를 해준 신소미 양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 지난 목요일 리딩에 걱정이 태산이던 씨피가 연습실에 나타나 싱글벙글하면서 배역 교체 사건이 무사하게 넘어간 것을 좋아했다.. ' 괜한 걱정이었죠? 거 봐요. ' 시청자들은 ' 부모님전 상서 ' 의 배역교체에 대한 태클 대신 사고 당한 방민서 연기자의 빠른 쾌유를 비는 진심어린 격려를 보내 줄 만큼 열린 마음들이었다.. 젊은이들 중에는 무슨 말인지조차 모를 ' 부모님전 상서 ' 라는 타이틀에 괜찮은 느낌을 받았던 사람은 아마도 별반 없었을 것이다. ' 웬 ???? ' 더구나 젊은 세대는 무슨 말인지조차 모를만큼 거의 다 죽어가던 말 아니었을까. 그래도 ' 제목이 좀..... ' 하는 식의 군입을 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고약한 성질 건드리고 마음 상하느니 가만 놔두자 였으리라 생각한다. 이럴 때는 고약한 성질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수수하다 못해 후진? 캐스팅의 느낌으로 출발한 ' 부모님전 상서 ' 는 초장에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 이번에는 김수현 망했다 ' 은근히 기뻐하는 콧김 입김이 애 안써도 느껴졌었다. 소위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는 애시당초부터 상관없이 시작한 때문에,시청률로 ' 김수현 망할 것이다.망했다 ' 는 분위기에 대한 반발심은 없었다. 나 자신 모두 다 졸려서 채널 돌릴 드라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어쨌든 쓴 사람으로 부끄럽지 말자가 목표였고 첫 리딩 때 연기자들에게도 ' 시청률은 포기하세요. 이거 시청률 안나옵니다. 다만 이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 부끄럽지는 않을 테니 최선을 다해 주세요. ' 못을 박아놓고 시작했었다. 앞에 방송되었던 ' 애정의 조건 ' 시청률을 반이나 까먹고 상대 방송 주말 드라마와 핑퐁 게임하듯 고만고만일때도 고맙게도 우리 연기자들은 누구하나 목 빼는 이 없이 모두 다 즐거운 얼굴들이었다. 그 즐거운 얼굴들은 마지막 리딩 날까지 한결같았다. 리딩때마다 한달이면 두어번은 책 읽기 전에 와인 파티를 했었고, 누군가의 생일이면 케익과 촛불과 꽃이 준비돼 노래부르고 손벽 쳐 축하해 주고, 드라마 작가 40년을 바라보면서 이번 작업처럼 화기애애 단결해서 날마다 경사난 팀 같아보기도 정말 처음이다. 많은 드라마들이 거의 연습이라는 것이 생략된다는 요즘 현장 풍토에서 우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에누리 없는 연습을 했었는데, 34주 동안 단 한주를 빼고는 개인 사정으로 연습에 불참한 연기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단 한주 단 한 사람, 삼주전 쯤 광고 찍으러 해외 갔던 송선미가 하루 빠지고는 그 다음 주에 거창한 저녁을 사 사죄를 하고도 아직도 죄인 얼굴을 하고 있다 하하하하. 참으로 놀라운 일이고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또 하나 ' 부모님전 상서 ' 에 출연하면서 모든 연기자들이 하나같이 약속한듯 다른 드라마 출연을 자제해 주었다는 것을 감사할 일에서 빼면 안된다. 여주로 수원으로 분당으로 강남으로 사방 흩어져 있는 야외에 스튜디오 이틀, 미니 시리즈도 아닌데 미니 시리즈 이상으로 야외가 많았던 작업이었는데도 리딩날 나가보면 누구하나 입 내밀고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도 특기할 사항이다. 나는 내실없이 스타인 사람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스타 소리 못들어도 나를 만나 ' 연기를 꽤 할줄 아는 연기자 ' 로 재능을 발휘하게 되어지는 것이 내 기쁨이다. 그런 점으로 이번 일도 만족한다. 중견연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직 한창 젊은 연기자들까지 시종일관 겸손하고 성실하게 작업에 임해 주었던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마지막 사족. 이번 드라마처럼 홈페이지 시청자들한테서 좋은 드라마?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받은 적이 없었다. 내 안티들은 하루 빨리 할매를 구덩이에 묻어버리고 싶어 몸이 다는데 ' 건강해라 ' ' 오래오래 살아라 ' '감사한다 ' 는 격려가 어느때없이 많았던 것도 특기 사항이다. 수도 없이 많은 시청자 소감 가운데 이삼일 전 이런 소감이 하나 있었다. ' 이 드라마를 보면 선해져요. ' 너무 반가와 콧날이 시큰해졌었다.. ' 바로 그거에요!!!!. 그것이 내가 이 드라마를 쓴 목적이에요. ' 옆에 있었으면 왈칵 안아주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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