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도 어수선해서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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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테이블 앞의 北窓 밖 숲이 어느새 나무 잎으로 하늘이 안보이게 꽉 찼다. 야들거리는 연두색 新綠이 어제련가 싶은데 오늘 이미 숲은 신록의 색깔이 아니다.
아아 시간은 이리도 잘 흐르는데 나는 아직 개미 쳇바퀴 ' 일주일 인생 ' 에 목줄을 매어서 월화수 목요일 오전까지 대본써 내보내고 금요일 운동 나가고 토일 빈둥거리고 다시 월화수를 반복하고 있다. ' 내 남자의 여자 ' 까지도 꾀나면 ' 에라 하루 제끼자 ' 놀아치우고 하루 까먹은 스케줄에도 대본 내보내는데 지장 없었는데, 이번 ' 엄마가 뿔났다 ' 부터는 그 ' 꾀부리기 ' 를 안하고 있다. 수술하고 회복도 되기 전에 작업을 계속했어야 하는 탓에 중간 중간 컨디션이 툭 떨어지기도 했었고, 감기도 들락날락 하고, 접촉성 피부염으로 두번이나 옆구리가 버얼겋게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나 자신이 불안해서 ' 꾀부리기 ' 를 더 이상할 수가 없다. 수술도 수술이지만 더 이상은 작업에 ' 꾀부리기 ' 를 해서는 안된다는 이 스스로의 다짐이 아마도 ' 나이 ' 탓일 거다. 작년 중반부터 시작된 ' 내 남자의 여자 ' 표절 시비로 인해 금년에 벌써 경찰서, 검찰, 법원을 골고루 한번 씩 나갔었어야 했고 ,중간에 병원도 두어 차례 갔었어야 했고, 미국에서 손님도 왔었고 게다가 ' 엄뿔 ' 제작 진행은 출연진들의 건강상태, 비협조 등으로 감독이 유난히 힘들어 해서 내 신경소모가 이만 저만이 아니고 드디어는 제목에 뿔이나 뿔날 일이 많은가보다 소리를 했을 정도다. 나이 먹으면 훨씬 심플해 질거라 생각했었는데 웬일인지 반대로 점점 더 번잡스러운 일이 많아지는 게 성가스럽고 귀찮다. 나와 감독은 50회 마무리를 소망하고 방송사와 제작사는 70회를 고집하고 아마도 최소한 60회까지는 메꿔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날이면 날마다 계속되는 촛불시위로 이제 슬그머니 불안하기까지 하고 좌우간 이리저리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그저 어서어서 시간 흘러 ' 엄뿔 ' 마무리 해 치우고 내년 끝까지 멍청이처럼 논다는 계획만이 유일한 위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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