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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김수현 드라마의 미학① 상세보기 - 제목,내용,파일,비밀번호 정보 제공
김수현 드라마의 미학①
내용 ‘내 남자의 여자’

한 마디로 발칙한 드라마였다. 남편이 아내의 가장 가까운 친구와 몰래 바람이 났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외국에서 혼자 살던 여고 때 동창이 외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친구남편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정작 아내는 착하기만 했고 남편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었는데.

대한민국 40대 주부들의 위기에 관한 인생과 애정에 관한 중간보고서라고나 할까. 그 불륜사실이 드러나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흔해 빠진 드라마들 수법처럼 빙빙 돌리거나 뜸들이지 않았다. 본론을 확 앞당기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법 그대로였다. 불륜이나 일탈이 주목적이 아니라 한 평생을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크고 작은 풍파, 작가는 역시 인간을 그리려 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불륜드라마 가운데 하나였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 아니 저런 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남의 남자와 바람피운 여자를 욕하는 사람, 어떻게 해결할지 보자는 사람... 인간의 진심과 믿음은 어디까지이며, 어디까지 인간은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드라마가 방송되는 내내 논쟁은 계속되었다. 온갖 물음을 던지면서 아주 화끈하게 달아올라 적잖은 시청률을 올린 2007년도의 SBS-TV 월화드라마 24부작 미니시리즈였다. 불륜의 문제를 드라마를 위한 일시적 일탈이나 하나의 부도덕한 행위로만 다루지 않고, 시종일관 정면으로 부딪쳐가며 삶이 갖고 있는 갈등과 혼란의 숙명 같은 것을 진지하고 냉정하게 처리해나갔다. 따라서 누구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불륜이나 부도덕이 소재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을 정도였다. 오직 인생과 인간의 문제만을 집요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친구남편과 바람을 피운 여자(배우 김희애)는 친구 지수(배우 배종옥)의 언니로부터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 다니고 얼굴에 멍이 들 정도로 두들겨 맞아도 이를 악물고 감수한다. 지극히 원시적이고 동물적인 징벌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그때까지의 이미지와 달리 배우 김희애의 망가지는 연기, 그러면서도 빤빤하고 당돌한 연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2003년의 ‘완전한 사랑’에 이어 또 한 번 연기자 김희애를 빛내준 드라마였다.

김수현드라마는 주말연속극이나 일일연속극은 홈드라마, 미니시리즈는 대부분 멜로드라마에 가깝다. 그러니까 이 ‘내 남자의 여자’도 강력한 ‘김수현표’ 멜로 가운데 하나였던 셈이다. 남녀 간의 애정문제를 치열하게 다루면서 결코 저속하거나 천박하지 않게 품격을 지켰다는 점이 비결이었다. 모두들 쉬쉬하며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이야기를 정식으로 드러내놓고 일상생활처럼 공론화시켰다. 그리하여 마침내 카타르시스까지 도달했다. 이런 작가의 솜씨 덕분에 사람들은 한 동안 이 드라마를 화제에 올렸었다. 배우 김희애의 무섭도록 변신한 인상적인 역할연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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