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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드라마아트홀

Kim Soo Hyun Drama Ar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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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記 4
내용 간밤 좀 늦은 시간에 콩찰떡 한 쪽 먹은 것이 체해서 밤새도록 고생하느라 잠을 거의 초치고, 아침에 커피 한잔과 비스킷 둬 개 먹은 것 외에 쫄쫄 굶고 있다.
지난 금요일 청주 친구들과 평택 선생님 레스토랑에 갔더니 선생님께서 내 생일 그냥 넘어갔다고 대신 콩 찰떡을 한판 해놓고 기다리셨었다. 들고 와 분당 아우 일터 사람들 먹이라고 들려 보내고 집에는 두 쪽씩 싸서 서너 번 먹을 것만 남겨 두었었는데, 혹시 그걸 먹으며 잠깐 선생님 생각을 했던 게 얹히게 만들었나 싶다.

눈 소식에 무서워서 미리내 집에서 자는 걸 생략하고 곧장 서울로 왔었는데 밤에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었다.
' 야 나는 내 말년에 니가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싶다야. '
' 아이고 아이고 선생님 그러지 마세요. '
하면서 진땀 잠깐 났었고, 전화 끊은 뒤에 잠시 울적했었다.

선생님께서 나한테 하신 게 얼만데...
움직이는 것 귀찮아 자주 찾아뵙지도 않는 꾀쟁이 제잔데....

오랜만에 찾아뵙고 그냥 뜨기 그래서 서울서부터 봉투 만들어 가 드리면서
' 저 세배는 못와요. 이거 그냥 목욕값 쓰세요. '
했었는데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기쁘셨다는 표현을 그렇게 하셨나 본데 그 말씀하시는 가슴은 슬픔이신게 느껴져 짜안했었다.

용띠신데 금년 춘추 76인가 77이신가.
아직은 너무 건강하셔 걸어다니시는 걸 보면 나보다 더 활기차신데, 그래도 나이는 감출 수가 없는 거라선지 뵐 때 마다 조금씩 부서지시는 것 같아 뵐 때마다 쓸쓸하다.

선생님의 슬픔은 아주 언짢다.
얼마나 두루두루 많이 베풀고 사셨는데
' 야 나는 내 말년에 니가 없었으면 어떡할 뻔 했나 싶다야.. '
나같은 나이롱이 이런 서글픈 말씀을 들어야 하냐 말이다.

굶고 있는데 먹을 생각이 안 든다.
청주 가 차례 지내고 온 막내 아우가 나 좋아하는 돼지 족발과 차례음식 싸다 던져놓고 갔는데, 족발도 먹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 걸 보면 아마 체하기는 단단히 체했던 모양이다. 아직도 끅끅거린다.

아까 아우 오기 전에 얼핏 나혼자 생각에
'이 아이가 마음이 있는 아이라면 족발 들려보낼텐데...'
했었는데 역시 내 큰 올케는 마음이라는 것이 있었다.

벌써 어제 족발 사다가 삶았는데 딴 볼일로 삶는시간이 자칫 너무 길어졌다고 허둥지둥 다시 새 족발 사다 삶는다고 수선을 부렸던 모양이다. 어쨌든 족발은 아주 맛있게 잘 삶겨졌고 뒷다리는 아우들과 조카들이 다 해 치우고 앞다리만 갖고 왔단다.
나는 앞 다리만 먹으니까 후후후후후.
그렇게 온 족발인데 나는 아직 뜻이 없다.

올케야 고맙다.
내일 아주머니 오면 같이 먹을께.
우리 아주머니가 또 족발 귀신이란다.

다희 엄마, 어떻게 뭐 먹었냐는 전화.
굶고 있다니까 펄쩍펄쩍.
아침에 홍콩 아우 전화.
카나다 아우와는 그제 밤에 통화.

모두 다 착한 아우들.
하늘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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