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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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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비평_2013년도 TV 드라마 진단
내용 “허위와 날조와 악행과 일탈(逸脫)의 되풀이”
-2013년도 TV드라마 진단-



1. 여전한 드라마 편성의 강세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TV드라마 편수는 2013년에도 여전히 주당(週當) 30여 편 안팎 그대로이다. 여기서 ‘여전히’란 이러한 드라마 위주의 편성이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되풀이 되어왔다는 뜻이다.
아침드라마와 저녁드라마 등 각 채널 별 일일극과,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 등의 소위 미니시리즈를 표방하는 주중 주간드라마(그 길이로 봐서는 결코 미니도 아니고 그냥 연속극으로 변질했지만), 그리고 주말연속극과 일부 시추에이션드라마(시트콤이 아님) 등을 합쳐 일주일 단위로 30여 편 안팎의 드라마가 방송된 지는 꽤 오래되었고, 이러한 편성추세는 2013년에도 변화가 없었다.
특히 최근 들어 일부 케이블(tvN)과 종편(jtbc)의 드라마들이 합류하면서 일주일에 30편 TV드라마 편성은 사실상 굳건해졌다.
KBS-1TV의 경우 공영방송으로서 그나마 정통사극의 명맥을 유지해오던 대하역사극을 없애버렸고, 저녁 9시 뉴스 직전의 일일극은 평균적인 한국인의 삶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데도 줄기차게 방송하고 있으며, KBS-2TV는 오히려 2013년 들어 저녁 일일연속극을 하나 더 추가 편성한 상태다.
MBC는 TV드라마로만 벌써 네 번째 방송한 ‘허준’을 시작으로 일일연속극으로 사극을 추가했으며, SBS는 주말 저녁 뉴스시간 이후를 아예 연속극으로 도배해놓은 지가 오래다.
간단히 드라마 편수와 편성만으로 봐서는 한국에 있어서의 텔레비전방송은 분명 드라마왕국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방송의 텔레비전드라마들을 보면서 왜 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일까. 무릇 드라마는 형식과 내용이다.
형식으로 봐서는 무슨 환타지니 장르드라마니, ‘팩션’사극에 로맨틱코미디에, 시공을 초월하는 이른바 ‘타임 슬립’이니 하면서 엄청나게 다양한 드라마들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정작 그 내용에 있어서는 아무 것도 새로울 게 없는 ‘드라마 놀이’ ‘드라마 장난’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2013년 한해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드라마의 내용이지 외형적으로 내세우는 형식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하는 한해였다고 할 수 있다.



2. 방향성을 잃어버린 드라마들

예컨대 2013년 한해에 방송된 TV드라마 가운데 MBC-TV의 ‘메디컬 탑 팀’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제목 그대로 의료에 관한 한 이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하는 ‘협진’을 다루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식논리에 입각한 다양성만 생각했지 드라마가 본래적으로 추구해야 할 인간본질의 탐구라는 진정성이 빠져 있었다.
때문에 인생, 즉 삶에 대한 통찰과 인간본질의 추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허위에 가득 찬 외화내빈의 괜히 폼만 잡는 엉터리드라마가 되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눈에도 들지 못하고 끝내 외면당하고 말았다.
의사들의 세계 또는 삶이 있는 의료계의 내면까지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막연히 협진을 다루면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얼마나 무지하고 터무니없는 발상인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남았다.
또 이미 우리는 그 전에 방송된 소위 의학드라마로 ‘골든타임’과 ‘굿 닥터’ 등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이런 종류를 장르드라마라고 분류하면서 마치 드라마의 지평을 넓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세웠고, 거기에 ‘협진’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들어가니까 꽤나 새롭게 다가가리라 생각했겠지만 완전한 착각이었다.
여태까지 장르드라마로 표방한 것들이 대부분 그냥 장르만 바꿔놓았을 뿐, 여타 멜로드라마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그들끼리의 애정행각을 주로 다루고 있었음을 누누이 보아왔기 때문에 당연히 식상하고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처럼 형식논리를 앞세운 드라마로는 이른바 ‘타임 슬립’이라고 불리는 드라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펼치는 허구의 세계를 이야기로 만드는 일이다.
‘옥탑방 왕세자’ ‘신의’ ‘인현왕후의 남자’ 닥터 진‘과 같은 드라마들처럼 비교적 근래에 쏟아져 나온 일련의 시공간 초월의 드라마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KBS-TV의 ’미래의 선택‘도 그 형식면에서는 이들과 맥을 같이하는 드라마였다.
금년 상반기에 방송된 ’나인‘이라는 드라마도 비슷한 경우다.
마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들이 왜 TV드라마에서는 하면 안 되나” 식의 발상에서 나온 드라마들이다. 그 결과는 역시 너무나 뻔했고 참담했다.
막대한 제작비만 쏟아 부었지 흥행도 실패였고 황당무계하고 해괴망측한 드라마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그쳤다. 왜 이런 현상들이 벌어지고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그 드라마들 어디에서도 드라마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본질을 파고드는 자세도 없었고, 텔레비전드라마가 근본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형식논리만을 앞세워 시청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 결과는 구체적으로는 시청률로도 나타나는데, 2013년 한해의 경우 시청률에 있어서도 드라마는 그 어느 해보다 성적표가 좋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보통 시청률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가운데 상위 6, 7위까지는 드라마가 차지했고, 이런 선호도 경향과 추세는 하루 이틀 지속된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시청률 30%가 넘는 드라마가 적어도 일 년에 너 댓 편은 넘었고, 이 또한 오래 지속되어 으레 그러려니 하는 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달라졌다.
시청률 30%를 넘는 드라마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전체 시청률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드라마의 숫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어떨 땐 겨우 한두 편에 불과했다.
2013년의 전체적인 드라마의 저조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우선 시청자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내용도 없이 잔머리만 굴리는 그들의 전략에 넘어가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더 이상 속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드라마는 이야기다. 사람의 이야기며 사람 사는 이야기다. 결국 인간의 본질에 천착하지 않는 드라마는 무슨 수를 써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드라마의 인문학적 가치며 예술로서의 존재이유다. 형식의 다양성 추구가 곧 내용을 갖추거나 참신성과 리얼리티로 연결되지 않는 고질적 병폐가 쌓이고 쌓인 때문이다.
드라마의 본래적 기능인 인간의 본질에 천착하는 진정성은 보기 힘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3. 창작성의 결여 또는 실종위기

2013년에 보아온 TV드라마들에도 원작, 그것도 만화가 원작인 경우가 많았다.
국내 만화로도 모자라 심지어 일본만화, 그것도 이미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송했던 원작만화를 사들여 각색한 드라마까지 있었다.
물론 거의 예외 없이 실패했고 시청자들로부터도 어김없이 외면당했다.
비교적 일찍 만화를 드라마로 만든 2006년의 ‘궁’이나 2009년의 ‘꽃보다 남자’, 2010년의 ‘메리는 외박 중’ ‘장난스런 키스’가 있었지만, 2013년에 내보낸 ‘직장의 신’ ‘예쁜 남자’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 등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전형적인 실패드라마로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컨대 드라마시청자들은 TV드라마에서 나름대로의 ‘꿈’과 ‘거울’과 ‘창(窓)’의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통해 이루지 못할 꿈을 꾸며, 현실과 자신을 드라마라는 거울에 비춰보며, 남들과 바깥세상을 내다보는 창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원리다.
그런데 영화나 연극과 같은 매체에서와 다르게 TV드라마의 생명이랄 수 있는 현실성이 빠져 있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는 드라마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이치다.
그래서 만화든 무엇이든 원작을 각색하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시청률에만 집착해 드라마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이런 난제들을 과연 얼마나 잘 극복해낼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오리지널드라마의 창작성 위축과 몰락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을 했을 리 만무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그만한 창작력을 가진 작가의 빈곤과, 그저 대본을 자판으로 두들기는 한낱 기능인을 작가로 착각하고 부려먹는 풍토 탓도 없지 않다.
일부 방송사나 외부프로덕션에서 드라마기획팀을 두고, 작가를 마치 자기네들끼리 토론을 거쳐 확정한 이야기를 충실히 두들겨 극본이라는 형체를 만들어내는 비정규직 근로자 정도로 대접하는 풍토에선 결코 창작력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작가가 나오기 힘들다.
요즘은 반드시 ‘생방사수’가 아니라 재방송도 있고, 케이블에서도 드라마를 다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매체들도 등장해 예전과 같은 시청률이 나오기 힘들다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까짓 메시지야 있든 말든, 오리지널이든 아니든, 뭐든지 끌어와서 만들어도 시청자가 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비문화적 마인드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갈수록 TV드라마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TV드라마는 TV드라마만의 독자적이고 독립된 덕목 내지는 매력을 살려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 폭행 폭력적 방법으로의 드라마 운반

남녀관계의 시작도 폭력적이고 폭행에 가깝다. 애정표현도 폭력적이고 사귀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폭력적이다. 직장생활도 대인관계도 거의 폭행수준이라고 할 만큼 전투적이고 험악하다. 가정도 그렇고 부부 사이, 부모 자식과의 관계도 사실상 도발적이고 폭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꼭 때려서가 아니라 자세가 폭력적이고 주고받는 말들 또한 폭행에 가깝다.
모든 인간관계를 폭력적 성향으로 운반하고, 생활도 애정도 거칠고 동물적이다.
물질만을 앞세우고 어디에도 정서적인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대부분의 우리 TV드라마들이 주 무기로 내세우며 드라마를 진행하는 수법이자 방법이다.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이 전혀 없는 인물들이 여기저기 드라마들을 누비고 있다.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드라마가 없다.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 곧 드라마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드라마를 만드는 것 같다.
아무 생각이 없는 드라마들이 판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오로지 그 자리를 폭력과 폭행성에 가까운 지각없는 행동만이 차지하고 있는 듯한 드라마들이 대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성과 감성이 존재하지 않고, 다시 말해 마음이, 마음의 행로가 존재하지 않고 폭력적인 언사와 폭행에 가까운 행위들로 가득 차있다.
부모자식 간에, 부부 간에, 이웃 간에, 친구지간에, 직장동료나 상하 간에, 모르는 사람 간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위와 장모, 사돈 간에, 선생과 학생 간에....오가는 말투와 주고받는 태도가 모두 폭력적이고 사실상의 폭행이다.
얼핏 봐도 머리나 가슴이 없는 인물들이거나 온통 지능이 모자라는 저능아들이 나와서 마구 설치는 것처럼 보인다.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그저 평범하고 친숙한 사람이라면 아무런 갈등 없이 명쾌하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몇 달씩 드라마로 끌고 간다.
그것도 폭력적이고 폭행에 가까운 방법으로 미숙아처럼 날뛰면서.
아직도 몸뚱이 하나로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고 행동하는 인물들이 드라마의 주요 인간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마치 인생을 날로 먹는 그런 인물들이 드라마 속의 인간상들인 양, 아무 생각도 없어 보이고 전혀 리얼리티도 없는 인물들이 드라마를 주름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일극도 그렇고 주간연속극에서도 그렇다. 현대물에서도 그렇고 사극에서도 그렇다. 멜로드라마에서도 그렇고 홈드라마에서도 그렇다. 도무지 생각이란 하지도 않고 생각이 없는 인물들이 드라마마다 잔뜩 실려 있다. 성실하고 건강한 인간들을 지키려는 의지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 드라마들이다. 그 대신 만사를 폭력적이고 폭행성만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로 드라마를 운반하고 있다. 드라마의 본질은 모른 채 극적인 재미를 오로지 폭력과 폭행으로 찾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 마디로 험악하다. 도처에 칼부림만 난무한다.
입으로, 행동으로, 표정으로 살기등등한 분위기가 넘쳐난다. 사람 사는 세상과 거리가 멀다.
정서의 순화가 아니라 정서의 악화, 악질화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를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아무 생각이 없는 드라마들인 것이다.



5. 온갖 악행과 허위와 일탈의 퍼레이드

드라마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다. 드라마는 형식과 내용으로 이뤄지지만, 결국 드라마는 형식보다는 내용이 결정한다는 뜻이다.
마치 똑 같은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드라마들은 다분히 형식을 우선시하고 형식상의 변화에 더 집중하며 외형적 신선도 유지를 위해 적잖게 노력해왔음을 인정해야한다.
가령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첩보드라마를 만든답시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전대미문의 총격전을 벌이고, 지나친 상상력에만 의존한 근거 없는 퓨전사극도 만들고, 마치 장르드라마만 하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부산을 떨었다. 그러는 사이 정작 잃어버린 쪽은 내용이었다.
어떤 내용의 드라마를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형식의 그릇에 담느냐에 승부를 거는 사이, 내용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중시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역시 내용은 제쳐놓고 형식상의 논리로 드라마를 풀어가다 보니까 그 공간을 채우려다 보면 어떤 형식으로든 극약처방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일테면 막장드라마의 등장 같은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막장드라마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드라마의 내용은 관심조차 없이 오로지 형식상의 승부만 좇다보면 무슨 극악한 상황이 등장한들 일말의 죄책감인들 느끼겠는가.
한편의 드라마가 무엇을 줄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변화하면서 막장드라마는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하나의 방편이 되었던 셈이다.
막장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사실상 온갖 허위와 날조와 악행이 난무하는 상황들로 엮어가고 있다. 거기에 온통 일탈(逸脫)의 경우가 판을 치고 있다.
정상적이고 올바르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들어졌다.
사기와 협잡과 음모와 복수가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적잖은 드라마들이 어떤 형태로든 정상적인 것에서 벗어난 불륜과 배신과 다툼과 불화와 같은 일탈로부터 시작된다.
작금의 한국TV드라마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화나 사랑이나 관용이나 화해, 아름다움이나 따뜻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나마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사안도 침소봉대하여 몇 달씩 드라마로 끌고나간다.
전혀 리얼리티가 없는 엉터리지만 내용에는 관심 없는 형식논리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TV드라마의 심각한 현안문제인 것이다.
드라마의 이런 현상이 사회가, 세상이, 사람들이 점점 악하게 돌아가고 험악해져 가는 현상과 결코 관련이 없다고 누가 과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드라마는 허구다. 즉 픽션이다. 그러나 허구와 허위는 분명 다르다. 그럼에도 작금의 한국TV드라마들은 혹시 이 허구를 허위로,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악행도 악행 나름이다. 자매가 수술 끝에 얼굴을 서로 바꿔치기하고는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막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서 이른바 4차원, 5차원의 세계가 버젓이 나오는데도 방송사는 모처럼 시청률이 좀 오르는 일일극이랍시고 연장을 하고 있다.
MBC-TV의 ‘오로라공주’ 얘기다. 말하는 강아지가 나오고, 유체이탈이라는 기상천외의 상황에 암세포도 생명이라며 수술을 거부하는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는데도 연장까지 결정하는 방송사다. 그래서 차라리 케이블TV의 ‘응답하라 1994’나 종편의 일부드라마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 지도 모른다. 그 몇몇의 드라마 속에는 최소한 지상파TV드라마에 만연한 온갖 악행과 허위와 일탈의 퍼레이드는 나오지 않거나 덜 나오기 때문에.
거기 무슨 세트가 요란하다거나 야외촬영을 남발하거나 제작비를 엄청나게 들인 것도 아니었다. 이야기의 진실성에 바탕을 둔 내용이 깔려 있다는 진정성과 리얼리티가 있어서다.
2013년의 TV드라마들에서도 어김없이, 인간이 어쩌면 저렇게 악랄하고 야비하고 치사하고 수준 이하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의 깃털 같이 가벼운 상황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었다.
인간의 아름다움과 덕목과 인생의 가치는 드라마 어디에서나 보기가 힘들었다. 시청자의 정신세계를 황폐화시키는 발암물질과 흉기가 여기저기 드라마 도처에서 날뛰었다. 일주일 단위로 무려 30여 편의 드라마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TV드라마가 언제까지 시청자를 상대로 이런 악행과 허위와 날조와 일탈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만을 보여줄 것인가.
애당초 드라마정책과 방향조차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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