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가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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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이었나.
후배 작가 차에 얹혀 소공동길을 접어 들면서 불현듯 드는 생각에 ' 에이 그냥 대학을 들어가지 말고 그냥 청주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뭉개다가 그러그러한 남자한테 시집 가 그러그러하게 살다 죽는 게 더 나을 걸 ' 중얼거렸었다. 후배 작가가 놀라서 돌아보며 '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 하는데 ' 글세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그런 삶이 더 나았을지도... ' 그러면서 흘려버리고 말았는데 내 그말 때문에 후배는 집에 돌아가서도 얼마쯤 나의 ' 탄식 ' 이 마음에 걸렸었던가 보다. 정확한 대사는 생각 안나는데 암튼 ' 마음이 짠했다 ' 는 뜻의 전화를 했었던 걸 보면. 나는 아직도 그 ' 탄식 '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삶에 큰 불만이 있는 것도, 내 삶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아니면서 그리고 생각하면 감사할 일 너무나 많은 사람이면서도 ' 에이, 그냥 청주에서 그러그러하게 살았더라면 ' 하는 생각이 한번씩 들고는 한다. 만사가 귀치않고 모든 것이 성가스럽고 그저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 입 다물고 혼자 가만가만 밥해 먹고 자고 책보고 그러면서 처박혀 있고 싶기만 하다. 이게 뭘까, 이게 뭘까 , 몇날며칠 머리 속을 뒤지면서 답을 찾다가 얻은 결론이 ' 아 이거 '生의 피로'구나 ' 였다. ' 생의 피로 ' 60년 넘게 살아온 삶 동안 누적된 피로감.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런데 좀 오래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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