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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24)-김희창(1)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24)-김희창(1)
내용 ‘탑’ ‘행복의 탄생’ ‘열 두 냥짜리 인생’
서민의 생활과 문예성 짙은 드라마들


사랑이 좋으냐 친구가 좋으냐/ 막걸리가 좋으냐 색시가 좋으냐/
사랑도 좋고 친구도 좋지만/ 막걸리 따라주는 색시가 더 좋아/
엥헤이 엥헤야 엥헤이 엥헤야/
네가 좋으면 내가 싫고/ 내가 좋으면 네가 싫고/
너 좋고 나 좋으면/ 엥헤이 엥헤야 엥헤이 엥헤야......

사랑이 깊으면 얼마나 깊어/ 여섯 자 이내 몸이 헤어나지 못하나/
하루의 품삯은 열 두 냥인데/ 우리 임 보는 데는 스무 냥이라/
엥헤이 엥헤야 엥헤이 엥헤야/
네가 좋으면 내가 싫고/ 내가 좋으면 네가 싫고/
너 좋고 나 좋으면/ 엥헤이 엥헤야 엥헤이 엥헤야......

1958년에 나온 김희창 극본의 라디오드라마 ‘열 두 냥짜리 인생’의 주제가 가사다. 물론 작가인 김희창이 직접 쓴 가사다. 방송드라마 가운데 연속극은 처음부터 으레 주제가를 붙였다. 가사도 대부분 드라마를 쓰는 작가가 지어댔다.

서민의 생활을 드라마에 끌어들이다

‘청실홍실’ ‘하숙생’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드라마 ‘남과 북’의 주제가) ‘빨간 마후라’ ‘뜨거운 침묵’ ‘길 잃은 철새’ ‘뜨거운 안녕’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작은 연인들’ ‘창밖의 여자’까지, 모두가 가요로서도 히트했다. 이 ‘열 두 냥짜리 인생’은 가요로는 그다지 히트한 경우가 아니었지만, 대신 그 독특한 선율과 내용 때문에 드라마가 나갈 당시는 사람들의 귀를 온통 모았고 드라마의 내용 또한 주제가와 묘하게 조화를 이뤄 인상 깊은 인기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육이오전쟁이 끝나고 모두들 어려울 때 라디오드라마가 나와 사람들의 정서를 한 군데로 모았고, 바로 그 1950년대 후반에는 누구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에 귀를 기울일 정도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명작 명품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김희창의 이 ‘열 두 냥짜리 인생’인 것이다. 노래가 말하는 것처럼 그날그날 막일을 하며 살아가는 당시의 근로자들 애환을 실감나게 그린 작품이었다. 막일꾼들의 세계를 광범위하게, 그러면서도 오밀조밀 치밀하게 그려내 더욱 감동을 자아냈다. 이런 결과는 당연히 작가의 취재와 그들의 삶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의한 것이었다. 그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인생과 인간은 본질적으로 어떤 모습이며, 일이 끝나고 그들이 흥얼거리는 노래는 어떤 것인가를 작가는 애정을 갖고 엮어냈다. 방송에서의 드라마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드라마가 다뤄야 하는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며 방향은 또 어느 쪽이어야 하는지를 하나의 전범으로 보여주었다. ‘김희창드라마’의 진정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방송극의 격을 높인 드라마의 교과서가 되다

‘행복의 탄생’은 ‘또순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을 통해 억척같은 여인의 불굴의 의지라고 할 만한 강인하고 긍정적인 생활력을 그려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전쟁 끝에 아무 것도 없는 폐허 위에서 공짜만 노리고 일확천금만 바라는 세상에서, 그래도 땀 흘려 얻은 소득이 가장 값지다는 가치를 제시하면서 또순이드라마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또순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도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했고, 어떤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운명을 자기 스스로가 개척해나가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생활자의 모델로 ‘또순이’이란 이름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급기야는 보통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사실상 이 드라마 ‘행복의 탄생’ 이후로 의지가 강하고 억척같은 여인들에겐 ‘또순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그 무렵 김희창드라마의 힘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무엇이든 썼다 하면 인기드라마가 되는 건 물론이고 매번 내놓는 드라마마다 방송드라마의 격조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당쟁비화’ 역시 파급효과가 컸다. 방송드라마 사상 최초로 조선조의 사색당파를 다룬 것이다. 하나로 뭉칠 줄 모르고 모래알 같이 흩어져 동인서인, 노론소론 하면서 사색당쟁을 일삼은 당파싸움을 리얼하게 파헤쳐 현실에서도 고쳐야할 폐단이고 유물임을 호소하고 일깨워주는 주목할 만한 드라마로 꼽혔다. 또한 1960년대에 들어서자마자 내놓은 드라마 ‘시계 없는 대합실’은 4.19혁명 이후에 갑자기 달라진 젊은이들의 의식과 살아가는 모습을 풍자하기도 하고 고무하기도 한 또 다른 인기드라마였다. 김희창의 라디오드라마 시절만 해도 텔레비전드라마가 아직 맥을 못 추던 때라, 사람들은 대부분 라디오드라마에 의존했고 심취해주었다. 그러니까 당시 라디오드라마의 인기는 그 점유율 면에서 본다면 나중에 나온 TV드라마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라디오연속극 나올 시간만 되면 모두 그쪽으로 몰려들었다고 해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았다. 특히 라디오드라마 특유의 격조 높은 문학성은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유발시키며 문화적 욕구와 문예적 정서를 충족시키는 역할까지 해냈다. 그 한가운데에 김희창의 서민생활을 무대로 한 인기드라마 ‘행복의 탄생’과 ‘열 두 냥짜리 인생’ ‘시계 없는 대합실’ 등과 ‘당쟁비화’와 같은 사극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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