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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인문학(55)-필명과 예명의 시대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TV드라마 인문학(55)-필명과 예명의 시대
내용 필명(筆名)과 예명(藝名)의 시대
이름만큼 사연도 많고 탈도 많아

지금 한창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은 모두가 그룹의 이름으로 통한다. 그러다가 혹시 따로 떨어져 나와 혼자서 뛸 때는 비로소 자기이름을 찾아 활동을 하지만 대부분 멤버 개개인의 이름보다 그룹의 이름을 따른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JYJ' ’카라‘ ’2pm'이니 하는 이름들이 다 그렇다. 하지만 이들이 금융실명제 이후 모든 공문서나 금융거래에 실명을 쓰게 하는 세상에 얼마나, 어떤 불편을 겪으며 사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1970년대 후반 무렵에 가수나 배우의 이름에 외국어를 쓰지 말라고 할 때보다는 덜 억울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때는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누구나 일체 외국어로 된 이름을 쓰지 말라고 해서 한동안 이미 알려진 이름을 한글이나 본명으로 바꾸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래서 한때 ‘패티김’은 그녀의 본명인 ‘김혜자’로, ‘위키리’는 ‘이한필’로, ‘쓰리보이’는 ‘신선삼’으로 방송에 출연하며 살아야 했다. 예명은 쓰되 외국어로 된 이름은 쓰지 말라는, 연예인 이름에 대해 당국이 만든 일종의 한글전용정책인 셈이었다. 물론 얼마 가지 못해 그런 정책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거기에 비해 지금의 실명거래가 또 다시 얼마나 많은 혼란을 야기하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자고로 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이나 글을 쓰는 작가들은 데뷔와 동시에 본명 대신 예명과 필명을 쓰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데뷔를 하자마자 스승이나 주변에서 예명이나 필명을 지어주는 일은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되어 있었다.

본명이나 실명 대신 예명과 필명으로
한때 외국말 이름으론 출연 못 하기도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웬만한 경우 그쪽 계통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명을 버리고 예명이나 필명으로 살았다. 먼저 가수나 탤런트, 배우, 코미디언과 같은 연예인들을 보자. 코미디언 이주일은 본명이 정주일, 이상해는 본명이 최영근이었고, 개그맨 출신으로 주로 MC로 활동하고 있는 임성훈은 본명이 임종상, 허 참은 이상용이다. 물론 그 이전의 인기가수나 배우들 가운데 남인수, 백설희, 금사향, 백년설, 고운봉, 추석양, 황 해, 나애심, 반야월, 신카나리아, 현 미, 남궁원, 신성일, 트위스트 김, 김지미, 문 희 등이 모두 나름대로 예쁜 이름을 새로 지어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서구문화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유난히 외국말로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챠리 박, 쟈니 리, 리나 박, 뚜아 에 모아, 트윈 폴리오, 어니언스 까지 나왔다. 그 후로도 본명 대신 새로 지은 예명을 쓰는 연예인은 수도 없이 많았다. 금보라(손미자), 유지인(이윤희), 나훈아(최홍기), 홍세미(도홍숙), 방 미(박미숙), 김상희(최순자), 혜은이(김승주), 나영희(방숙희), 전양자(김경숙), 민해경(백미경), 남 철(윤성노), 배연정(홍애경), 강 석(전영근), 이대성(이용식), 백남봉(박두식)....아예 성(姓)하고 이름을 모두 바꾼 경우들이다. 이름 석 자 가운데 하나를 떼어내 예명으로 쓰고 있는 연예인들도 있다. 임 혁(임정혁), 이 숙(이정숙), 김 청(김청희), 남 진(김남진), 현 숙(정현숙) 등이고, 한 글자만 고친 사람은 최선아(최선희), 임동진(임동철), 임정하(임정호) 등이 있다. 채은옥은 최은옥에서 성만 바꿨고, 거꾸로 성만 남기고 이름을 바꾼 연예인으로는 최불암(최영한), 윤소정(윤태봉), 심수봉(심민경), 배일집(배윤석) 등이다. 그리고 지명에서 이름을 따온 연예인으로는 조치원, 장항선, 나일강 등이 있다. 어쨌거나 연예인들의 예명은 아주 간결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거나 가능하면 예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한 글자로 된 이름도 적지 않았다. 주 현, 최 봉, 정 진, 정 욱, 정 민, 송 해, 허 진, 나 미, 방 희, 민 욱, 장 용, 이 영, 전 운, 신 구 등은 우리가 익히 아는 이름들이다.

실명(實名)의 시대에 불편도 감수
외우기도 힘든 아이돌 이름 늘어나


방송초기 잘 알려진 성우들 가운데도 본명보다는 예명으로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예컨대 고은정(고흥숙), 구 민 등이 대표적이다. 소설가나 시인들도 본명 대신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경우가 많다. 김동리, 박목월, 조지훈, 이 상 등이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문인들의 대표격인데, 방송에서 드라마 등을 쓴 작가들도 데뷔와 동시에 본명보다 필명으로 드라마를 쓴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시대가 있었다. 드라마작가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한운사(한간남), 유 호(유해준), 조남사(조남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김석야(김형근), 이상현(이상근), 김기팔(김용남), 유 열(유익렬), 한유림(한성봉), 김수현(김순옥), 남지연, 김자림 등이 생각난다. 이밖에도 이미 실명(實名)의 시대로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젊은 작가들 사이에는 여전히 본명 대신에 따로 필명으로 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더러 생겨나고 있다. 한 때는 방송사 직원인 드라마연출자 가운데도 본명 대신 예명을 쓰는 사람들이 몇몇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극히 근래에 와서는 원하기만 하면 아예 필명이나 예명을 본명으로 전보다는 아주 쉽게 바꿔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호적에다 필명이나 예명을 본명으로 바꿔치기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딜 가나 실명을 요구하는 요즘과 같은 금융실명제의 세상에서 아무래도 시비를 하거나 이름땜에 골탕 먹는 일도 줄어들 것도 같은데 다들 어떻게들 사는지 모르겠다. 지난 시절에는 예명이나 필명만 가지고도 충분히 대접 받았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실명을 대라는 통에 예명이나 필명이 갖는 신비로움이나 여유나 낭만 같은 것은 한결 줄어들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도무지 외우기도 힘든 아이돌들의 이름은 자꾸 늘어만 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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