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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TV드라마 인문학(52)-임금님의 첫사랑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52)-임금님의 첫사랑
내용 TBC-TV의 인기드라마 ‘임금님의 첫사랑’
최초로 삭발한 여성탤런트 엉엉 울었다

사극의 소재는 대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제작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어차피 역사를 바탕으로 하니까 예컨대 조선조의 기록은 한계가 있고, 거기다가 극적인 상황을 고려하다 보면 대충 재미가 예상되는 소재를 택하기 마련이다. 조선왕조 개국과 연산군 이야기, 세종대왕과 영조와 정조 시대, 단종과 수양대군, 장희빈과 장녹수, 개시 김상궁과 병자호란, 한중록 등이 그 대표적인 사극단골소재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철종의 스토리가 있다. 강화도 산골에서 나뭇짐을 지고 살던 왕손 원범도령이, 어쩌다 철종임금으로 등극하기 전까지‘양순’이란 평민처녀와 나눈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임금이 되고나서도 그 강화 섬 산간벽지에서 철없이 함께 뛰놀던 첫사랑을 못 잊어 대궐로 불러들이지만 태생이 다른 그녀를 언제까지 곁에 두고 지낼 수는 없는 일. 그녀 역시 자신의 처지를 알고 끝내는 궁궐을 빠져 나와 머리를 깎고 여승이 된다는 등의 사연이 기둥줄거리다. 이 이야기는 일찍이 이서구 극본의 ‘강화도령’이란 라디오드라마로 맨 처음 전파를 탔다. 그때 이 드라마의 주제가는 가수 박재란이 불러 꽤 히트했다. 신상옥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어 흥행에 성공하자 훗날 신성일 주연으로 또 한 번 ‘임금님의 첫사랑’이란 영화로 만들어졌다. 여기서부터 이 철종의 스토리는 아예 ‘임금님의 첫사랑’으로 굳어져 버린다. 그러다가 TV드라마시대로 접어들어서는 1차로 드라마 ‘아씨’를 쓴 작가 임희재의 극본으로 ‘임금님의 첫사랑’이란 드라마가 탄생해 성공을 거둔다. 이때 주제가는 이미자가 불렀다. 물론 이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주제가의 가사는 달랐다. 그리고 1975년 9월 22일부터 이듬해 4월 9일까지 당시 TBC-TV에서 임희재 원작을 신봉승 극본, 김재형 연출로 내보낸다.

재탕 삼탕 우려먹는 사극의 소재
‘임금님의 첫사랑’도 그 가운데 하나

이때의 제목도 ‘임금님의 첫사랑’이었고, 이번에는 나훈아가 주제가를 만들어 부른다. 가수 조미미가 부른 것도 있다. 그 무렵 강화도에서 서울로 오가는 버스에서는 기사들이 이 노래만 트는 바람에 버스를 타고 강화도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신물이 나도록 들어야만 했다. 특히 이 신봉승 버전의 ‘임금님의 첫사랑’은 시청률이 꽤 높아서 같은 시간대의 그 어떤 드라마도 당할 수가 없었다. 이 제3탄의 주연배우는 김세윤과 김미영이었다. 비극의 여주인공 양순 역을 맡았던 탤런트 김미영은 그 후 한동안 여러 드라마에 출연을 하다가 어느 날부터 드라마를 떠난 이후 행방을 찾을 길도 없고 안타깝게도 사진조차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 어쨌거나 김세윤과 김미영이 출연한 TBC-TV의 ‘임금님의 첫사랑’은 우리나라 TV사극 사상 최초로 춘하추동 사계절을 화면에 담은 드라마로도 알려져 있다. 새마을운동으로 초가집들이 사라지자 주로 한국민속촌의 민가를 이용해 트릭을 쓰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강화도에서 떠꺼머리총각으로 살던 왕손 원범이 졸지에 임금이 되어 가마를 타고 섬을 떠나는 장면을 위해 조선조 시대의 범선 한 척을 재현해 바다에 띄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그때부터 강화도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고, 작가를 비롯한 연출 등 제작진들은 강화군수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았다. 말하자면 오늘날 각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드라마촬영지를 유치해 자기네 고장을 알리고 관광객을 불러들이려는 작전의 원조가 된 셈이다. TBC-TV의 ‘임금님의 첫사랑’ 이후 이 이야기는 명실공이 TV사극의 단골소재가 되어 한참 후에 다른 채널에서 다시 한 번 TV드라마로 태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상 몇몇 사극단골소재의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TBC버전의 사극 ‘임금님의 첫사랑’이 만든 하이라이트는 양순 역을 맡은 탤런트 김미영이 여자탤런트로서는 최초로 머리를 완전히 삭발한 사건이었다. 그때만 해도 드라마 홍보에 유난히 열을 올리던 연출자 김재형이 쇼맨십을 발휘해 여자주인공을 맡은 배우의 머리카락을 실제로 삭발할 것을 요구했다.

사극 사상 최초로 4계절 촬영에
최초의 삭발 여배우까지 등장시켜

철종임금이 첫사랑의 여인인 양순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자 그녀는 드디어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는 장면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연출자 김재형은 반 강제로 끈질기게 설득작업을 벌였다. 여성탤런트가 배역을 위해 실제로 머리를 밀어버리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드디어 이 삭발장면은 1976년 2월 서울 신촌에 있는 봉원사에서 진짜 고승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야외녹화로 진행됐다. 무형문화재인 만봉 스님이 범패의식을 벌인 후 금강계단에 꿇어앉은 김미영의 삼단 같은 머리칼을 시퍼런 칼날로 싹둑싹둑 자르고 밀어버리자 그녀는 그만 목을 놓고 엉엉 통곡하며 울었다. 이 광경을 동료 탤런트들은 숙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연기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여성미의 상징인 머리칼을 몽땅 잘라낸 김미영은 방송사로부터 결코 적잖은 액수의 특별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당시 봉제와 가발제조로 산업화의 기지 역할을 하고 있던 구로공단 가발공장에서 특별히 만든 가발 5개를 선물 받았다고도 한다. 원상태로 머리카락이 자라기까지는 적어도 일년 이상 걸렸다는 후문도 있었다는데, 문제는 그녀 말고도 이 ‘임금님의 첫사랑’에서 또 한 사람의 삭발배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강화도 전등사의 스님역할을 맡았던 성우 겸 라디오드라마 연출가출신의 배우 박용기다. 그도 이 드라마 촬영을 위해 머리를 시원하게 깎고 밀었다. 하지만 머리를 삭발한데 대한 대우는 여배우 김미영에 비해 너무나 형편없었다. 그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 때문에 삭발대가가 터무니없이 깎인 것이다. 그래서 그 후 삭발배우의 머리카락 값은 남자와 여자가 현격히 차이가 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화제의 드라마 ‘임금님의 첫사랑’은 할 때마다 주제가도 달랐고 출연배우도 달랐지만, 무엇보다 그 인기만큼이나 이런저런 화제를 많이 남긴 드라마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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